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전시회 다녀오기
2019년 3월 1일
아직 나들이 다니기는 애매한 이른 봄이다. 미세먼지까지 최악인 날이니 실외 활동은 피하는 게 좋다. 이럴 때는 코엑스나 킨텍스의 전시회를 알아보고 가볼만한 것이 있다면 가보자.
나는 집에서 코엑스가 가까우니 주로 코엑스를 다녀온다. 코엑스의 전시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coex.co.kr/blog/event_exhibition
매년 2월 말에는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스포츠 레저 산업전인 스포엑스를 개최한다. 자전거도 타고 스쿠버 다이빙도 하는 우리는 거의 매년 가급적이면 스포엑스에 들러본다. 미리 사전등록을 하거나 초대권을 챙겨놓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코엑스의 대형 홀 4개를 사용하는 전시회라 그 규모도 상당하다. 원래 자전거가 한참 유행이던 몇 년 전에는 자전거만 따로 바이크쇼를 개최했는데 자전거 부분이 많이 축소되면서 스포엑스로 통합되어 버렸다. 참여 업체도 대폭 줄어들어 사실 자전거 자체 만으로는 그리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입구에서 사전 등록자 부스로 가서 입장표를 받는다. 이번에는 스티커 식으로 팔목에 간단히 차는 입장표를 받아서 차고 들어간다. A홀은 자전거와 캠핑, B홀은 캠핑카와 캐러밴, C홀은 헬스, D홀은 다이빙 위주이다.
A홀로 들어가면 바로 눈 앞에 자전거들이 있다. 예전에는 각 업체 별로 다양한 자전거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전거 업체마다 대표 모델 하나 씩만 놔둔 정도이다.
체레스타 그린색만 봐도 알 수 있는 비앙키, 경량 자전거로 유명한 트랙 에몬다, 몬드리안 패턴이 특징인 룩 등이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겨울 끝물이라 겨울 스포츠 업체 부스는 거의 안 나오는데 한 군데서 특이한 물건을 전시해놓았다. 스키에이트라는 스키장에서 타는 짧은 스키 같은 물건이다.
일반 자전거를 전동자전거로 바꿔주는 전동 자전거 킷 업체인 히든파워도 보인다. 작고 가벼운 사이즈의 전동 키트로 자전거의 타이어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나중에 브롬톤에 이 키트를 달아서 여기저기를 편하게 다녀보고 싶은데 마침 브롬톤 프레임 사이에 넣는 배터리 킷이 곧 판매된다고 한다.
내가 스노보드를 탈 때 착용하는 보호대인 파워텍터도 참가했다. 근처에 비슷한 종류인 지폼도 있다. 나는 산악자전거로 험한 코스에 갈 때는 지폼을 쓰고 스노보드를 탈 때는 무릎과 엉덩이는 파워텍터를 쓰고 팔꿈치만 지폼을 쓴다.
파워텍터에서 작년에 아이들용으로 보호대를 출시했다.
지나가다 특이한 제품을 보았다. 금속 휠 근처에 장착을 하면 힘 손실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라고 한다. 3~4시간이면 핸드폰을 완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말대로의 성능이라면 중장기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좋을 것 같다.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자전거 구동계와의 접촉이 없어서 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알루미늄이나 스틸 휠에만 가능하고 카본 휠에는 안된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눈에 띄는 펑크 안 나는 타이어다. 속이 꽉 차있는 만큼 아무리 가볍게 만든다고 해도 필연적으로 기존 타이어보다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몇 년 전에 보이던 물건들보단 훨씬 가벼워졌다. 이런 타이어는 펑크를 때울 줄 모르거나 막 다루는 생활 자전거에 쓰기 좋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공공 자전거 업체에서 이걸 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공공 자전거에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유지 보수하는 업체도 편하고 이용자도 바퀴가 주저앉아있어 탈 수 없는 경우가 없어질 테니.
무펑크 타이어 옆에는 웬 자전거용 로라가 있나 했는데 타원 체인링을 개발하는 도발에서 새로운 로라를 출시했다.
지니님과 나도 타본다. 기존의 로라들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신형 도발 체인링을 설치해놔서 페달링도 편하다. 예약해서 구입해보고 싶지만 우리 집이 좁아서 놔둘 데가 없다.
도발 사장님으로부터 이너 체인링을 선물 받았다. 올해는 오르막길 위주의 험난한 자전거 여행을 할 예정인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장님 감사해요~
나와 지니님이 즐겨 사용하는 루디 프로젝트도 참가했다. 신모델들은 비싸서 구입하기 힘들고 우리가 쓰던 제네틱이나 구형 모델들은 50%까지 할인해서 현장 판매한다.
우리가 애용하는 스털링 헬멧도 판다. 이제는 구형이 되어 겨우 9만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신형 헬멧들은 전혀 다르게 바뀌어서 우리 두상에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하나투어에서는 자전거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키나와 자유여행 상품도 있는데 갈 때, 올 때 자전거 포장은 전적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니 가장 중요하고 불편한 점이 해결이 안 된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구입을 고민하게 되는 사이클링 컴퓨터인 가민도 있다.
신형 다이브 컴퓨터도 출시했는데 내 눈에는 지니님이 쓰는 D6i가 더 이쁜 듯하다.
캐논데일과 브롬톤을 판매하는 산바다 스포츠에서는 전동자전거들을 가지고 나왔다.
캐논데일의 전동 산악자전거가 있어 체험도 해본다. 총무게는 22kg이라 묵직한데 실제로 달릴 때는 모터의 힘을 빌리니 쭉쭉 나간다. 모터를 꺼도 평지에서는 일반 산악자전거와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총 3단계의 전동 모드가 페달링을 보조해주는데 가장 강하게 두면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쭉쭉 나간다.
근처에 뭐가 시끄러워서 가보니 드론 축구 대회가 진행 중이다.
드론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룰을 몰라서 이해가 안 된다.
왜인지 모르지만 몇 년 전부터 포드 익스플로러가 전시되어 있다. 캠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오는 만큼 힘 좋은 고급 SUV를 홍보하려는 것 같다. 캠핑 캐러밴을 끌려면 이런 차가 편하겠지...
B홀은 캠핑카나 캠핑 캐러밴들이 전시되어 있다.
루프탑 텐트도 있고 다양한 캠핑 캐러밴들이 있는데 우리는 캠핑을 안 하니 큰 관심은 없다.
캠핑카용의 창문 시스템이 눈에 띈다. 창문에 블라인드와 방충망을 간단하게 전환하고 열 수 있다.
관절 서포터 관련 제품도 많다. 나도 무릎이나 허리 서포터 정도는 갖고 싶긴 하다.
전시 공간이 상당히 넓으니 걸어 다니다 보면 힘들고 지치는데 쉴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캠핑 의자나 대형업체 부스의 빈 의자에서 적당히 쉬어야 한다.
캠핑 쪽 옆에는 클라이밍 부스들이 있고 인공 암장에는 대회 출전하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서바이벌 용품 업체도 하나 들어와 있다.
무대 쪽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한다. 근육을 한껏 키운 출전자들이 보인다.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더 붐비기에 와서 보니 이번에는 여성 출전자들이다.
구석구석 열심히 키운 근육들이 멋지다.
홀C와 D는 3층에 있다. 내부에도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입장권만 있으면 외부로 나와서 올라가도 된다.
C홀에는 헬스 기구나 스피닝 머신들이 눈에 띈다. 여기는 스피닝 머신으로 인터벌 훈련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쪽에서는 스피닝이 역동적이다. 나도 스피닝을 6개월 정도 했는데 한 시간만 해도 정말 운동량이 엄청나다. 자전거를 안 타는 사람들은 처음 수업에서 거의 기어 나간다. 이 분들은 우리가 돌아갈 때도 계속하고 있었다. 대단!
트램펄린 같은 것으로 에어로빅을 하는 에어로 점핑 시연도 한창인데 방방 뛰는 것이 재밌다.
D홀의 반 정도, 전시회 전체로 보면 맨 구석에 다이빙과 수중 스포츠 부스들이 모여 있다. 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지니님도 애용하는 후드들...
어지간한 다이빙 장비 업체들은 다 나와있다.
A홀에서도 본 가민 다이브 컴퓨터가 여기도 있다. A홀에서는 이 제품은 여기서 설명해준다더니 담당자가 안 보인다.
우리나라 다이버들에게 요즘 인기인 헬리오스나 헬시온도 있다.
우리가 애용하는 장비 회사인 스쿠버프로도 있다. 우리가 쓰는 슈트나 BCD, 호흡기도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야 상급 제품을 쓰고 있으니 딱히 구경할 게 없다.
다이빙 쪽에서는 장비보다 리조트나 리브어보드 업체에서 손님 유치에 더 열심이다. 둘러보면 1천만 원짜리 여행 상품도 있다. 바닷물이 차가운 우리나라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려면 따듯한 나라로 여행 가거나 비싼 장비를 사야 하니 돈이 많이 드는 레저다.
마스크에 붙이는 서리방지 필름도 있다. 효과는 꽤 괜찮아 보인다.
자전거나 스쿠버 다이빙용 라이트를 만드는 업체인 라이칸에서 신제품이 나왔는데 내가 쓰기엔 너무 뚱뚱하다.
여기저기서 경품 행사를 하는데 할 때마다 근처는 난장판이 된다. 우리도 라이칸 경품 추첨에 응모해봤는데... 될 리가 없지.
스쿠버 다이빙 장비용 캐리어가 지니님 마음에 쏙 드나 보다. 인터넷 가격하고 큰 차이가 없어서 다음에 구입하기로 한다.
다이빙 라이센스 업체들도 총출동했다. 우리는 NAUI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데 NAUI 부스가 제일 초라해 보인다. SSI는 스마트폰 앱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부럽다.
이제 얼추 다 본 것 같다. 쉴 곳을 찾아서 헤매다가 의자에 앉아서 스크린 배드민턴 구경도 한다. 신기하긴 하다.
트레드밀이나 스피닝 머신들은 함부로 체험하면 안 된다. 겨우 내내 쉬다가 갑자기 운동하면 힘이 쭉쭉 빠진다.
이제 몸도 마음도 지친다. 전시장에서 빠져나와 9호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업체마다 기념품을 주거나 경품 추첨 행사도 하지만 운이 없는지 매해 참가해도 당첨된 적은 없다.
국내 최대의 스포츠 레저 전시회인 만큼 규모가 크다. 어느 한 가지 취미만 있다면 볼 거리가 많지 않지만 우리처럼 관심사가 여러 분야면 하루에 다 보기도 힘들 정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기존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신제품과 신기술들에 관심이 가고 이해도 빠를 것이다.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최근의 스포츠 레저 트렌드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따로 개최할 만큼 대규모였던 자전거 분야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캠핑이 차지했었는데 이젠 캠핑도 줄어들고 캠핑카나 캐러밴 쪽이 강세다. 아마 당분간은 지난해부터 지독하게 심해진 미세먼지 때문에 아웃도어 레저 스포츠는 점점 규모가 줄어들고 실내 스포츠들이 힘을 얻을 것 같다.
코엑스에서는 일반인들도 가볼만한 전시회들을 많이 개최한다. 나는 의료기기 전시회나 식품 전시회도 가끔 관람하러 다녀오곤 한다. 사람이 많은 만큼 실내 공기가 좋지는 않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 집에 갇혀 있기 싫다면 이런 나들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