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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06. 2020

가을 여행 - 제주 서부 뚜벅이 여행 2

2일 차 - 모슬포 방어 축제

2020년 11월 23일


새벽에 지니님이 배탈이 났으니 푹 쉬라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오늘은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에 모슬포 쪽으로 이동한다. 원래는 산방산에서 모슬포항까지 해안도로를 걸으려 했는데 마침 모슬포 방어 축제를 한다고 해서 바로 모슬포 가기로 했다. 방어 축제가 재미없으면 바로 빠져나가서 송악산까지 걸을 생각이다.


어제 너무 먹어서 배탈이 났지만 일단은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겠다. 제 먹은 횟집 근처에 아침으로 먹기 적당한 식당이 있다.


물회와 전복죽을 시켰다. 날이 좀 쌀쌀해지는 시기라서 차가운 것보단 따듯한 게 좋지 않을까도 싶은데 이 집이 물회로 유명하다고 한다. 해산물이 잔뜩 든 물회가 맛있다. 소라가 들어가는데 딱딱해서 씹는 맛도 있지만 턱이 아플 정도로 단단하다.


이제 모슬포 가는 버스를 타러 간다. 제주 공항을 동쪽으로 휘감아 돌아 올라가서 제주도 해안 일주로인 1132번 도로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조금 걸어가야 한다.


제주 공항의 동쪽으로 가면 바로 머리 위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활주로 입구가 있다. 낮게 날아오는 비행기를 찍기 좋은 곳이라 사진 찍으러 나온 사진 동호회가 보인다.


1132번 도로와 만났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곧 모슬포 가는 202번 버스가 온다.


버스에서 창밖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출발하니 바다가 보이고 비양도가 보인다.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이 큰 비양도이고 다른 하나는 우도 옆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작은 비양도다.


이 202번 버스는 제주 공항에서 서쪽 해안을 달려 모슬포를 지나 산방산까지 가는 꽤 장거리 노선이다. 중간에 고산 1리 육거리 환승 정류장에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 산 육거리는 정말 6방향의 길이 만나는 육거리다. 제주도 최서단의 길이 모이는 인데 한산하기만 하다.


모슬포 중심인 하모 2리에 내렸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렌터카 비용이 들지도 않고 내가 운전하지도 않고 주차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뚜벅이 여행 최고다.


바닷가 방향으로 모슬포 방어축제장으로 걸어간다. 축제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의외로 모슬포항 내항 쪽은 붐비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축제장으로 가봐야겠다.


가는 길의 횟집마다 방어들만 잔뜩 있다.


항구 근처부터 축제에 자주 보이는 흔한 노점들이 줄지어 있다. 국 어딜 가나 비슷한 것들이라 익숙하지만 한 번씩 구경하게 된다.


노점상 골목을 지나가면 방어 축제장이 나온다. 사람 참 많다.


마스코트 인형들이 들고 있던 방어 인형을 아이들이 뺏어가려 한다. 쭉한 인형탈을 쓴 아르바이트생이 고생이 많다.


메인 축제장 쪽에도 여러 부스들이 있다.


방어 축제의 메인이벤트는 방어 잡기인 듯하다. 얼른 가보았더니 방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조 주변으로 입장한다.


방어들도 입장한다.


먼저 미성년자들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다들 처음이라 그런지 소극적으로 쫓아다니다가 한 마리도 못 잡고 끝나버렸다. 아직 세상에 덜 찌든 것이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미친 듯이 물고기의 뒤를 쫓아 잡아 올리는 어른들을 보고 배웠는지 아까 기회를 놓친 아이들도 열심히 쫓아다니다가 한두 마리 잡는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는 방어잡이가 끝나서 다시 축제장을 둘러본다. 공연장에서는 공연이 한창이고 바닷가 쪽 부스들은 방어회를 뜨느라 바쁘다. 싸지는 않지만 어제 잔뜩 먹고 배탈까지 낫으니 오늘은 참는다.


다른 쪽에는 아기자기한 공예품이나 체험 행사 같은 것들이 있다.


노점 음식점들은 호객하느라 바쁜데 우린 아직 배가 안 꺼졌다. 니님이 호객을 싫어하니 슬슬 피해서 간다.


다시 수조 쪽으로 가보니 이번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방어잡이가 시작된다. 여기는 참가 신청을 따로 안 해도 되는지 처음에는 출전하는 아이들이 몇 없다가 점점 많아진다.


점점 요령이 늘어서 자기 몸에 비해 엄청 큰 방어들을 잡아 올리는 아이들이 보인다. 다 잡은 방어도 놓치고 다시 잡으러 다니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방어잡이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귤을 쌓아놓고 시식하게 해주는 부스가 있어 가보았더니 강원도에서 제주 가는 비행기 편이 생기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춘천에서 김포까지 빨리 가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양양 공항이면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시식용으로 쌓아둔 노지감귤은 맛있었다.


다시 노점 골목으로 가서 군것질거리들을 살펴보는데 영 기는 게 없다. 당히 구경을 하다가 축제장을 빠져나온다.


방어 축제를 충분히 둘러보았으니 이제 오늘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모슬포 읍내 쪽을 통과해서 가면 거리가 조금 단축되지만 지만 바다 구경을 할 겸 운진항 쪽의 바닷가로 걸어간다.


모슬포항 남쪽의 운진항에 마라도나 가파도로 가는 여객선이 있다. 마침 마라도 가는 여객선이 보인다. 여객선 왼쪽의 평평한 육지 같은 것은 가파도이고 오른쪽에 멀리 보이는 섬이 마라도다.


우리도 내일 가파도에 갈 예정이니 대충 어디로 가야 하는지만 확인해두기로 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달릴 때마다 쉬어 갔던 하모 해수욕장이 보인다. 왼쪽의 하얀 건물이 자전거길에서도 가까운 화장실이라 자연스레 잠시 쉬었다 가던 곳이다.


하모 1리 마을길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오늘 예약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마을 입구에 하루방 얼굴의 장승들이 있다.


너무 일찍 왔는지 게스트 하우스가 아직 잠겨 있다. 조금 기다리니 리트리버를 데리고 주인 내외가 들어온다.


예약했던 2인실이 마음에 든다. 히 소파베드가 유용하다. 나중에 내 방에도 하나 놔야겠다.


노지 감귤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노지 감귤은 조그맣지만 적당히 새콤하고 아주 달아서 맛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제주도 와서 귤 종류는 원 없이 먹는 것 같다.


주인 내외와 홍보이사 찌부의 그림도 재미있다.


짐을 풀어놨으니 저녁을 먹으러 간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맛있어 보이는 식당이 있다.


대표 메뉴인 하모리밥과 한정 메뉴인 돈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두 메뉴 모두 생각보다 맛있었기에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다만, 식후에 주문한 커피는 그냥 평범한 느낌.


저녁 먹는 사이에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가로등도 몇 개 없으니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늘은 버스 타고 이동해서 모슬포 방어 축제를 본 게 일정의 전부였다. 간단하고 편하지만 뚜벅이 여행이라 생각보다 많이 걸어 다녔기에 생각보다 피곤하다.


내일은 오전에 가파도에 갔다가 오후에 버스를 타고 제주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이곳 게스트 하우스들이 여객선 업체와 협약을 맺었는지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면 뱃삯을 할인해준다고 한다. 큰 할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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