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자전거 봄나들이를 나간다. 이번에는 지난주에점심을 먹었던 지평에서 시작해서 원주 근처로 빙 돌아오는 84km의 코스다. 물론,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량 통행도 많지 않은 조용한 코스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의 지평 레포츠공원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사람은 중앙선 용문역에서 출발해도 되고 시외버스로 지평에서 출발해도 된다.
구름이 많고 바람이 조금 있는 날이다. 춥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반팔 져지와 반바지에 바람막이만 입고 출발한다.
일단 70번 국도를 따라 출발해서 양평 광탄리까지 달려야 한다.
양평군 광탄리의 광탄 삼거리까지는 금방이다. 처음 계획은 여기서부터 출발할까 했는데 화장실과 주차장 이용이 편한 지평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광탄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6번 국도를 향해 가게 된다.
당연하지만 차들이 100km/h를 넘게 질주하는 6번 국도는 자전거로 달릴 곳이 못 된다. 속초에 간다고 6번 국도와 44번 국도에서 차들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우리는 그런 위험한 도로는 가능하면 피한다. 6번 국도로 올라가는 길 옆에 자전거가 달리기 좋은 우회로가 있다.
바로 옆의 6번 국도는 빠르게 달리는 차들에 시끄러운 오토바이들까지 가세해서 정신이 없지만 이쪽은 참 한적하다. 이 길은 예전부터 종종 이용했던 익숙한 길이다.
계속 달리다 보면 굴다리를 지나서 6번 국도를 살짝 벗어나기도 하는데 결국 다시 6번 국도 옆으로 달리게 된다.
단월면 읍내 입구를 지난다. 단월과 용문은 수도권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은 오게 되는 곳이다.
수박이니 부추니 양평에선 농산물이 많이 난다. 농산물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나긴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독보적으로 유명한 농산물이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6번 국도 옆 샛길은 비룡 1리 근처에서 끊긴다. 이제 큰길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우회로로 빙 돌아서 청운면 읍내로 들어간다.
청운면에서부터 큰길은 44번 국도가 되고 6번 국도는 동쪽으로 나눠진다.6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해서 원주 횡성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개천 옆으로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면 되는데 길을 놓치고 도로로 가게 되었다.
이제 6번 국도이긴 하지만 한적한 길로 가게 된다. 더군다나 여기는 자전거 우선 도로다.
아까 다리 건너자마자 나온 자전거길과 여기에서 만난다.
6번 국도라고 해도 이런 조용한 구간도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차량 통행이 적으니 다행이다.
몰운고갯길로 양동으로 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거리가 너무 단축된다. 우리는 예정대로 원주 방향으로 달린다.
도덕 터널이 나타나고 자전거 위험 구간의 종점 표시가 있다. 직전의 삼거리에서 작은 길로 들어가면 터널을 피해서 도덕고개 옛길을 올라갈 수 있지만 오늘은 차량 통행도 적으니 이대로 터널을 돌파한다.
터널을 지나면 여기부터는 강원도 횡성이다. 6번 국도를 그대로 따라 가면 5번 국도와 합쳐지고 곧 횡성으로 가지만 우리는 원주 방향으로 갈 거다.
터널에서 나와 쭉 내려가면 풍수원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제 6번 국도에서 벗어나 409번 도로로 더 한적한 길을 달린다.
갈림길을 무시하고 계속 원주 방향으로 직진만 하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번에도 원주 방향으로 우회전이다.
딱 갈증이 날 때쯤에편의점이나타난다.꽤 달렸으니 잠시 쉬어간다. 우리 말고도 다른 자전거들이 여럿 지나간다.
이제부터 섬강을 만날 때까지 차 없이 쭉 뻗은 길이다.
옥계 대교가 나오면 다리를 건너서 섬강 자전거길로 합류해야 한다. 직진하면 나오는 옥지기라는 곳에서 도로가 끝난다.
섬강 자전거길로 들어왔긴 한데... 섬강 자전거길에서 가장 힘든 곳이라 할 수 있는 돼지문화원~간현 유원지 오르막길 구간이다.그리 높지는 않지만 은근히 경사가 있는 두 개의 오르막길을 거의 연속해서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라 섬강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체력 소모를 많이 한다.
우리는 하류 방향으로 가는 것이니 먼저 돼지문화원 언덕을 오른다. 2013년에 다녀갔으니 섬강 자전거길을 온 지도 꽤 되었다.
언덕 정상에는 돼지문화원이 있다. 정육식당부터 카페, 숙박까지 뭔가 다양하게 즐기는 곳인가 본데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사진 좀 찍어주려니 지니님은 숨도 안 돌리고 휙 지나가버린다.
원주 월송리의 월송교차로에서 잠시 섬강을 따라서 자전거길을 달린다.
오랜만에 섬강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다. 검은 가마우지들이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있고 섬강은 오늘도 조용히 흐른다.
자전거길이 차도와 합쳐지자마자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간현 유원지 뒤쪽의 언덕이다. 이 오르막길은 남쪽에서는 S자가 크게 보여 올라가기 싫게 생겼고 북쪽에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언덕 끝이 거의 보여서 올라가기 싫게 생겼다.
언덕 두 개를 넘었으니 이제 점심을 먹어야겠다. 간현유원지로 내려가면 식당들이 여럿 있다.
오늘 점심은 돈가스와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원주에서 유명하다는 다른 식당들과 비슷하게 여기도 유명하고 손님도 많은데 맛은 평범하다. 그래도 한 끼 잘 먹었다.
식당 앞에 동물 우리들이 있다. 토끼, 기니피그, 문조, 다람쥐, 다들 귀엽다. 덩치 큰 녀석들은 우리가 좀 더 컸으면 좋을 것 같다.
간현에도 제비들이 많이 왔다. 내가 제비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한데 시끄럽게 들리지 않는다. 나도 제비가 집 지을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
식사도 했으니 다시 출발이다. 간현 서쪽의 지정대교를 건너 88번 도로를 달린다.
잠시 섬강을 따라 달리다가 산속으로 들어간다. 이 88번 도로로 동여주IC 근처까지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 멈춰서 길을 자주 확인해야 하는 구불구불한 자전거 여행 코스는 흐름이 자꾸 끊길 수 있어 좋지 않은 여행길이다.
88번 도로 옆에는 기와집으로 된 사당이 있다. 의민공사우라는 사당인데 딱히 대단히 의미 있는 곳은 아니다. 기와집 치고는 깨끗해 보이는 것도 20여 년 전에 화재로 다시 지은 것이라 그렇다.
이제 양동 쪽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달린다.
솔치라는 이름의 입간판들이 보인다. 솔치라는 지명이 우리나라 여기저기에서 보이는데 여기도 솔치인가 보다.
이제 강원도 원주에서 경기도 양평으로 다시 넘어간다.
지난주에 여주에서 지평으로 한 바퀴 돌면서 아직 개화하지 않은 벚나무들을 보았는데 이제 대부분 벚꽃이 핀 것 같다.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만개한 벚꽃들을 많이 만난다.
솔치에서 양동으로 가는 낮은 오르막길 정상에 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양동 레포츠 공원까지 벚꽃길이 계속 나타난다.
양동을 지나서도 계속 88번 도로를 따라 달린다.
단석 저수지와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면 다시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길인 서화고개를 지난다.
이제 88번 도로를 벗어날 때가 왔다. 지난주에 지나갔던 주암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서 용문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서화고개를 넘어서 잠깐 여주로 들어왔지만 바로 여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지난주에 왔을 때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던 벚나무길이 이번 주에 만개했다. 서울하고 비슷한 위도라도 다른 곳은 대부분 서울보다 벚꽃이 늦게 핀다.
배나무까지 하얀 꽃을 피우니 달리는 맛이 난다.
이제 무왕리에서 짧은 오르막길 하나만 넘으면 지평 읍내가 나올 것이다.
지난주에는 중반부인데도 지니님이 힘들어하던 오르막길인데 그 사이에 체력이 올랐는지 아는 길이라 익숙해진 것인지 잘 올라간다.
이제 고생 끝이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서 월산 저수지를 지나면 지평 읍내다.
읍내에서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2km 정도 남았다. 잠시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수를 한 잔 하고 가기로 한다. 나는 당 보충을 위해서 커피 우유 큰 것을 하나 마신다. 운동 중에, 운동 직후에 마시는 당분이 높은 음료는 근육이 지치고 근육통이 생기는 것을 완화해준다.창 밖으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여럿 지나간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 마을길로 차를 세워둔 지평 레포츠공원까지 달린다.
자전거 타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고기가 먹고 싶다. 집 근처의 맛있고 저렴한 돼지갈비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자전거도 잘 타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 하루가 만족스럽다.
이번에는 경기도 양평군과 강원도 원주군 사이를 한 바퀴 돌았다. 자잘한 언덕길은 여러 번 있지만 엄청난 경사의 긴 오르막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봄맞이 몸풀이 라이딩으로 딱 좋은 자전거 코스였다.
작년에는 일부러 벚꽃을 찾아다니다가 몽땅 실패했는데 올해는 기대하지 않고 다닌 길에서 벚꽃을 잔뜩 즐겼다. 보통 4월 15일이면 강원도 북부도 어지간한 곳은 벚꽃이 만개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산속 골짜기에 5월 초까지 벚꽃이 개화하는 것을 종종 보지만 벚꽃길로 자전거 타는 것은 사실상 이번 주말이 마지막인 것이다. 올해 벚꽃 나들이는 충분히 한 것 같으니 이제 내년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