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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28. 2019

존과 지니의 남한산성 나들이

서울 근교 가을 나들이

2018년 10월 27일



10월 말이니 완연한 가을이다. 캘리포니아에 다녀온 후로 거의 움직이지 않다보니 집 가까운 곳에라도 나들이 다녀와야겠다. 서울이라는 곳은 남북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에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으로 가는 등산로는 여러 군데에 있는데 우리는 시내 버스를 타고 마천동 버스 종점에 내려 성골마을 출발점에서 출발한다. 버스 종점에 내리면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등산용품 가게가 늘어선 골목을 줄지어 걸어가니 따라가면 된다. 골목 중간에 서울시 경계를 넘어 하남시 감이동으로 걸어가게 된다.


가는 길도 초입부터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예전에는 성불사 옆으로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등산로 입구에 안내판이 있다. 어떤 식으로 가든 남한산성으로 들어가서 성남 방향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원래 목표는 우익문인데 수어장대로 가는 이정표가 있어서 그리로 가보지만 결국 중간 갈림길에서 다시 우익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이전에 다녀온 길로 생각했을 때는 조금 힘들어도 운동화로도 갈 수 있겠거니 하고 지니님은 일반 운동화, 나는 산악런닝화를 신고 왔는데 그래도 등산로이기 때문에 기능성이 떨어지는 운동화로는 조금 불편한 듯하다. 산악런닝화야 당연히 문제없다.


등산로 입구부터 남한산성 우익문까지는 약 2 km 정도니 그리 길지는 않다.


캘리포니아 갔다온 이후로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거의 안했더니 지니님이 너무 힘들어한다. 이렇게 체력이 떨어진 것은 모두 미세먼지 탓이다. 주말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을 거의 못하니 큰일이다.


가을이라 파란 하늘과 단풍의 선명한 대비가 눈을 즐겁게 한다.


열심히 올라가다보면 성벽이 나타난다. 우익문이다. 여기서부터 남한산성 성벽 안쪽은 경기도 광주시이다.


우익문 안쪽에는 분장한 사람들이 뭔가 공연을 하고 있다. 인파가 많아서 자세히 들리질 않는다.


성벽에서 서울을 바라보니 좀 뿌옇다. 어릴 때부터 종종 올라와서 보던 풍경이라 시야가 항상 기대한 만큼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요즘은 특히나 뿌옇다.


성벽에서 풍경을 보고있는데 왠 공연이 한 차례 끝나고 부지런히 이동한다. 임금 분장을 한 연기자도 있다. 임금이라고 해봐야 선조와 함께 조선 최악의 왕으로 1,2위를 다투는 인조일 뿐이다.


공연은 스토리에 따라서 장소를 이동하면서 진행된다. 이참에 한 번 봐야겠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분께서 바위에 앉아있다.


공연이 시작되니 우아하게 사뿐사뿐 춤을 춘다. 이 역사 연극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남한산성에 오게 되면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남한산성의 중심부인 수어장대이다.


수어장대 입구에 빨간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지니님과 함께 사진에 담아본다.



수어장대에서는 오늘의 마지막 공연이 시작된다. 남한산성을 사수하라!라고 하는 역사 연극인데 이번 봄에 이전 스토리로 1부를 하고 가을인 이번에 2부 스토리를 한다고 한다. 꼬박꼬박 보려면 내년에 또 와야 하는 것인가...


수어장대에서는 항복을 권하는 신하와 결사항전을 해야 한다는 신하가 임금 앞에서 다투는 모습이 펼쳐진다. 처음부터 보질 못해서 자세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전체적인 병자호란의 내용은 알고 있으니 재미있게 볼 만했다. 이 연극은 해마다 내용을 바꿔서 한다고 하니 시기에 맞춰서 한 번 쯤은 남한산성에 들러야겠다.


남한산성 내부는 산책로가 아주 넓고 완만하게 잘 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종종 올라왔던 곳이라 내부 산책로는 대부분 알고 있는데 오늘은 성벽 바깥의 둘레길을 따라서 남문까지 가보기로 한다. 지니님에게도 힘들거라고 미리 경고를 했지만 가도 좋다고 확인받았다. 성에서 외부로 몰래 드나드는 용도로 사용했던 암문을 통해 성벽 밖으로 나간다.


성벽 바깥은 성벽을 따라서 좁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올라오면서 체력을 상당히 소모한 지니님은 여기서도 힘들어한다. 더군다나 성벽이란 것이 성문이나 암문이 흔한 것이 아니라서 남문에 도착할 때까지 다시 성벽 안 쪽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어찌저찌 등산로를 헤치고 나와서 남문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이곳까지 차가 다녔는데 산성 터널이 생기면서 차량 통행이 막힌 곳이다.


남문에서 성남 방향으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는 경기도 성남이다. 내려가는 길에는 약수터도 여기저기 있고 포장된 콘크리트길이라 그리 어렵지 않다. 어릴 적에 할머니에게 끌려나오다시피 억지로 약수터에 물 뜨러 다녔던 기억이 있다. 고작 약수터도 나가기 싫어했던 아이가 커서 이제는 전국,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백련사가 나타나면 반 쯤 내려온 것이다.


성남시 쪽 출입구에 도착했다. 뽕짝 소리도 들리고 꽤나 어수선하다. 30년 전이나 공원 정비가 많이 된 지금이나 풍경은 조금 바뀌어도 사람 사는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등산로 중에 하나인 남한산성을 가을 나들이로 가볍게 다녀왔다. 서울 근교의 산 중에서도 어렵지 않은 코스인데 특히 성벽 안쪽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 산책로라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을 한다면 버스나 승용차로 남한산성 로터리까지 이동해서 가볍게 걸을 수도 있고 좀더 힘든 등산을 한다면 검단 지맥을 따라서 한참 걸을 수도 있는 곳인 만큼 목적과 체력에 맞춰서 다양한 등산 코스를 고를 수 있다.


봄, 가을의 주말에는 경기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남한산성을 사수하라! 역사 연극까지 볼 수 있으니 보고 싶은 사람은 일정을 확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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