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강원 사이
2018년 6월 10일
지니님이 춘천으로 옮기고 나서 2년 차, 올해 부지런히 다닌 덕분에 이제 춘천 근처의 어지간한 코스는 거의 다 다녔다. 이번 주에는 근처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훈련을 목적으로 이전에 다녀왔던 양평 5고개를 가기로 한다.
양평 5고개는 수도권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는 동부5고개 다음으로 도전하는 훈련 코스라 할 수 있다. 농다치 외에는 낮고 완만한 언덕만 많은 동부 5고개보다 좀더 높고 경사가 가파른 널미재와 배내고개가 있으면서 거리도 좀 더 길다.
전체 경로를 보면 동부5고개와 마찬가지로 다섯 고개라 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선어치-농다치-한우재가 거의 한 덩어리로 뭉쳐 하나의 큰 언덕 같기 때문이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bicycletravel.tistory.com/34
설악면 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전철을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이 중앙선 아신역에서 출발해서 선어치, 농다치를 넘어 용문역까지 달리는데 우리는 차로 이동해서 춘천에서 가까운 설악면으로 간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도 서울 양양 고속도로로 설악면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설악면에서 출발하면 널미재부터 시작한다. 거의 외길이라 처음 가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달리다보면 근처 산 중턱에 커다란 궁전이 보이는데 어떤 종교의 중심 시설이다.
느랏재는 로드바이크로 올라가면 딱 훈련하기 좋을만한 만만찮은 경사의 오르막이지만 300미터를 조금 넘는 정도라 그리 길지는 않다.
이미 화악산과 다른 강원도 코스에서 단련한 지니님에게 널미재는 그리 어려운 언덕이 아니다. 널미재 정상부터는 강원도 홍천이니 강원도 표지판이 있다. 동부5고개가 경기도권의 훈련 코스라면 양평 5고개는 강원도 권역에 입문하는 코스라 할 수 있다.
널미재에서 내려가는 길은 3번 정도 헤어핀 코너가 있으니 조심해서 내려간다.
거의 다 내려가면 모곡까지는 중간 갈림길에서 질러가도 되는데 한서중학교를 지나 홍천강을 잠깐 거슬러 올라간다. 한서중학교로 가는 길에 잠깐 짧은 오르막이 있다.
시간이 지나니 슬슬 해가 높이 뜨고 기온도 올라간다. 목이 말라 모곡하나로마트에 들르니 마침 자전거 모임으로 온 20여 명의 자전거객이 마트 앞 그늘을 다 차지하고 음료를 먹고선 제대로 치우지도 않고 가버린다.
모곡교를 건너 모곡을 빠져나가면 다시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뒤에 보이는 멋진 산은 모곡리의 뒷산인 노고산이다.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대곡리 들어가기 전에 단월 양평 방향으로 345번 도로로 가야 비솔고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홍천 쪽으로 직진해도 단월까지 갈 수 있지만 비솔고개를 못가게 되고 비발디파크 입구 쪽이라 주말에도 항상 차들이 많이 다닌다. 웬만하면 비솔고개로 가자.
석간수 약수터에서 잠시 물을 마시고 간다. 이 코스는 전체적으로 숲 속을 달리는데도 중간중간 매점도 있고 약수터도 있어서 보급하기 쉬운 좋은 코스다.
소리산이 있는 산음(山陰)리는 이름 그대로 산그늘이 많아 시원하다. 울창한 나무터널이 이어지는 차 없는 길을 시원하게 달린다.
중간에 장승들이 잔뜩 서있는 공원도 있다.
나무숲 터널이 끝나면 비솔고개를 넘어야 한다. 널미재와 비슷한 300미터 급 오르막길인데 널미재보다는 조금 완만하다.
정상 쉼터에도 자전거 동호인들이 잔뜩 모여있다. 우리는 쉬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서 내려간다.
여름에도 나무가 많아서 시원하기에 달리기 나쁘지 않지만 사실 이 양평 5고개 코스는 단풍이 드는 가을에 오기 좋은 코스이다. 이 많은 나무들이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화려하게 변한다.
예전에는 단월 쪽으로 돌아갔는데 한참을 공사하던 말치골길이 포장이 되면서 단월을 들르지 않고 용문으로 바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말치골길 중간에 야뜨막한 직선 고갯길이 있다. 진고개였던가... 고개 이름이 있긴 한데 기억이 안 난다. 며칠 전에 다녀온 부다리 고개처럼 거의 직선으로 쭉 뻗은 고개다.
새로 낸지 얼마 안된 데다가 주요 차량 이동 경로에서 벗어나 있는 한적한 길을 시원하게 달린다.
용문산 관광지 입구인 덕촌리부터는 차들이 많아진다. 예전에 들렀던 쌈밥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원래부터 꽤 먹을만한 집이었는데 얼마 전에 방송에 나왔는지 손님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시끌벅적하다.
점심을 먹고 용문 방향으로 그냥 길을 따라 쭉 직진하면 용문역이 있는 용문을 관통해서 양평가는 길로 이어진다.
전철을 타고 아신역에 내려서 출발하면 대부분 용문역에서 전철을 타고 복귀한다. 전철 종점이라 자전거 싣고 앉아서 복귀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설악면에 주차해놨으니 아신역 근처까지 10여 km를 더 달려야 한다.
용문 읍내 출구 쪽에 레일바이크가 있어 달리면서 우측에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흑천이라는 개천을 따라 쭉 달리면 원덕을 지나 다리를 건너 남한강 자전거길로 갈 수 있지만 양평까지 너무 돌아가게 된다. 용문 입구에서 6번 국도로 들어가면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지만 터널도 있고 차들이 고속으로 위험하게 달려서 자전거로 가기엔 좀 안 좋다. 6번 국도를 최대한 피해가는 방법으로 용문을 관통해서 직진했던 길로 계속 직진해서 달리면 용문터널을 우회해서 6번 국도 옆 샛길로 양평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이 우회길도 약한 오르막을 두 번 넘어가야 한다.
대흥리부터 6번 국도 옆 샛길을 최대한 이용하자. 바로 길 왼쪽으로 6번 국도에 차가 쌩쌩 달린다. 길 옆에 자전거도로 표시가 있으니 초행길에도 찾기 어렵지 않다.
샛길의 마지막은 양평으로 빠지는 길이다. 양평 읍내에서 아신역 근처의 옥천면까지 남한강 자전거도로로 갈까 하다가 양평 중앙로로 양평 변두리를 짧은 거리로 빠져나가기로 한다.
관문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37번 도로를 따라가면 옥천면 읍내도 들르지 않는 최단거리로 농다치고개 입구로 갈 수 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이자 가장 큰 언덕이라 할 수 있는 농다치-선어치를 올라간다. 꾸준하고 완만한 언덕이라 길지만 그리 어려운 오르막길은 아니다. 길고 어려운 오르막길을 원한다면 바로 근처의 설매재를 올라가는걸 추천한다.
농다치-선어치는 유명산의 서쪽을 넘어가는 길이다. 유명산 정상 근처에 패러글라이드 활공장이 있고 길 근처에 착륙장이 있다보니 주말에 여길 오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정면에 유명산 활공장이 보인다. 오후에는 그늘이 없어서 무더위에 오르막을 올라갈 것을 각오했는데 점점 날이 흐려지면서 시원해진다.
삼거리 이정표가 나오면 농다치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중미산 삼거리가 농다치 정상이지만 선어치까지 내리막이 거의 없이 계속 올라가야 한다. 사실 농다치는 선어치의 2/3 지점 정도라 할 수 있다.
초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이 산맥을 따라 이어진다. 이 송전탑 중 하나가 선어치를 지나간다.
재설자재 보관시설을 지나면 선어치 정상이다.
선어치 정상을 지나가면 차를 주차해둔 가평군 설악면이다. 이제 설악면사무소까지 거의 내리막이라 할 수 있다.
쭉 내려가다보면 이쪽 방향에서는 내리막인 한우재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간다. 계속 내리막을 달리면 속도도 무시무시하게 빨라지는데 지니님이 평소답지 않게 빠르게 질주해서 내려간다.
설악면 읍내까지 쉽게 도착했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덕분에 시원하게 달렸다.
수도권 자전거 동호인들이 한강을 벗어나서 만나게 되는 대표적인 코스 중에 하나인 양평5고개 코스를 다녀왔다. 워낙 전국을 다니는 우리에겐 가볍게 갈 수 있고 적당히 운동할 수 있는 좋은 코스다. 훈련 코스로 추천하자면 동부 5고개를 먼저 다녀온 후에 가볼만한 코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