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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06. 2020

옥천 향수 100리 로드 라이딩

돌풍으로 중단된 멋진 자전거길

2020년 4월 25일


오늘은 옥천 향수 100리 자전거 코스를 달려보기로 한다. 대청호 근처의 옥천읍에서 출발하는 약 55km의 순환 코스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서 대전을 지나 옥천 IC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옥천 읍내다. 서울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니 가깝지는 않다. 출발 전에 일단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음식이 물쫄면이라 하길래 물쫄면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물쫄면은 특별하게 엄청 맛있지는 않지만 적당히 먹을만한 따듯한 국수다.


옥천군청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처음부터 바람이 꽤 불어서 오늘은 거리가 짧아도 조금 힘들겠구나란 생각을 했는데... 이게 조금이 아니었다.


옥천군청에서 북동쪽으로 달리면 구읍 삼거리 근처에서 정지용 생가로 갈 수 있다.


시인 정지용 생가터에 도착했다. 시인 정지용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그의 시인 향수와 고향 정도이다.


당연하지만 정지용 생가터에 안에서는 자전거 타기가 금지되어 있으니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가서 잠시 구경한다.


정지용 생가터는 평범한 시골 가의 모습 그대로다.


평범한 민가의 안방이다. 방바닥에 놓인 항아리 같은 것은 질화로다. 그렇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고 엷은 졸음에 겨운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그곳이 바로 여기다. 시인 정지용이 일본 유학 시절 그렇게 그리워하던 곳이다.


담벼락 밑에는 여러 화초들이 심어져 있다.


생가터 바로 옆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폐관 중이니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정지용의 유학 시절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향수>라는 시로 나타내었지만 정작 정지용이 돌아왔을 때, 고향의 자연은 그대로인데 고향 사람들은 변하고 자신이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정지용의 다른 시, <고향>에서 알 수 있다.


여기 정지용 생가터 앞에서부터 향수100리길이 시작된다. 대청호를 돌아서 다시 원점 복귀하는 55km의 코스다. 래서 그런지 정지용 문학관 앞 공터에도 다른 자전거인들이 여럿 있었다.


중간중간 갈림길마다 향수 100리 이정표가 있으니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교동 저수지를 지나 장계 관광지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벚나무가 풍성하니 벚꽃 시즌에 와도 좋을 것 같다. 동저수지에서 흘러나온 실개천이 마을을 휘돌아 나간다. 실 <향수>에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휘돌아 나가는 실개천은 정지용 생가 앞에서 동쪽으로 뻗은 다른 개천일 것이다.


일부 구간에는 노면 상태가 좋진 않지만 자전거길이 분리되어 있다.


국원리에서 37번 국도 아래를 지나면 소정 교차로까지 낮은 언덕길을 계속 오르락내리락 달린다.


대청호를 따라가는 길이지만 나무와 민가로 호수가 확 눈에 보이는 풍경은 아니다. 래도 전체적인 풍경은 아주 이쁘다.


소정교차로에서 마을길은 끝나고 37번 국도로 달린다. 중앙 분리대까지 있는 큰길이지만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는 않고 갓길도 넉넉하다.


장계 교차로에서 장계관광지 쪽으로 내려가면 37번 국도 옆으로 완전히 분리된 자전거길로 갈 수 있는데 그냥 직진해버렸다.


대청호는 대청댐으로 금강의 강물이 막혀 만들어진 호수다. 금강은 총 400km에 육박하는 크고 긴 강으로 금강 자전거길이 있는 하류는 총 거리 145km 정도로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전북 장수군에서 시작하는 금강의 상류는 엄청 구불구불 흐른다. 강과 낙동강을 발원지인 태백에서 하구까지 거의 '완주'했으니 조만간 금강도 완주해볼 생각이다.


인포 교차로에서 안남리로 가면 대청호를 벗어나게 된다.


안남 면사무소 방향으로 달리는데 맞바람이 엄청나서 자전거가 휘청거린다. 자전거를 타는 게 위험할  엄청난 강풍이다.


바람을 피해 연주 1리로 들어왔다. 면사무소 앞은 시골이라도 가게나 식당들이 조금씩 있다. 여기도 주 작은 동네지만 식당도 슈퍼도 카페도 있다.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에 동네에 하나뿐인 카페로 들어왔다. 에이드를 두 잔 주문했는데 탄산이 약하다.


이 카페는 점심에만 잠깐 여는 집이다. 다시 출발하려고 나왔는데 여전히 강풍이 휘몰아친다.


가로등 꼭대기의 소형 풍력 발전기인지 그냥 바람개비인지가 강풍을 맞아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자전거 타기를 중단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다시 출발한다. 출발점에서 약 20km를 달린 지점이라 돌아가기도 계속 진행하기도 애매한 데다가 교통도 안 좋은 곳이라 돌아 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 종미리에서부터 청마대교를 지나 합금교차로까지 강에 붙어서 강변길로 갈 수 있는데 노면이 좋지는 않은 편인 데다가 바람이 심하니 우리는 575번 도로로 계속 직진한다. 이 강변길 구간 때문에 로드보다는 MTB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로드바이크로 달릴 때는 한 동안 575번 도로만 따라가면 된다.


금강과 푸른 산을 보면 즐겁긴 한데 가끔 불어오는 돌풍이 위협적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길이라 다행이다.


합금교를 건너면 비포장길과 다시 만난다. 다음번에는 산악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비포장길로 달려볼 생각이다.


금강을 따라서 계속 달린다. 도로 옆으로 재미있는 그림들이 계속 나타난다.


향수100리 이정표도 계속 나타난다. 길 찾기가 어렵지 않은데 이정표도 계속 있으니 초행길에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합금리 벽화마을은 향수 100리 자전거길 옆에 벽화를 꾸민 것이라 그런지 벽에서도 자전거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보인다.


벽화 마을이 끝나고 575번 도로는 금강을 살짝 벗어난다. 우리는 마을길로 계속 강을 따라가면 된다. 딘가 비슷한 풍경이라 슬로베니아에서 사바강을 따라 달리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지금보다 도로도 안 좋았고 지니님도 없었다.


여기 원당교를 건너서 고당로를 따라 달리면 된다.


큰 고가도로가 보인다. 경부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면 이제 금강길도 거의 끝이다.


우산2리에서 마을길로 들어가야 한다. 마을 안쪽 길은 그리 좋지 않지만 오르막길도 없이 금강유원지로 통한다. 쪽 길로 가면 금강 휴게소로 바로 갈 수 있지만 초행길에는 오른쪽 마을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금강휴게소와 금강 유원지가 보인다.


금강유원지에는 작은 보가 있다. 이 보를 통해서 강을 건널 수 있는데 주변 경치가 좋아서 명소가 되어버렸다.


거친 바람에 시달리면서 달렸으니 금강 휴게소에 들러서 쉬고 싶다. 금강 휴게소로 가려면 계단을 오르거나 차도로 빙 돌아가야 한다.


차도로 금강휴게소에 들어간다. 금강휴게소는 말 그대로 경부고속도로의 휴게소라 입구에 톨게이트가 있는데 자전거가 드나드는 좁은 통로가 있다. 금강 휴게소와 작은 보 덕분에 이곳은 경부고속도로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고속도로 진출입에 회차까지 가능한 곳이다.


웨이크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물살을 이용해 점프를 할 때마다 휴게소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바람이 범상치 않다. 휴게소에 빠져나가자마자 엄청난 강풍에 자전거가 이리저리 밀리고 자갈과 모래들이 얼굴을 때린다.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옥천읍내까지 겨우 15km 남짓 남았지만 안전을 위해서 여기까지 달리기로 한다. 아무리 경치가 좋고 코스가 좋아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릴 수는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 40km 정도 달려서 향수100리 코스의 대부분을 돌아보았다. 다음번에는 MTB를 가지고 와서 여기 금강 휴게소에서부터 출발해야겠다.

강풍을 피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옆 도로공사 쉼터로 대피한 후에 지니님이 자전거를 지키고 나는 택시를 불러 옥천군청에 세워둔 자동차를 가져왔다.


시인 정지용의 <향수>와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코스를 출발하기 전에 <향수>와 <고향>을 한 번 정도 읽고 출발한다면 눈에 보이는 경치가 좀 더 새로울 것이다. 이 시에 곡을 붙여서 이동원과 박인수가 부른 <향수>를 들어도 좋다. 사대강 중에서 섬진강과 더불어 금강은 참 아름다운 강이다. 수도권에서 일부러 멀리 찾아 와서 겨우 50km 남짓 타는 길이지만 한 번쯤은 와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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