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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27. 2019

자전거 타고 계곡 피서

경반계곡 자전거 피서

2019년 8월 17일 경반계곡


지난번에 여름에 자전거 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침 일찍 타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원한 곳에 가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자전거로 여름을 즐기는 방법 중에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고 계곡에 피서 가는 것을 이야기하겠다.


슬슬 여름도 막바지이지만 아직 충분히 후덥 하니 자전거를 타고 피서를 가기로 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한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계곡으로 간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계곡들은 피서객들로 바글거리지만 자전거만의 기동성을 살려서 물놀이를 갈 수 있는 계곡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경반계곡으로 간다.

경반계곡은 가평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계곡이다. 연인산 아래 칼봉산의 계곡 중에 하나인데 칼봉산 너머의 용추 계곡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만 경반 계곡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계곡인 데다가 차로 강물을 건너야 하는 곳이라 그런지 피서객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사실 사람 많은 용추 계곡이라 해도 정체로 꽉 막힌 도로에서 차 사이로 요리조리 자전거를 타고 조심해서 올라가면 상류 쪽에는 시원한 곳이 많지만 그만큼 계곡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경반계곡으로 결정했다.


오늘은 남춘천에서 전철을 타고 가평으로 간다. 자전거 타고 계곡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짐을 간단하게 챙겨가거나 자전거와 몸만 가서 간단히 쉬다 오는데 나는 제대로 쉬려고 짐을 좀 챙겨서 패니어에 실었다. 어차피 편도 10km 정도라 짐이 무거워도 괜찮다.


경춘선 전철의 맨 앞뒤 칸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지만 누가 디자인했는지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다. 27.5인치 산악자전거 바퀴는 거치대에 안 들어가니 적당히 세우고 브레이크를 고정해놓는다.


경춘선 전철을 타면 가평까지는 금방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어렵지 않지만 지니님이 가장 지겨워하는 구간 중에 하나인 데다가 날씨도 더우니 전철로 간다.  


가평역에 도착했다. 여름만 되면 가평역은 피서객들로 바글바글하다. 기상청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이 하늘이 우중충하다.


가평역에서 바로 내려가자마자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가평군청 뒤로 경반계곡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원래 읍내에서 군것질거리를 좀 사갈까 했는데 그냥 달린다.


방음벽이 있는 내리막길 끝의 사거리에서 경반리, 칼봉산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이제 풀무고개라는 작은 고개를 넘어서 계속 직진하면 된다. 가평역에서 10km가 채 안된다.


경반천을 따라 깨끗하게 포장된 길을 달리면 점점 민가가 줄어든다. 달리다 보면 차들이 계곡을 건너야 하는 곳이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계곡을 따라서 더 올라가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명해진 경반분교 캠핑장과 경반사를 지나서 연인산 MTB 코스의 출입구가 나타나는데 양말을 벗고 계곡을 건너기도 싫고 근처의 우회 임도로 올라가기도 싫으니 적당히 계곡에 발 담글 곳을 찾아본다. 여기까지는 완전한 포장도로라 MTB가 아니라도 올 수 있지만 계곡을 건너가면 비포장길이 많다.


칼봉산 휴양림 올라가는 입구 다리 밑에 적당히 쉴 공간이 있다. 날벌레도 별로 없고 수량도 나쁘지 않으니 여기에서 쉬다가 돌아가기로 한다.


오늘 내가 패니어에 짊어지고 온 짐은 캠핑의자 두 개와 테이블 하나, 그리고 얼음물과 과일이 든 아이스백이다. 계곡에 캠핑의자를 설치해서 발을 담그고 있으니 온몸이 시원하다. 몸이 쫄딱 젖는 걸 싫어하다 보니 물속에 몸을 푹 담그는 건 잘 안 한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물속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전거에도 안 좋고 물도 오염시키는 일이니 자전거는 얌전히 놔두는 게 좋다. 근처에서 소란스럽게 놀던 사람들은 먼저 자리 걷고 떠났는데 쓰레기를 여기저기 버려두고 갔다. 기본적인 규범을 안 지키는 사람들은 항상 안 지키는 것이 습관이고 그걸로 피해 입고 눈살 찌푸리는 사람은 항상 따로 있다.


챙겨 온 복숭아도 하나 까먹고 3시간 정도 느긋하게 피서를 즐기다가 가려고 일어서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집에 갈 때가 되긴 했나 보다.


계곡 상류로 갈수록 물도 깨끗해지고 조용해지지만 깊이 안 들어간 이유 중에 하나는 칼봉산 휴양림 입구에 공중화장실과 매점이 있기 때문이다. 매점은 몰라도 화장실이 없으면 이래저래 불편할 수밖에 없다.


소나기도 그쳤으니 슬슬 돌아가기로 한다.


왔던 길로 가도 되지만 언덕배기를 올라가기 싫어서 가평군청 앞 큰길로 돌아서 가평역으로 간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많이 가는 계곡으로는 근처의 용추계곡과 양평의 사나사 계곡 등이 있지만 우리는 좀 더 한적하고 접근하기 쉬운 계곡을 다녀왔다. 전거를 탄 총거리는 20km도 안 되지만 자전거 타기보다 물가에서 쉬는 게 중요하니 딱 알맞은 듯하다.


이제 여름도 막바지다. 올여름에는 주말에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자전거를 제대로 못 탄 듯하다.  제 슬슬 가을이 오려하니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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