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Dec 14. 2016

역사도 알고 산책도 하는 동구릉

조선 태조 이성계의 무덤이 있는 곳

2016년 11월 11일 - 동구릉


왠지 짜장면이 생각나서 남양주 쪽으로 외근다닐 때 가끔 들르는 짜장면집에 지니님과 함께 다녀왔다. 마침 짜장면집 근처에 동구릉이 있으니 배도 꺼트릴 겸 산책하러 간다.


동쪽에 있는 아홉 개의 왕릉이라 하여 동구릉이라 한다.


규모가 작지 않은 왕릉이 9기나 모여 있으니 입구의 종합 안내도만 보아도 면적이 작지 않음이 느껴진다. 처음 방문할 때는 어떤 식으로 다닐지 간단히 계획하는 것이 좋은데 우리는 동구릉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다니기로 하였다.


동구릉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어른 1인당 1천 원이니 부담되지 않는다. 주차장도 유료이지만 차는 다른 곳에 세워두고 걸어왔다.


입장하면 바로 오른쪽에 동구릉 역사관이 있다. 문화재 입구의 역사관은 문화재 전체의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먼저 들르는게 좋다.


역사관 내부에는 지루한 문헌 자료들과 연대기 위주로 대단한 자료는 없지만 VR기기로 왕릉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기구가 있다. 지니님이 체험해본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지만 120cm 이하의 어린이는 사용할 수 없어 아이들이 실망한다.


건원릉 쪽으로 가게 되면 수릉과 헌릉을 지나가게 된다. 문조와 문종이다.

한 군데씩 슬슬 들어가본다. 사실 동구릉의 9개 릉은 모두 조선 왕릉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므로 9개의 능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

<조선시대 왕릉의 구조> 출처: 위키피디아

1. 곡장 2. 석호 3. 석양 4. 망주석 5. 봉분 6. 난간석 7. 혼유석 8. 문인석 9. 장명등 10. 석마 11. 무인석 12. 예감 13. 비각 14. 정자각 15. 참도 16. 수라간 17. 수복방 18. 배위 19. 홍살문

홍살문을 지나서 참도를 따라 정자각이 있고...

정자각 뒤로 왕릉이 있다. 모두 비슷하니 애써서 일일이 찾아보지 말고 느긋하게 거닐자.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곳이라 공기가 좋고 쾌적하여 산책하기에 좋다.


수릉과 헌릉을 지나면 동구릉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건원릉이다. 당연히 가장 먼저 세워진 태조 이성계의 무덤이다.

참도를 따라 정자각으로 걸어간다.



원래는 왕릉의 빨간 울타리 너머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날은 단체 견학으로 잠깐 개방되어 올라가보았다. 운이 좋았다.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은 구조는 다른 왕릉과 똑같지만 봉분에 이성계의 고향인 함흥에서 가져온 억새가 잔뜩 피어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이성계는 죽으면 고향인 함흥에 묻어달라 했는데 아들인 이방원이 함흥까지 제사를 지내러 다니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귀찮아서 아버지의 뜻을 무시하고) 여기에 묻고 함흥에서 억새만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건원릉 입구에서 동쪽으로 사람들이 거의 안 가는 한적한 길로 올라가면 목릉이 있다.


임진왜란의 망군이라 할 수 있는 선조의 무덤이다. 임진왜란에서 질 것 같으니 나라를 버리고 명나라로 도망가려한 왕이지만 결국엔 이긴 전쟁이라고 선조라는 묘호를 받았다고 한다. 선조 시대에 훌륭한 인재들이 배출되었다고 하는데 류성룡, 이순신, 이항복, 이이, 이황, 정철, 권율, 한석봉 등등 조선시대의 대표 위인으로 뽑을만한 사람들 대부분이 선조 밑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 정도의 인력이 있었으니 무능한 왕이라도 나라가 망하진 않았나보다.


선조의 무덤인 목릉에서 나와 건원릉 입구를 지나 나머지 능들의 입구를 지난다. 같은 구조의 능들에 슬슬 질리니 왕릉은 적당히 보고 잘 닦인 산책로를 즐리는데 집중한다.


임진왜란으로 말아먹은 선조와 함께 병자호란으로 나라 말아먹은 조선 시대 최악의 왕으로 뽑히는 인조의 두 번째 부인인 장렬왕후의 릉인  휘릉이 있다. 인조는 첫 번째 부인과 함께 파주 장릉에 묻혀있다.


아주 구석에 있는 숭릉까지 가기엔 지친다. 어짜피 비슷한 무덤이 하나 더 있을 뿐이다. 혜릉 앞에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여기저기 잔뜩 돌아다녔더니 슬슬 발이 아프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숲을 즐기면서 입구로 돌아간다.


동구릉, 업무차 자주 방문하는 업체가 근처에 있어서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 전에 여주의 영녕능(세종대왕릉과 효종릉)을 다녀왔고 몇 년 전에는 경기도 화성의 융건릉(정조와 사도세자릉)을 다녀왔었다. 왕릉들은 그 왕들의 역사적 의의를 빼더라도 풍수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숲이 청량하고 공기가 좋아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들이다. 힘들게 등산하기는 싫지만 잘 정돈된 깨끗한 숲속 산책로를 걷고 싶을 때는 근처 왕릉을 찾아가보길 추천한다.


역사를 아는 것은 여행의 재미를 몇 배는 늘려주는 촉매이다.


융건릉을 다녀온 후, 마침 개봉한 영화 사도를 보러 갔었고, 동구릉을 다녀온 덕분에 지니님은 요즘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좀더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될 것이다.


나도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여행에서 내가 아는 역사의 일부를 발견하면 여행에 좀더 특별한 의미가 담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 둘은 항상 앞으로 여행할 곳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오직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영광 법성포 굴비 먹으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