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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03. 2020

가을 여행 - 제주 서부 뚜벅이 여행 1

1일 차 - 도두항

2019년 11월 22일


11월도 끝을 향해 가니 슬슬 날이 추워진다. 어쩌다 보니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 서울에 비해 훨씬 따듯하니 늦가을 여행으로도 딱 좋으리라. 제주도는 이미 여러 번 다녀와서 갈 만한 데는 어지간히 가봤으니 이번에는 자전거도 가져가지 않고 렌터카도 빌리지 않고 편하고 여유 있게 걸어 다니기로 한다.


대략적인 일정은 아래처럼 짰다. 구체적인 일정은 지니님이 짜 놓은 식당 밖에 없다.


1일 차 - 도두항

2일 차 - 버스 이동 후 모슬포 근처 해안길

3일 차 - 가파도


딱히 올레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곳에 들르는 것도 아닌 놀멍 쉬멍 코스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라면 1.5일이면 끝낼 일정을 우리는 넉넉하게 2박 3일로 다녀온다.

집 앞에서 9호선 급행 전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니  엄청 편하다. 솔직히 인천 공항은 서울에서 너무 멀다. 차피 한 번은 환승해야 하는 곳을 많이 가는 우리는 포공항에서 유럽 가는 비행기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는 말 그대로 이륙했다가 물 한 잔 마시고 하강한다. 햇빛 안 드는 방향으로 창 측 좌석에 앉으면 창밖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비행기를 많이 타서 그런지, 혹은 매일 지도와 위성사진을 들여다봐서 그런지, 비행기 창 밖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영산강 하구와 목포가 보인다. 슬 착륙 준비하겠구나.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저가 항공사도 아닌데 게이트에 가지 않고 땅바닥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 는 공항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렇게 버스나 전철을 한 번 거쳐 가는 게 싫다.


짐은 지니님과 내 짐 모두 합쳐서 내 36리터 배낭 하나가 전부다. 실제 짐은 훨씬 적은데 외투를 넣어야 할 것 같아서 공간이 넉넉한 배낭을 가져왔다. 위탁 수하물이 없으니 기다릴 필요도 없이 곧장 공항을 빠져나온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공항에서 지니님이 미리 봐 둔 식당까지 2km 정도 걸어가기로 했다.  지니님이나 나나 출퇴근할 때 매일 3km 정도를 걸으니 2km 정도는 여유다. 11월인데 제주는 정말 따스하다. 기온을 감안해서 조금 얇은 자켓을 입고 왔는데도 덥다.


길가 여기저기에 귤나무들을 보니 제주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니님이 짬뽕을 특히 좋아하니 제주도에서의 첫 식사는 짬뽕으로 하기로 했다. 


잘 구운 돼지갈비가 넉넉히 올라간 갈비 짬뽕을 먹는다. 나는 고기를 워낙 좋아하니 갈비가 맛있어서 맘에 드는데 짬뽕 자체를 좋아하는 지니님 기대에는 못 미치나보다.


점심을 해결했으니 이제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다. 다시 공항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공항을 반시계 방향으로 우회하면 가장 가까운 바다인 용담포구로 갈 수 있다.


신제주 입구 교차로에서 마을길로 먹돌새기 교차로까지 직진해서 공항 끝에서 좌회전하면 용담포구로 바로 갈 수 있다.


공항의 동쪽 끝은 이륙하는 활주로 방향이다. 머리 위로 비행기들이 날아오른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본 기억도 있 이곳이 제주공항의 활주로 끝이다. 전거 타는 사람들은  근처에서 공항 옆으로 자전거길을 따라가거나 해안 도로를 따라 가는데 어디로 가도 좋은 곳이다.


제주도의 바닷가는 우리나라 치고는 참 독특하고 아름답다. 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휴양지들 만큼은 아니지만...


용담포구에 어선들이 늘어서 있다. 전구가 잔뜩 달린 배들은 한치잡이 배들이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분다.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라고 특히나 바람이 많이 분다.


용담포구에는 바닷가 샘터인 섯물이 있다. 짠 바닷물이 바로 옆인데 맑은 샘물이 솟아난다니 재미있는 곳이다. 깐 내려가서 구경해본다. 생각보다 물 양이 많지는 않고 식수로 쓸 수 없는지 음용 가능 알림판도 없다.  


오늘 숙소는 도두항 쪽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두었다. 용담포구에서 사수항과 도두봉을 지나 숙소까지 해변길을 걷는다.


도두항이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저 멀리 도두봉 너머에 있다. 용담 이호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주도에서 이름이 붙은 해안도로들은 바닷가에 바짝 붙어 있어 바다 구경하면서 걷기 좋다.


제주공항 바로 옆을 걷는 길이다. 이륙하는 비행기들, 착륙하는 비행기들로 제주공항은 쉴 틈이 없다. 계속 걸어 다니니 오늘 제주에서 쓰는 교통비는 0원이다.


바다 쪽에 해녀들이 자맥질하는 것이 보인다. 참 대단한 분들이다. 잠수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해본 사람들은 안다.


공항에서 점심 먹으러 걸어가서 바다 보러 걸어왔으니 슬슬 쉴 때가 되었다. 지니님이 유효기간 다 되어가는 무료 쿠폰이 있다고 해서 근처 별다방에서 쉬기로 했다.


제주도는 녹차로도 유명한 곳이다. 제주도산 녹차가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녹차 종류로 주문해 마시면서 쉰다.


운 좋게 바다 쪽 자리에 앉아서 경치도 즐긴다. 긴 한데 뭔가 조금 공기가 뿌옇다.


충분히 쉬었다. 이제 도두봉 넘어 도두항까지 계속 걸어가야 한다. 도로 옆에 파란 줄은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란 뜻이다. 이 길을 걸어가는 건 처음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몇 번을 지나간 길이라 익숙하다.


우리가 쉬었던 용담 카페촌이 보인다.


도두항 전에 사수항이라는 작은 항구를 지난다. 해변도로 가장자리에 해녀, 낚시하는 사람 등의 동상들이 있다.


해녀 동상이다. 힘든 바닷일을 하는 해녀를 표현해서 그런지 늠름하다.


바닷가의 야트막한 언덕인 도두봉에 다 와간다.


도두봉 입구에도 동상들이 있다. 돌고래와 바다거북을 타고 노는 아이들이다.


도두봉공원 안내도를 보니 올레길 17코스의 일부다. 물론 우리는 올레길 걸으러 온 게 아니니 한 바퀴 빙 둘러서 도두항으로 갈 예정이다.


요메기라는 막다른 곳에 가니 한가하게 담배 피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외에 별게 없어서 데크길로 올라간다.


데크길로 잠깐 걸어가면 도두항이 보인다.


도두항으로 내려가니 고기잡이에 탄 강아지가 우릴 보고 짖어댄다. 배 주인은 한참 조업 준비 중이다. 한치잡이 배들이 많은 것을 보니 밤에 앞바다가 밝을 것 같다.


길에서 만난 승합차 기사님 파마가 잘 나왔다.


도두항은 항구 구조가 육지로 깊이 들어가 있고 빙 돌아가지 않도록 육교 같은 다리로 물길을 건널 수 있게 해 놨다.


육교를 건너니 횟집들이 보인다. 방어가 제철이라 수조에 몽땅 방어들만 있다. 리 지니님이 방어회를 좋아하니 오늘 저녁은 회를 먹을 예정이다.


방파제 앞에 부표들이 줄지어 있는데 한 놈만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다.


해안가에는 아이들 놀이들을 표현한 동상들이 있다. 딱지치기를 하는 아이들 틈에 지니님이 끼어드니 한 녀석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팽이놀이를 표현한 의자도 있고


포장마차를 표현한 그림도 있다.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도 한다.


걷다 보니 어느덧 도두항 끝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짐을 푼다. 원래 2인실을 예약했는데 지금 시즌에는 이용객이 없어서인지 3인실로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방도 적당히 넓고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니 풍경이 좋은 방이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주 공항 근처를 한 바퀴 돈 셈이다. 숙소 베란다에서 공항 쪽을 보면 활주로에 계속해서 비행기들이 착륙한다.


해 저물녘까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쉬다가 저녁 먹으러 왔다.  동네긴 하지만 사실 별한 것 없는 도두항에서 하루 보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이 횟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라는데 과연 어떨는지...


2인 10만 원짜리 자연산 회를 주문했다. 우리가 먹으러 다니는 횟집들은 반찬 없이 회만 잔뜩 나오는 저렴한 횟집들이라 이 집 가격이 높은 편이라 느껴지지만 가격만큼 뭔가 푸짐하게 해산물이 잔뜩 나온다.


정말 배 터지게 실컷 먹었다. 마지막은 해물 수제비로 마무리하고 후식으로 귤도 주길래 더 먹을 수가 없어 두 개 챙겨 나온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는 길... 예상했던 대로 한치잡이 배들로 앞바다가 대낮같이 환하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결국 지니님이 배탈이 나서 새벽에 소화제 찾아 이리저리 헤매 다녔다. 의점 중에 문 연 곳을 간신히 찾아서 소화제를 사 와서 먹인다. 내일은 나아야 할 텐데...


공항에서 짬뽕집까지 그리고 용담포구에서 해변을 따라서 도두항까지 총 12km 정도의 거리를 걸었다. 많이 걷는 사람들이야 하루 20km 이상도 무리 없이 걷지만 나는 딱 12km 전후가 걷기 가장 좋은 거리로 느껴진다.


중간에 용담해안도로 카페촌에서 쉬고, 해안길과 흙길도 걷고 겨울이 제철인 방어회도 먹었으니 배탈만 안 났다면 아주 훌륭한 일정이라 할 수 있다. 내일은 모슬포항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에 방어축제를 보러 간다. 래 모슬포 근처 해안을 걸으려고 했는데 방어 축제를 한다니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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