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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18. 2018

민통선 DMZ 자전거 여행

양구에서 화천까지

2018년 7월 7일


일기 예보를 보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인데도 날이 덥지도 않고 공기도 맑은 기적같은 날이 올거라고 한다. 이 좋은 날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이미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양구에서 화천까지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보통은 화천에서 양구로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양구에서 화천으로 달린다.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양구의 민간인 통제 구역 안쪽에 있는 두타연 출입 신청도 하고 화천의 DMZ 평화누리길도 통과할 수 있도록 가이드 신청도 해놓았다.두 군데 모두 반드시 신분증을 준비해야 한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bicycletravel.tistory.com/36


춘천 버스터미널에서 양구 가는 첫 차가 7시 10분에 있다.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양구 가는 버스를 타러 간다.


일찌감치 양구에 도착했다. 총 80 km 정도지만  들를 곳도 많고 쉬운 코스는 결코 아니니 이 글을 보고 초행으로 가려는 분들은 일찌감치 출발해서 시간을 최대한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양구 터미널에 군인들이 바글바글하다.


양구 읍내를 관통하여 출발한다. 460번 도로인 금강산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얕은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우회해서 하리 야구장 사잇길로 양구 선사 박물관 방향으로 가면 언덕없이 편한 길로 갈 수 있다. 언덕을 오르고 싶으면 나중에 3번의 큼직한 언덕을 올라가야 하니 힘을 아낄 수 있을 때 아끼자.


하리 야구장부터 축구장, 실내 체육관 등 다양한 체육시설들이 한 군데 모여 있다.


왼쪽의 호수는 파로호의 상류 부분이다. 저 멀리 강 건너편에 보이는 다리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 다리이고 그 다리에서 한반도 모양으로 만든 한반도 섬이 연결된다.


이 화려한 다리는 희망의 다리라고 한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그 전에 우회전해서 깨끗한 포장도로로 들어간다.


자전거길 같지만 자전거길 표시는 없는 깨끗한 도로가 나타난다.


길 옆에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것이 보였는데 똥강아지 세 마리다. 다가갔더니 강아지들도 어미개도 우리를 너무 반가워한다.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지만 마냥 같이 있을 수는 없다. 아쉽지만 작별을 하고 다시 출발한다.


이 자전거길은 군부대 근처에서 꺾여져 전혀 다른 방향인 해안면 가는 길로 이어진다. 중간에 죽곡2교로 자전거길을 벗어나 460번 도로를 따라 가야 한다.


먼저 두타연 방향으로 가고 그 다음에는 평화의 댐으로 가야 한다. 해안면 펀치볼은 이전에 이미 다녀왔다.


오늘 코스의 첫 오르막길인 학령이다. 해발 480여 미터 지점에서 도고터널을 통과한다. 도고터널 입구부터 방산면이다.


도고터널을 지나 내리막을 쭉 내려오면 고방산 교차로 로터리가 나온다. 여기서 두타연으로 간다.


어느 정도 달리다보면 군 검문 초소가 있고 그 옆으로 주차장과 두타연 이목정 안내소가 있다.


우리는 미리 출입 신청을 해두어서 간단하게 신분증 검사와 몇 가지 체크만 하고 군 검문소를 통과해해 두타연을 들어간다.


양구관광 홈페이지(www.ygtour.kr)에서 두타연 출입 신청을 예약할 수 있다.

양구관광 공식 홈페이지 - www.ygtour.kr


여기서부터는 군시설이 나오도록 사진 촬영을 하면 안된다. 사실 두타연 들어가는 길 주변에는 중요하다 할만한 군시설 자체가 거의 없다.


어느 정도 달리다보면 비포장길이 나타난다. 분명히 여기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인데 이런 비포장이라니...


적당히 달릴만한 노면을 골라서 천천히 달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MTB를 끌고 왔지....


길 주변에는 지뢰 주의 표시가 있으니 길을 벗어나면 안된다.


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해서 매점 앞에 자전거를 묶어둔다. 관광 안내소에는 안내사분들이 있지만 우린 2명 밖에 안되고 가이드 시간을 맞추기 힘드니 그냥 자유롭게 돌아보기로 한다.


입구에서 내려가자마자 두타연이 보인다. 작은 폭포와 폭포 옆에 동굴이 있다.


두타교라는 출렁다리도 있다.


두타교 다리 밑으로 며칠 전 비로 불어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그런데, 이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징검다리를 건널 수가 없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지뢰 체험장이 있는데 체험장이라기보단 지뢰 전시장이다. 사람들이 적은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얼른 통일이 되어서 군대 안 갔으면 좋겠다. 라고 쓰여진 것도 있다. 통일 되면 군대 안 갈 것 같니? 개마고원으로 가야지?


두타연 폭포를 위에서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오히려 너무 가까우니 두타연 전체보다는 무시무시하게 흐르는 물살만 보인다.


원래 이 두타연 계곡 물은 이 바위산에 막혀 두타연 주차장 쪽으로 빙 둘러서 흐르다가 오랜 세월 동안 물결이 바위산을 뚫어서 이렇게 흐르는 것이라고 한다.


근처에는 두타사 절터도 있다. 길을 걸으면서 두타사에 얽힌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메추라기 같아 보이는 녀석이 우리 앞에서 맴돈다.


아까 건너지 못했던 징검다리다. 물살이 상당히 거세다.


두타사 절터에서 좀더 올라가면 조각공원이 나온다. 다양한 작품들이 있고 탱크나 미사일도 전시되어 있다.


조각공원 위의 비포장길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자전거 표시와 함께 평화누리길이라고 되어 있다.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두타연을 보러 간다.


아까 올라갔던 두타연 폭포 바로 위의 저 전망대는 차라리 없었으면 어떨까 싶다. 멋진 자연풍경 사이에 인공물이 너무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저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썩 좋지는 않으니까 더더욱 쓸모없어 보인다.


이제 두타연을 빠져나간다. 로드바이크로 비포장길을 다시 빠져나가려니 영 귀찮다.


계속 목에 걸고 다니던 위치 추적기는 나가면서 반납해야 한다. 이제 두타연으로 들어갔던 로터리에서 두타연터널로 460번 도로를 따라 달린다.


양구백자박물관 뒤로 직연폭포가 있지만 꼭 들를 만큼 대단한 곳은 아니니 그냥 지나간다. 방산면사무소 앞의 편의점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는다. 근처에 식당이 좀 있긴 한데 그리 가고 싶은 곳이 없다.


계속 460번 도로를 따라 평화의 댐으로 간다.


이번에는 오천 터널을 넘어야 한다.


길 근처에 보호수로 지정되 200년 묵은 소나무가 있다.


오르막길을 열심히 올라가다 보면 오천터널이 나타난다. 여기도 도고터널과 비슷한 해발 480미터 정도 되는 오르막이다. 터널이 있는 조금 긴 동네 오르막이라고 생각하고 다녔는데 해발 고도를 알게 되니 그 동안 왜 힘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래도 한참 더워야할 날, 가장 더운 시간인데도 축복받은 날씨라 오르막을 올라가는 것도 시원하다.


평화의댐 정상과 세계 평화의 종을 보러 간다면 직진을 해서 오르막을 올라가고 유람선 선착장이나 비목 공원 등을 가려면 좌회전하면 된다. 우리는 DMZ 아카데미로 가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니 그냥 오르막으로 올라간다.


평화의 댐 정상부에 도착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여론 몰이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나도 어릴 적에 뭣도 모르고 평화의댐 공사 성금을 냈다.


세계 평화의 종이 있다. 잠시 들러본다. 에밀레종과 비슷하지만 4배 크게 만들었다고 한다. 마침 가이드가 설명도 해주고 타종도 한 번 한다.


세계 평화의 종이 있는 곳에서 평화의 댐이 보인다.  평화의 댐 상단부의 도로를 따라 화천 방향으로 가면 해산령을 넘게 된다. 이번에는 해산령을 넘지 않고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안동철교를 지나 한묵령을 넘기로 한다. 두타연과 마찬가지로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마침 자전거 가이드가 가능해서 전화로 문의를 해놓았다.

평화누리길 자전거 안내소 033-481-4920

화천군청 문화체육과 033-440-2248


평화누리길 자전거 안내소의 가이드 선생님이 가이드 중일 때는 전화를 못 받을 수 있다.


방산면사무소 앞에서 점심 먹을 때, 평화의 댐 DMZ 아카데미의  자전거 가이드 선생님께 오후 3시 쯤 도착할 것이라고 다시 연락을 드려놨는데 마침 답장이 왔다.


DMZ 아카데미에서 출입 관련 문서를 간단히 작성하고 생수도 얻는다.


비목공원에서 초소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가면 된다. 뒤로 평화의 댐이 보인다.


평화의 댐 북쪽의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은 출입이 엄격하고 전 구간 모두 사진 촬영 금지 구간이다. 또한, 중간에 주차를 하고 둘러보거나 하는 행동도 제한된다. 야생동물들이 길에 뛰어들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약초를 캐로 길 바깥으로 벗어났다가 지뢰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아주 청정 구역이고 차량 통행도 없는 멋진 길이지만 눈으로만 즐겼다.


안동철교를 지나 반대쪽 군초소를 통과하고 가이드 선생님과 작별을 한다. 원래 자전거객은 3인 이상 그룹만 다닐 수 있는데 가이드 선생님을 포함해서 3인인 덕분에 통과가 허용되었다. 각별히 신경써주신 DMZ 아카데미의 자전거 가이드 선생님께 감사한다.


이제 한묵령을 올라간다. 처음엔 완만하더니 점점 힘들어지는 고개다. 일정 후반부에 마주치면 아주 힘들게 느껴지는 타입이다.


화천이 꿀이 많이 난다더니 양봉통이 여기저기 많다. 청정한 곳에서 각종 꽃꿀이 모일테니 꿀이 맛있을 것 같다.


드디어 한묵령 꼭대기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는데 흑염소들이 퇴근하는 시간이다. 길가에서 풀을 뜯다가 도로를 질주해서 근처 농장에 쏙 들어간다.


내리막길을 거의 다 내려가면 아까 평화의 댐 상부로 이어지는 해산령길과 삼거리에서 만난다.


여기서부터 원래는 처녀고개와 딴산유원지를 지나 화천 산소길로 화천 읍내에 들어가는데 빙 돌아가게 된다. 중간에 산수화 터널로 얕은 언덕을 넘으면 바로 화천 읍내로 이어진다. 여기도 중간에 흑염소 목장이 있다.


산수화터널에서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서 화천 읍내에서도 그냥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 농협이 있는 가장 붐비는 곳에 화천 버스터미널도 있다.


오후 5시 조금 안되어 도착했는데 춘천 가는 버스가 출발 준비 중이다. 일단 목이 마르니 한 차 보내고 5시 30분 버스표를 끊는다.


터미널 앞 커피집에서 시원하고 달달한 음료수를 마신다. 자전거를 타고난 직후에 마시는 당분 있는 음료는 근손실을 막아주는 보약이다.


7월에 만나기 힘든 시원하고 청명한 날에 민통선의 청정 구역을 달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최고의 여행이라 할만했다. 80km 정도 밖에 안되는 코스지만 언덕도 3번 넘어야 하고 할 것도 많기 때문에 춘천이 아닌 수도권에서 오려면 최대한 일찍 출발해야 한다.


두타연과 평화의댐 민통선 구간 모두 관광 출입이 허가되면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우리 젊은 국군 장병들이 고생하는 곳이다. 출입 관리와 검문으로 일정이 지체될 수도 있지만 통제에 잘 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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