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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10. 2020

가을 여행 - 제주 서부 뚜벅이 여행 3

3일 차 - 가파도, 아름다운 섬

2020년 11월 25일


잘 자고 일어났다. 2박 3일 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가파도를 가기로 했다. 운진항에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 것도 그런 이유다.


거실로 나가니 게트 하우스 홍보이사 찌부가 반긴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한 살 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간단한 아침을 차려주는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다. 여기는 간단한 토스트와 주스를 준다. 감귤도 같이 먹는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에게 명함을 받았다. 운진항 매표소에서 이 명함을 보여주면 가파도나 마라도 가는 뱃삯을 할인받을 수 있다. 준비하고 나왔더니 땅이 젖어 있고 하늘 잔뜩 흐린데 일기예보에서는 비는 안 온다고 한다.


마을길을 따라서 운진항으로 간다. 산방산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


운진항 여객선 대합실로 간다. 파도와 마라도 정기 여객선이 있는 곳이다.


가파도 표를 끊을 때, 일반 관광객은 왕복으로 끊어야 한다. 섬에서 자고 다음 날 나오는 경우는 매표소에 말하면 된다. 헤엄쳐서 섬에서 빠져나갈 일도 없으니... 비수기인지라 현장 발권을 해도 표가 있지만 성수기에는 예약으로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가능하면 예매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배를 탈 때는 신분증과 승선신고서를 내야 한다. 승선권을 결제하면서 마라 해상 도립공원 입장료도 함께 결제된다.  


가파도와 마라도 안내 지도가 있다. 능하면 8자로 가파도 전체를 두루 돌아보고 싶다.


가오리를 닮은, 수평선과 하나인 듯 나지막한 섬 가파도로 출발한다.


터미널에서 나오면 마라도 가는 배들이 쭉 있다. 방송에 여러 번 나오면서 마라도는 아주 유명한 섬이 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 가파도는 아직 그리 유명하진 않다.


제일 구석에 가파도 가는 승선장이 있다.


배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에는 사람이 적다. 조용한 1층에 편하게 앉아서 가기로 한다.


운진항에서 가파도바로 코앞이라 10분이면 도착한다. 겨우 10분 거리인데 마라도 도립공원 입장료 1000원 포함해서 1인당 왕복 13,100원이라니 거리에 비해 뱃삯이 너무 비싸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샌 프란시스코나 샌 디에고보다 비싼 것 같다.


배 뒤쪽으로 한라산, 산방산과 송악산이 보인다.


가파도가 가까워진다. 정말 수평선과 하나같이 보이는 섬이다.


가파도에 금방 도착해서 배에서 내린다. 배 승무원들이 아주 친절하다.


선착장에서 나가는 길에 고양이가 한 마리 보인다. 어디서 온 녀석이지? 고보니 가파도에는 길고양이들이 많다.


선착장 끝에서 돌하르방들이 반긴다.


가파도에는 길고양이들이 많이 산다. 레기통을 뒤지면서 사는지 쓰레기장 뒤에도 몇 마리 몰려있다. 비슷비슷한 무늬들이 많은 것을 보니 다 가족인 듯하다.


우리를 태웠던 배는 다시 후다닥 빠져나간다.


워낙 작고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섬이지만 관광객들이 꾸준히 드나드니 편의점이라는 이름의 작은 매점이 하나 있다. 직은 뭐 먹을 시간이 아니니 나중에 들르기로 한다.


편의점 옆에 이쁘게 칠한 어선을 올려놓은 곳은 카페다.


바다에는 해녀들이 물질 중이다. 녀의 섬 파도에는 특히나 해녀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작고 농지도 한정되어 있는데 바다만 사면으로 잔뜩 펼쳐져 있으니 자연스레 물질이 주 수입원이 된 것일테지...


작은 섬에 스낵바도 있고 경찰 스쿠터도 있다. 람이 사는데 필요한 것은 뭐든 하나씩은 갖춰진 것이겠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키 작은 섬이라고 한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m 밖에 안 된다고 하니 걸어 다니기에는 좋을 것 같다. 섬 둘레도 4km 밖에 안된다.


바다 나가는 길에 유모차들이 주차해있다. 물질하러 나간 해녀들의 개인 휴대품 창고다. 유모차 주인들이 앞바다에 보인다.


여기저기 시선이 닿는 곳에는 무언가가 있다. 소소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야뜨막한 섬을 알록달록 잘 꾸며놓았다.


우리 앞에 먼저 가는 아주머니들이 길고양이에게 과자를 주었다. 익숙한지 잘 받아먹는다. 을 주민이 고양이 얼굴에 눈썹을 그려놓은 듯하다.


바닷가 바위 위에 다른 고양이도 보인다.


흐리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맑아지려나?


햇빛이 난다. 기분도 확 좋아진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설명이 붙어있다.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보름바위라고 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멀리 섬 하나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남단이자 가파도의 이웃섬인 마라도다.


가파도 어린이들이 만든 돌탑도 있다.


제주도는 사시사철 따듯한 곳이라 선인장이 살 수 있는데 여기에도 있다. 열매가 잔뜩 달려있다.


고냉이돌이라는 표시가 있다. 고양이 닮은 돌이라고 잔뜩 기대했더니...


어디가 고양이 닮았다는 건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암만 봐도 알 수 없다.


소망 전망대로 가는 이정표 표시가 있어서 걸어간다.


잠깐 짧은 오르막을 올라갔더니 풍력발전기 2기가 보인다. 파도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 차도 안 다니고 전봇대도 모두 지중화하였다고 한다.


겨우 몇 미터 높이 올라왔다고 풍경이 잘 보인다. 남쪽으로는 마라도, 북쪽으로는 한라산이다. 의 비어있는 밭들은 청보리밭이라는데 청보리가 열리는 청보리축제는 4월부터 5월 초까지이다. 그때 가파도의 최고 성수기니 섬이 관광객들로 들끓을 것이다.


가파교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소망 전망대가 있다.


겨우 해발 20미터지만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는 소망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가 있는 공원에는 재미있게 생긴 하루방들이 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표현한 석상도 있다. 요즘 세상에야 이런 일이 거의 없다지만...


소망 전망대에 올라본다.


겨우 해발 20미터지만 근처에는 시야를 막는 건물이 없으니 풍경이 확 트인다. 제주도 방향으로는 한라산이 잘 보이고...


남쪽으로는 마라도도 잘 보인다.


가파도 안의 작은 마을도 잘 보이고... 이 정도면 전망대라 할 만하다.


이제 마을길로 들어가 본다. 마을 집들 중에도 독특한 집이 많다. 이 집은 선풍기 날개를 마당에 잔뜩 전시해놓았다.


이건 좀 주의해야 할 것이다. 무언가 열매를 맺은 덩굴이 잔뜩 있는데 맛있는 열매인지 동네 파리들이 몽땅 여기에 앉아 있다. 벌레를 싫어한다면 근처도 가지 말자.


가파도에도 발전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그만 절이 하나 있는데 불상이 섬 규모에 비해서 엄청 커 보인다. 부처님 앞의 고양이는 세상 편하게 늘어져 자고 있다.


밭 사잇길로 걸어가 본다. 벌써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서 배를 타려면 지금 항구로 가야 하는데 나머지 못 본 구간을 꼭 가보고 싶다. 터미널에 전화했더니  2시 20분 배로 나오라고 한다. 휴휴 다행이다.


이제 시간도 넉넉하니 밭 사잇길로 슬슬 걸어간다. 4월 5월 청보리축제를 할 즈음에는 여기도 푸릇푸릇할 테지만 그만큼 사람도 바글바글 할 테니 한적한 지금이 좋은 것 같다.


바닷가에는 낚시꾼들도 여럿 있다. 낚시도 해보고 싶긴 하지만 지금 하는 취미들로도 감당이 안 된다.


가파포구 쪽으로 가는 동쪽 해변길을 걸어간다.


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 정자 옆에는 안내판이 하나 있다. 여기서는 제주도에 있는 7개의 '산' 중에 6개가 보인다고 한다.


한라산, 송악산, 산방산은 나름 유명한 데다가 잘 보이니 찾기 쉽지만 나머지 산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왼쪽의 모슬포 근처 언덕들은 가시악과 모슬봉이다. 송악산 뒤로  히끄무레하게 보이는 언덕이 단산이고 서귀포 뒤에 보이는 게 고근산인가...


좀 더 걸으면 마을 공동묘지가 있고 가파포구 들어가는 마을 어귀에 딱 봐도 제단 같은 것도 있다.


섬이란 것이 교통이 불편하니 비상시에 헬기라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파도에서 제일 넓은 포장도로에 헬기장 표시가 되어 있다. 이 헬기장을 이용할 일이 많지 않기를 바란다.


가파포구가 보인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이 되려면 섬 안에서 식수로 쓸 민물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포구와 마을이 발달한 것은 민물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12시를 지나서 슬슬 배가 고파지는데 가파포구 근처에는 그리 맘에 드는 식당이 없다.


마을 개들이나 고양이들을 잘 살펴보면 눈썹이 그려진 녀석들이 있다. 장난기 많은 사람이 애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보다.


마을에서 아주 작은 이상한 전시관 같은 것을 보았다. 파도가 너무 좋아 아예 가파도에 정착해서 해녀가 된 사진작가 유용예씨가 진행한 가파도 해녀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한다. 뒤에 건물이 전시관 같긴 한데 너무 조용해서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다. 여기 가파도에 정착한 지 8년이라는데... 여기저기 나돌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여기서부터 마을 중앙로를 따라서 선착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가는 길의 마을 담벼락마다 멋진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하나하나가 가파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아.. 커피집 담벼락 빼고....  


가파초등학교 앞으로 왔다. 초등학교 뒤에 아까 들른 소망 전망대가 있다.


샘이 하나 있는데 물이 영 지저분하다. 여기에 처음으로 샘물이 나와서 마을이 생겼는데 아랫동네에 새로 샘이 나오면서 가파포구 쪽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쪽 집들은 담벼락에 소라 껍데기로 그림을 그렸다. 소라를 이만큼 모으는 것도 꽤나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점심 시간이 지나 배가 고픈데다가 배 타는 시간까지 여유가 있으니 밥을 먹어야겠다.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을 연 식당이 있어서 들렀다.


보말 칼국수 2인분으로 점심을 먹는데 다른 보말 칼국수집에 비해 썩 특별하진 않은 맛이다.


배가 올 때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편의점에서 후식도 먹어본다.


지니님은 커피, 나는 청보리 미숫가루다. 가파도 청보리가 들어간 청보리 미숫가루... 4천 원이라는 나름 여기 음료 메뉴 중에는 높은 가격인데 양도 많고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일반 미숫가루보다는 약간 끈끈한 풀죽 느낌이 있고 쌉쌀한 맛이 난다. 을에 있는 청보리 정미소에서 온 청보리겠지.


근처에는 고양이들이 많다. 닷바람을 맞 살면서 변변한 음식물을 못 먹는지 건강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관광객들이 주는 음식이래 봐야 사람 먹는 짠 음식이나 과자들이고 작은 섬에 이렇게 고양이가 많으면 잡아먹을만한 작은 생물들도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양이들도 관광객들이 먹을 것을 주는지 잘 알고 있다. 한 사람이 먹을 것을 주면 우르르 몰려서 쫓아다닌다.


이 고양이들이 우리 근처에도 기웃거리는데 우리는 줄 것이 없다.


슬슬 배가 들어올 시간이다. 배를 기다리며 선착장 근처에서 사진을 찍는다.


운진항에서 워낙 가까우니 배가 바로 보인다. 금방 다가와서 선착장에 정박하고 손님들을 내려주고 기다리던 손님들을 싣는다.


날이 맑아지면서 기온이 올라갔으니 이번에는 2층에 올라가 본다. 마라도를 홍보하는 재미있는 죄수 모양 상들이 있고 가파도를 상징하는 가오리가 비행기를 탄 것도 있다.


가파도 선착장에서 출항하면 금세 멀어진다. 반나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파도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구석구석 볼 만한 이쁜 섬이었다.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를 타러 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다시 모슬포항 방어 축제장으로 가보았는데 거의 끝물이라 그런지 볼 것 없이 조용하다.


모슬포 읍내에서 253번 버스를 타면 한라산 서쪽 기슭을 가로질러 공항까지 한 번에 간다. 사실 253번 종점이 운진항이라 배에서 내리자마자 타러 가도 되었다.


가는 길에 한라산 서쪽의 중산간 지역을 구경한다. 다란 버스는 좁은 길을 요리조리 꼬불꼬불 잘도 다닌다. 녹차로 유명한 오설록 앞도 지나가고 경마장인 렛츠런 파크도 지나가고 공룡 테마파크도 지나간다. 한라산 중턱을 지나니 구름에 묻힌 부분을 지날 때는 비도 내린다.


제주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겠다. 도착하면 집에 가기 바쁠 테니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


제주공항 푸드코트에서 돈가스와 육개장으로 끼니를 때운다. 당한 가격에 적당한 이었다.


제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면 곧 서울 도착이다.


2박 3일간의 느긋한 제주도 뚜벅이 여행을 하였다. 렌터카나 자전거 등의 이동 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제주도를 다녀온 것은 처음이었는데 우리 여행의 느긋함을 한껏 더 누릴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다.  많이 오고 변덕스러운 제주도 날씨이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비를 피해 다녔다. 제주도는 비만 좀 덜 온다면 훨씬 좋은 여행지라 할 수 있겠지만 몇 번을 와도 비가 아예 안 온 적은 없는 듯하다.


첫날의 도두항 근처 해변길은 제주도의 서쪽 해변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고 둘째 날의 모슬포 방어 축제는 의외로 볼만한 재미있는 축제였다. 셋째 날의 가파도는 마라도에 가려져 덜 알려진 곳이지만 마라도보다 훨씬 아름답고 재미있는 섬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당분간은 제주도에 갈 일이 없지만 다음번에 또 제주도에 간다면 또 뚜벅이 여행을 할 것 같다. 그때는 동부로 가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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