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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7. 2017

대관령 목장 나들이

2017년 가을 여행

2017년 10월 21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가을이다. 가을마다 한 번씩 파란 하늘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는데 2년 전에 다녀왔던 하늘 목장에 이어서 대관령 삼양 목장에 다녀오기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늘이 잔뜩 흐리다. 이렇게 하늘이 흐려서야 나들이 가는 의미가 없기에 집에 있으려 하는데 지니님이 강릉 쪽은 맑다고 해서 늦장을 부리다가 출발한다. 어느 터널을 통과해 지나가니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맑아진다. 참 다행이다.


횡계에 도착하니 슬슬 배가 고프니 읍내 입구에서 핫도그와 커피로 간단히 먹었다. 목장 내에서는 취사는 물론 금지이고 입구 매점 외에는 먹을 곳도 없으니 많이 걸으려면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횡계 읍내의 김밥집에서 김밥을 조금 싸간다.


2년 전에 갔던 하늘 목장을 지나서 비포장길을 따라 들어가면 목장 입구부터 주차 유도 요원들이 안내해준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슬슬 걸어간다.


입장료는 1인 당 9,000원이다. 예전에는 입장권을 구입할 때 작은 라면을 한 봉지 씩 줬는데 이젠 안 준다. 목장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양몰이 공연은 공연장이 두 군데에 있으니 어디서 몇 시에 하는지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목장 내 순환 셔틀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셔틀버스는 무료인데다가 엄청 자주 다니니 버스가 눈 앞에서 떠난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셔틀버스 전체 노선은 다음과 같이 요소요소 중요한 곳을 지나간다. 우리처럼 맨 꼭대기의 동해 전망대에 내려서 걸어내려오거나 군데군데 구경을 하고 다시 버스에 타고 이동하면 된다.


올라가는 길에도 양떼나 소떼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당연히 꼭대기의 동해전망대에 내려서 걸어내려오면서 목장 전체를 모두 들러보기로 한다. 선자령이 가까우면 걸어가볼까 했는데 은근히 거리가 있어 다음 기회에 다녀오기로 한다.


버스 승하차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동해전망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대관령에서만 볼 수 있는 풍력 발전기와 초지가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가 동해전망대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출을 보러 새벽에 야간 산행을 해서 여기나 선자령을 가기도 한다.


동해전망대라는 이름답게 동해가 한 눈에 펼쳐진다.


원래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빠져들 듯한 깊은 하늘색인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의 하늘이 너무 뿌옇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참 맑다. 이렇게 맑은 하늘이 있어야 여행이 즐거운 법이다.


이제 목책길 코스들을 따라서 내려가기로 한다. 목책길은 모두 5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다.


1구간인 바람의 언덕은 말 그대로 초지가 펼쳐지는 언덕이다. 1,150 미터의 높은 고지대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태백산맥도 고만고만해 보인다.


2구간인 숲 속의 여유는 말 그대로 초지에서 조금 벗어난 숲 속 산책길이다.


단풍으로 유명한 오대산 자락에서 이어지는 대관령의 깊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산책길이다.


3구간인 사랑의 기억에서는 다시 목책길을 걷는다. 그런데, 슬슬 사랑의 기억 중간에 있는 제2 공연장에서 양몰이 공연이 시작될 시간이다.


목장 관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양몰이 공연을 처음부터 보고 싶으니 얼른 뛰어간다.

 

공연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옆으로 가서 공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왔다는 잭이 양물이를 위해 출격하기 직전이다. 잭은 개들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보더콜리 종이다.


신호를 하니 잭이 준비 운동을 하고선 조금 떨어진 옆 언덕에 모여있던 양떼를 모아온다. 그냥 대충 모아오는 것이 아니라 양떼들을 관객들 앞에 정렬시킨다.


사육사의 신호와 함께 잭은 여기저기 장애물 사이로 양떼들을 능숙하게 몰고 갔다가 돌아 온다.


몇 차례의 시범을 끝내고서는 사료를 구입해야 하는 양 먹이 주기 체험이 시작된다. 잭은 사람들과 기념 사진도 찍어줘야 한다. 우리는 그 사이에 초지를 바라보며 챙겨온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양 먹이 주기 체험이 끝나고 사람들을 목책 밖으로 내보낸 후에 잭이 마지막으로 양떼들을 다른 목책에 넣고 공연을 마무리하고 퇴근한다. 참 영리한 녀석이다.


남은 3구간을 마저 걸어간다. 저 멀리 백두대간 선자령이 보이는데 삼양목장보다는 하늘목장에서 더 가까운 듯하다. 나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지니님은 못 가본 선자령은 다음 기회에  다녀가기로 한다.

어느 정도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해발 1,000미터 고지대이다. 외국에서야 3,000미터가 넘는 고지대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00미터면 엄청 높은 곳이다.


이제 4구간인 초지의 산책이다. 말 그대로 초지 옆 목책길을 걷는다. 처음 보이는 양떼들은 멀찍히 떨어져서 우리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좀더 걸어가니 젖소들이 있다. 근처의 마른 잡풀을 들고 부르니 한 녀석이 이 쪽으로 슬슬 걸어온다.


목책 안 쪽의 풀들은 어지간히 뜯어 먹었는지 내가 주는 마른 풀을 넙쭉넙쭉 잘 받아먹는다. 커다란 머리에서 커다란 혀가 나와서 풀때기 몇 개를 훑어서 입에 넣는다. 순둥순둥한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너무 커서 무서운지 지니님은 건초을 줄 엄두도 못 낸다.


중간에 타조 목장도 있다. 새를 싫어하는 지니님에겐 커다란 새가 특히나 충격인가보다.


이제 마지막 5 구간인 마음의 휴식을 걷는다. 여기는 양 방목지가 많으니 양떼들이 노니는 편안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녀석들도 사람에게 익숙한가보다. 민둥해서 먹을게 별로 없어보이는 초지의 양들에게 목책 밖의 풀을 뜯어주니 얼른 와서 잘 받아 먹는다.


양들은 좀 순해보이니 지니님도 먹이를 준다.


목책길을 슬슬 걸어 내려간다.


여기는 양몰이 공연을 하는 제 1 공연장이다. 오늘은 제2 공연장에서 진행했으니 입구에서 미리 공연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고 꼭 관람하도록 하자.


다리를 이용해서 계곡을 건너면 5개의 목책길 구간이 완전히 끝난다.


여기는 청연원이라는 목장 맨 아래의 공원이다. 불타는 듯이 빨간 단풍이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준다.


이곳에 삼양 목장 유일의 매점이 있으니 컵라면을 하나 사서 남은 김밥과 함께 간식을 먹는다. 삼양목장이다보니 삼양에서 생산하는 라면과 냉동식품들만 가득하다. 이 구역 특성상 불을 사용하는 음식은 취급할 수 없다고 한다.


목장 전체를 빠짐없이 돌았는데도 반 나절 정도 걸렸다. 느긋하게 구석구석 쉬엄쉬엄 즐기면 하루를 꼬박 둘어보아도 즐거울 듯하다.


단풍이 아름다운 오대산 국립 공원의 동해 쪽 끝자락이라 날씨 좋은 가을에 나들이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할 만하다.


다음 가을에는 대관령 기상 관측소에서 출발해서 백두대간 등산로를 따라서 선자령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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