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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03. 2017

겨울에 가볼만한 곳, 전쟁 기념관

2016년 12월 11일 - 전쟁기념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역사 공부는 여행을 즐기기 위한 준비물이다.


추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이다.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춥고 따듯한 날에 외출해도 산과 들의 초목도 완전히 시들어서 흥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야말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실내 관람 시설에 다니기 좋은 시기이다. 오늘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라는 전쟁기념관에 다녀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점심부터 먹고 시작하자. 전쟁기념관이 있는 삼각지역 근처에도 먹자골목이 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이태원 경리단길 입구에 있는 1년에 한두 번 가는 피자집에 들른다. 라자니아와 조각피자로 든든하게 먹는다.


이태원의 끝인 녹사평역에서 전쟁기념관까지 얼마 멀지않으니 산책삼아서 걸어간다. 전쟁기념관은 원래 육군 본부가 있던 곳으로 육군 본부가 이전한 부지에 아시아 최대의 전쟁 박물관을 조성하였다. 지니님은 오래 전 학생 때 한 번 가보고,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점심 먹고 천천히 출발해서 벌써 3시가 다 되었지만 관람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건물 오른쪽에 비행기, 전차 등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먼저 한 바퀴 둘러본다. 전쟁기념관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 적당히만 둘러보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정문을 통해서 입구로 들어간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기부함이 비치되어 있다.


전쟁기념관이라는 이름에 맞춰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전쟁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다.


1관람실부터 여기저기 표시된 화살표를 쭉 따라가면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전쟁과 사용된 무기, 성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전쟁이 중심이다.


둘러보다 보면 여기저기에 영상자료실이 있는데 전시관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영상들이니 다른 전시물들은 모두 챙겨보지 않더라도 영상자료는 꼭 들러서 시청하기를 권한다.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서 한층 한층 올라가면, 전쟁기념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6.25 전쟁 전시실들이 나온다. 나는 학교에서 6.25 전쟁이란 명칭으로 배웠지만 요즘엔 주로 한국전쟁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 같다. 김일성이라는 한 인간의 야욕으로 벌어진 한민족 최악의 비극이며,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단 한 나라를 돕고자 지원한 것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전쟁이다.

6.25 전쟁 전시실에는 4D 체험관도 있다. 인천상륙작전과 1.4 후퇴를 4D로 체험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의 발발과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한 것, 인천 상륙 작전으로 서울 탈환, 압록강에서 1.4후퇴까지 전쟁의 흐름을 쭉 볼 수 있다. 전시관 한쪽에는 서울 탈환 후 태극기를 게양하는 장면을 포토존으로 만들어놨다.

다만, 6.25 전쟁의 과정에서 채병덕, 신성모, 유재흥으로 대표되는 한국군 장성들과 이승만 대통령의 어이없는 실책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1.4 후퇴의 실패-와 여러 심각한 실수들-에 대한 설명 없이 인천 상륙작전의 영웅으로만 설명하는 '명령불복종 전문 군인'인 맥아더 장군의 이야기는 6.25 전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반 정도만 전한다고 할 수 있다.

이 풍자만화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보너스 군대 유혈 진압 사건의 장본인인 맥아더 장군이다.

그리고 중공군에게 밀리고 밀려 이루어진 휴전까지 관람할 때 쯤에는 걷는 것도 슬슬 지치기 시작하니 현대 무기 전시실은 들르지 않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점심 먹고 3시 쯤 느즈막히 들어가서 해 저물 때 나왔으니 알차게 보고 나오려면 점심을 조금 일찍 먹고 관람을 시작하면 전체를 모두 보는데에도 반나절로 충분할 것 같다.

전쟁기념관은 보여주기 좋은 자료들 위주로 전시되어 있고 정작 끔찍한 전쟁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중요한 교훈이 되는, 우리가 마주보아야 할 부끄러운 치부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의 선조, 뒤이은 병자호란의 인조, 한국전쟁의 이승만 등, 위정자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일말의 설명도 볼 수 없다. 끔찍한 전쟁이 시작되고 전황이 악화되는 데에는 항상 그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의 중심에는 무능한 지도자가 있다.


예전에는 입장료가 있었다고 하는데 무료가 된 지금은 부담없이 들러서 둘러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외국인들 중에는 6.25 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다만, 현장 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서 운이 없으면 떠들고 날뛰는 아이들로 난장판이 될 가능성도 높은 곳이다. 그래도, 추운 겨울날에 춥지 않게 실내에서 다양한 역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니 한 번 쯤은 들러볼만할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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