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시즌이 왔다. 남쪽 지방은 3월 말이면 벚꽃이 가득 피지만 중부지방은 지금이 딱 좋다. 벚꽃 구경을 겸해서 2020년 존과 지니의 자전거 여행을 이제 시작한다.
벚꽃을 보기 위해서 오늘은 경기도 여주시의 흥천면에서 출발해서 양평군 지평면까지 65km를 크게 한 바퀴 돌아온다. 매우 한적하고 조용한 코스다. 요즘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없는 곳을 돌아다니니 거의 완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셈이다.
자가 차량으로 이동하면 하루 종일 자전거 타는 동안 편하게 세워둘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면사무소 주차장이 최고다. 흥천면 면사무소에 주차해두고 출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경강선 전철을 타고 여주역에서 출발하거나 시외버스로 여주터미널에서 출발할 수 있다.
면사무소에서 출발하자마자 바로 읍내를 벗어난다.
흥천면에는 확실하게 멋진 벚꽃을 볼 수 있는 귀백리 벚꽃길이 있다. 333번 지방도와 만나면 바로 벚꽃길이 시작이다.
원래 여기 벚꽃길은 이맘때에 벚꽃 축제를 하면서 인파가 몰리는 곳인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벚꽃 축제가 취소되고 강도 높은 주차단속을 실시하면서 사람이 거의 없다. 사실 이런 벚꽃길은 남부 지방에선 꽤 흔한데 중부 지방에서는 그리 많지 않고 벚꽃이 많이 피는 곳은 축제까지 할 정도로 사람도 많이 몰린다.
축제가 취소되니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벚꽃길이 되었다.
귀백 사거리 로터리에서 333번 지방도를 따라서 좌회전하면 벚꽃길은 끝난다. 그래도 벚나무는 계속 나타난다.
풍성한 매화나무를 보니 해남 매화밭이 생각난다.
남한강에 가까워지면서 여주보가 보인다. 여주보에서 여주대교까지의 남한강 자전거길 구간은 노면이 영 좋지 않다. 333번 지방도의 차량 통행이 거의 없으니 이대로 하동교 삼거리까지 도로로 달린다.
여주 시내에서도 자전거길 옆으로 차도로 간다. 이 차도도 늘 한적하다.
오늘은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러 온 것이 아니다. 여주대교에서 자전거길로 강을 건너 북쪽으로 쭉 올라가야 한다.눈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그냥 아파트다. 서울에서야 고층 아파트가 흔한데 여기에선 혼자 우뚝 솟아 있으니 눈에 띈다.
여주대교를 건너 신륵사 사거리에서 신륵사로 우회전한 다음부터는 345번 지방도를 따라가야 한다.
신륵사는 사찰 자체도 유명한데 그 앞이 관광지로 조성되어 혼잡스러운 곳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오늘은 조금 한적해 보인다.
345번 지방도는 천송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꺾어진다. 길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직진하면 강천면으로 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용문으로 가는 방향이면 맞게 가는 것이다.
이제부터 지평면 읍내까지 한참 동안 직진만 하면 된다. 남한강 따라서 여주대교 건너고 지평까지 쭉 가서 이포보까지 돌아오는 오늘 코스는 길눈이 어두운 사람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만한 코스다. 길 가에 계속 화사한 벚꽃이 나타난다.
북내면을 지나서 마냥 달리면 된다.
광진 목장이라는 작은 목장도 있다. 봄이 오긴 왔는지 초지가 아주 파릇파릇하다.
수도권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로드바이크를 타던 산악자전거를 타던 용문이라는 지명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길은 지평을 거쳐 용문으로 이어진다.
엄청 화려하진 않지만 심심하진 않을 정도로 벚꽃이 계속 나타난다.
주암리를 지나면 이제 여주시를 벗어나 양평군 지평면이다.
서울은 개나리가 거의 끝물인데 여기는 아직 한창이다.
개나리가 한창이라 그런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 여기도 다음 주면 필 것 같다.
무왕리로 들어왔다. 무왕 1리를 지나면 지평 읍내 전에 짧은 오르막길이 있다.
길을 따라 가면 그대로 무왕 1리에서 S자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반년 동안 자전거를 안 탄 지니님이 슬슬 힘들어한다.
그래 봐야 정상에 표지석도 없는 짧은 고갯길이다. 어렵지 않게 올라온다.
쭉쭉 내려가서 월산저수지를 지나면 지평면 읍내에 도착한다.
지평면 읍내에 도착했다. 지평에서 유명한 것은 막걸리지만 자전거를 타야 하니 술은 마실 수 없다. 예전에 이미 마셔봤던 지평 막걸리는 내 입맛에는 그리 맞지 않는다. 점심은 여기 지평 시장에서 유명한 칼국수집에서 먹기로 했다.
칼만두를 주문했다. 심심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아주 맛있다. 지니님은 만두는 평범한데 칼국수가 맛있어서 또 오자고 한다. 칼국수가 맘에 들었나 보다. 안 그래도 지평을 지나는 코스를 2번 정도 더 올 예정이다.
점심 먹고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한다. 20여 km만 더 달리면 된다.일단 이천, 이포보 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간다.
70번 국도를 달리는데 나름 한적한 오늘 코스 중에서는 차량 통행이 조금 많은 편이다. 차들에게 신경 쓰일 즈음에 달리기 좋은 자전거도로가 나타난다.
차도 옆으로 똑같은 아스팔트 포장이 된 길이 한 차선 더 있으니 달리기 좋다. 시골에도 점점 전동 휠체어나 작은 탈것들이 늘어나니 이런 형태의 자전거도로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전거길은 곡수리 입구에서 끝난다.
별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벚꽃길이 자주 펼쳐진다. 이대로 70번 도로를 타고 달리면 이포보가 있는 이포대교까지 가게 된다.
이포대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량 통행이 많다.
이포보로 돌아서 건너갈까 하다가 그대로 이포대교의 인도길을 걸어서 건너간다.
다시 여주로 돌아왔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하늘은 빨리 어두워지는데 벚꽃은 딱 지금 만개했다. 기대하지 않고 나선 자전거 여행길에 벚꽃을 원 없이 보는 것 같다.
흥천 대교까지 복하천 옆을 따라간다. 333번 지방도를 따라 상천리 쪽으로 갔으면 벚꽃을 더 볼 수 있었을 테지만 충분히 즐겨서 그런지 아쉬움은 없다.
이름은 대교지만 작은 다리인 흥천교를 건너 출발점인 흥천면 사무소에 도착했다.
지난 알프스 자전거 여행 후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 전체적으로 아주 한적한 코스였고 차량 통행이 많아지는 곳에서 정확하게 자전거길과 만났다. 벚꽃도 실컷 보았으니 아주 훌륭한 코스라 할 수 있겠다.
하루 종일 자전거 타면서 우리 가까이 온 사람은 식당 할머니 한 분 밖에 없었으니 사회적 거리두기로 충분하지 않나 싶다. 우린 자전거 탈 때 워낙 한적한 시골로만 돌아다니니 언제나 사회와 거리가 있다.
존과 지니의 자전거 여행 브런치에는 이렇게 한적한 곳으로만 달리는 여행 코스가 얼마든지 있으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동호회 모임이나 사람 북적거리는 곳을 피해서 이런 식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