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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24. 2016

낙안군 여행

벌교와 낙안, 남도의 겨울 여행

2016년 12월 18일 - 낙안읍성


낙안군 여행?


우리나라에 낙안군이란 곳은 없다.  아니, 있었다.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읍과 낙안읍성으로 유명한 낙안읍이 예전에 낙안군이었다.


나주에 내려올 때마다 어딘가 한 군데는 다녀온다. 날이 따듯하다고 하니 남도에서도 특히 따듯한 벌교 쪽으로 가기로 한다. 출발할 때까지만해도 아직 낙안읍성에는 갈까말까 결정하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에 아침을 먹기로 한다. 나주에서 아침을 먹기에는 나주곰탕만한 것이 없다. 사실 일요일 아침에 나주 시내에서 제대로 문 연곳이 곰탕집 말고는 없다.


지니님은 곰탕을 싫어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먹는 곰탕이 이 집 곰탕이다. 맑은 국물에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양이 적은 느낌이라면 밥과 국물은 더 달라면 준다.


고깃국으로 배를 채우고 나주역으로 간다. 나주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굽이굽이 철길 따라서 보성을 지나 벌교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시간이 되어 열차가 들어온다. 근처 자리의 할머니들이 큰 소리로 왁자지껄 떠들어서 푹 자기는 글렀다.


10시 반 쯤 출발한 열차는 12시 반에 벌교역에 도착한다.


벌교 관광을 대표하는 두 단어는 태백산맥과 꼬막이다. 역 앞에 이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있다. 벌교는 지난 세기의 베스트셀러인 조정래의 대하소설인 태백산맥의 무대라서 그런지 문학기행1번지 벌교는 벌교읍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이지만 곰탕을 배불리 먹고 많이 움직이질 않았더니 아직 배가 안꺼졌다. 꼬막집까지 슬슬 걸어가면서 배를 꺼트리기로 한다.


벌교는 보성군에 속하면서 한때 인구 45,000명까지 이르렀던, 보성군의 가장 큰 마을이자 원래 낙안군이었던 곳이다. 자전거 여행때 넘어왔던 주랫재와 석거리재로 보성군과는 지리적으로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보성군의 다른 마을과는 생활이 많이 다른 독자적인 분위기가 있다.  

벌교역 앞에서부터 왼쪽으로 가면 소설 태백산맥에 관련된 관광지들이, 오른쪽으로 가면 벌교 시장이 바로 시작된다. 우리는 태백산맥을 읽지 않아서 관심이 없으니 시장 쪽으로 간다. 꼬막파는 가게들이 쭉 늘어서있다.


반대편에는 야채와 과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벌교는 꼬막 외에도 참다래(키위), 딸기, 방울토마토 등이 많이 난다고 한다.


시장 안쪽으로 쭉 걸어간다. 시장 입구는 꼬막과 참다래가 점령하고 안쪽에는 생선가게들이 있다.


시장 반대편으로 나오면 근처에 꼬막홍보관이 있다. 건물이 특이하게 생겨서 눈에 띈다.


입구에 커다란 꼬막 모형이 있다. 2층에 무료 홍보관이 있으니 들러본다.


벌교 꼬막에 대한 자료가 있다. 꼬막이란게 한정된 소재이다보니 전시관 규모는 크지 않다.


벌교 꼬막은 여자만에서 난다고 한다.


여자만이라 하면 생소하지만 잘 알려진 순천만을 포함해서 벌교 앞바다의 큰 만이다. 여자도가 그 가운데에 있고 벌교읍이 서쪽에 있다.


갯벌을 재현한 모형이 바닥에 장치되어 있다.


꼬막에 대한 설명들이 쭉 있다.


꼬막과 새꼬막의 차이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크기 차이


꼬막을 캘 때는 갯벌 위로 널배를 밀면서 다닌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제 벌교천을 따라서 꼬막정식집으로 간다. 벌교의 식당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꼬막 정식 전쟁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늘 가던 곳이 있다.


꼬막정식집에 도착해서 꼬막정식 2인분을 주문한다. 꼬막 자체는 그리 비싼 식재료가 아닌데 꼬막 정식은 1인분 15,000원으로 저렴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꼬막찜, 꼬막구이, 꼬막전, 꼬막 탕수육 등등 많이 나온다. 꼬막 무침은 밥 비비는데 주로 들어간다.


꼬막 먹을 때는 꼬막 까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배불리 먹고 부용교 건너 버스 정류장...정류장 표시도 없는 정류장에서 낙안읍성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낙안 읍성까지 가는 버스가 온다. 벌교에서 낙안읍성까진 8km 정도 떨어져 있다.


낙안읍성 앞에 도착했다. 순천시 낙안읍과 보성군 벌교읍은 원래 낙안군으로 벌교읍는 낙안읍의 작은 포구였다.


그럼 왜 낙안군이 없어졌을까? 낙안은 일제 시대에 안규홍이 항일 의병 운동을 일으켰던 곳으로 일제가 보복으로 낙안군을 해체했다고 한다. 그 이후 3.1운동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낙안읍성은 들어가는 길부터 초가집이 늘어서 있다. 볏짚을 묶는 아저씨도 있다. 낙안읍성은 원래부터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사는 시골 마을 그 자체이다.


낙안읍성은 그냥 마을이지만 입장료는 있다. 입장료를 내고 입장권을 가지고 동문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소달구지 모형이 우리를 반긴다.


그 뒤로는 미니 정원이 있다.


미니 정원 뒤로 객사가 있다. 낙원도 예전엔 작은 동네가 아니었나보다.


객사 옆으로 동헌이 있다. 해미읍성의 문지기들처럼 낙안읍성도 동헌 문지기 정도는 진짜 사람을 써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동헌 안에는 분위기가 험하다.


나도 곤장 맞는다. 주리 틀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동헌 안쪽 부엌에는 놋그릇을 닦는 아낙들이 있다.


동헌 앞에는 넓은 마당이 있어서 마을 행사는 여기서 벌어지는 듯하다. 투호나 고리 던지기 부터 씨름판도 있고 굴렁쇠 굴리기도 할 수 있다. 지니님이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잘 안된다.


장승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도깨비 장승들이 가장 인기인 듯하다. 그 뒤쪽으로 마을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다.


낙안읍성의 역사부터 소개한다.


마을 전체의 모습도 모형으로 볼 수 있다. 동문과 남문은 아직 남아있고 서문은 문루가 없어져서 출입구 역할만 한다. 북문은 없다.


전시관에서 나오는 길에 동백꽃이 이쁘게 피었다.


동문으로 들어와서 반대편의 서문에 도착했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성벽을 걷기로 한다.


약간 높이 올라왔을 뿐인데 풍경이 달라보인다. 서남쪽의 살짝 오르막으로 걸어간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읍성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이곳이 낙안읍성의 포토존이다. 읍성에 있는 90여 채의 초가집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벽을 걷고있자니 마을에 짚단을 쌓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태풍에 성벽이 무너진 곳을 건너가니 아래에 강아지가 한 마리 보인다. 시골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귀여운 똥강아지다.


동문으로 내려와서 똥강아지네 집에 들러본다. 주인 아저씨가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강아지와 잠깐 논다.


강아지와 놀고 나서 다시 가보지 않은 길로 마을 안쪽을 돌아다닌다.


마을 한 가운데에 샘이 있다. 낙안에 큰 우물을 파면 마을의 기운이 쇠한다 하여 이렇게 작은 샘물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곳은 전시용 민속촌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지나가는 길에 도예방이 있고 도자기 굽는 가마도 있다.


늠름한 비글 한 마리가 도예방의 마당을 지킨다.


연못도 있고 족대로 물고기 잡는 아이의 인형도 서있다.


장독이 잔뜩 늘어서 있다. 이렇게 만든 장은 맛있겠지..


이제 충분히 둘러보았으니 다시 버스를 타고 벌교 터미널에 돌아와서 광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겨울이래도 이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후가 따듯한 편인데 특별히 따듯한 날씨에 즐겁게 나들이한 듯하다.



낙안읍성은 그리 큰 마을이 아니니 2~3시간이면 마을 전체를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다. 낙안읍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어까 이야기했던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해체 덕분인 듯하다. 낙안군의 중심지였지만 순천시에 편입되면서 변두리 시골이 되어 개발 구역에서 완전히 밀려나버린 것이 오히려 훌륭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관광지라 그런지 내부의 물가가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 식사나 숙박을 하지 않아서 이를 느끼지는 못하였다. 물론,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마을로서의 기능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니 특이한 관광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벌교와 순천에서 낙안읍성을 오가는 버스편을 정리해본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순천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벌교에 훨씬 가까워서 벌교터미널이나 벌교역을 이용할 수 있다면 벌교에서 오가는 편이 좋다. 순천에서는 벌교에서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순천만정원과 생태공원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성인 12,000원)도 판매하니 순천만과 함께 돌아보는 사람이라면 순천쪽의 교통편을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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