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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11. 2020

삼천포로 빠진, 삼천포에 빠진 자전거 여행

자전거로 남해 한 바퀴

2020년 5월 1일



4월 30일부터 추석과 설을 제외하면 올해 일하다고 할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이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서울에서 쉽게 가기 힘든 남해로 간다. 일찍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도 역시나 연휴 첫날의 고속도로는 어마어마하게 막힌다. 그래서 첫날은 남해 창선교 입구 지족삼거리에 도착해서 쉬고 둘째 날부터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남해군의 남해 인코스 자전거길이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74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자고 아침식사를 한다. 징검다리 연휴라 그런지 원래 평일인 오늘은 숙박비가 그리 비싸진 않다. 친절한 주인 내외와 깔끔한 시설, 그리고, 단하지만 먹을만했던 조식까지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아침을 먹었으니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해야겠다. 사천에서 바다 건너 창선도를 지나 창선교를 건너오면 삼동면이다.

창선교 주변 바다에는 나무로 된 부채꼴 모양의 그물 함정이 있는데 이를 죽방렴이라 하며 이 죽방렴을 이용해서 멸치를 비롯한 다양한 물고기들을 잡는다고 한다.


코로나로 운영이 중단된 죽방렴 홍보관 옆에 화장실까지 있는 넉넉한 주차장이 있으니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남해에는 이렇게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다. 우리는 4번 지족 근처에서 출발해서 1번 충렬사 근처의 남해대교로 올라가서 하동과 사천을 거쳐 다시 지족으로 돌아오는 96km의 순환 코스로 달린다. 초보자라면 2번에서 4번 사이의 빨간 줄로 된 코스가 가장 쉬우면서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참고하자.


날이 약간 흐리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다. 


바닥에 자전거길 표시가 있으니 그 표시만 따라 가자. 바닷가에서는 바다에 붙어가는 편이 풍경이 조금이라도 더 좋으니 순환 코스를 시계 방향으로 달린다.


삼동면 읍내를 빠져나오면 끄트머리에는 작은 섬으로 다리가 놓여 있다. 농가섬이라는 이름 그대로 섬에 농가가 한 채 있는데 입장료로 3000원을 내면 섬에 들어가서 차 한 잔 할 수 있다고 한다. 은 섬에 잠깐 들어가서 차 한 잔 마시는 비용으로 3000원이라... 섬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막고 나름대로의 수익을 얻기 위한 섬 주인의 방법인 듯하다.


농가섬 뒤로 장구섬과 섬북섬이 나타난다. 곳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남해 지구 쪽으로 그만큼 경치가 좋다.


바닷가 자전거도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출발점이었던 지족마을부터 남해대교 아래의 노량마을까지 한동안은 언덕이 거의 없으니 초보자들도 탈만할 좋은 자전거 코스다.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면 19번 국도와 잠깐 만난다. 큰길이라고 당황할 필요 없다. 큰길에 올라가자마자 다 갈림길에서 고모리 해안도로로 바로 빠져나간다.


계속 작은 어촌마을들이 나타난다.


갯벌에는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길래 사진을 좀 찍으려 했더니 그 사이에 지니님이 저 멀리 가버린다.


멀리 가버린 지니님 뒤로 남해 읍내가 보이는데 해변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보니 들를 일이 없다.


지니님을 얼른 쫓아갔다. 광두마을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작은 항구가 있는 막힌 길로 가게 된다. 이런 구간이 몇 군데 있으니 자전거길 표시를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길이 좋아서 그런지 우리 말고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은근히 보인다. MTB를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길이 깨끗하고 달리기 좋다는 것이다.


종종 나타나는 조형물이나 벽화도 멋진 경치와 함께 볼만하다.


창고 벽에 남해 시금치와 마늘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동네는 시금치와 마늘이 많이 나나보다.


빨갛게 이쁜 다리가 보인다. 게섬으로 들어가는 게섬다리라는데 완공한 지 얼마 안 되었나 보다.


모천마을에서 자전거길 표시가 해변을 벗어나 농로로 이어지는데 자전거길 표시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해변길로 진해도 되긴 하지만 얼마 안 가서 길이 끊어지고 농로를 통해 합쳐진다.


마을길을 따라서 문항마을과 옥동마을을 지나면 다시 바닷가로 이어진다. 슬 쉬고 싶은데 워낙 해변의 작은 마을들로만 이어져서 쉴만한 매점이나 카페가 안 보인다.


봉우에서 한 번, 왕지에서 한 번, 다시 수원늘에서 한 번, 마을길로 짧은 오르막을 번 올라가야 한다. 짤막한 오르막길이 종종 나오지만 예전에 완도, 고흥 쪽에서 낙타 등에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쉬운 길이다.


수원늘을 지나면 하얀 등대가 하나 있다. 왕지마을의 왕지등대다. 여기가 낚시 명소인지 낚시꾼들이 바글바글하다. 낚시꾼들이 우리가 가는 도로 근처에서 날카로운 낚싯바늘을 휘두르는 모습이 영 불안하다.


왕지등대가 있는 작은 언덕길을 넘으면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보인다. 가까운 작은 다리가 남해대교, 뒤의 커다란 다리가 노량대교다. 해대교가 상대적인 것이지 대교의 이름처럼 결코 작지 않은 연륙교다.


왕지등대에서 노량마을까지 울창한 벚나무 터널이 이어진다. 여기도 유명한 벚꽃 명소라고 한다.


노량마을을 지나간다. 오늘 코스는 전체적으로 큰 마을을 거의 지나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쉴만한 공간이 있는 여기 노량마을에서 쉬었다 가면 좋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노량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크게 격파하고 전사하였던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그래서 해변에서 거북선도 볼 수 있다.


노량마을의 끝, 남해대교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서 오르막길로 올라가면 남해대교를 건널 수 있다.


노량대교가 생기면서 대부분의 차량들은 노량대교를 통해 다니고, 우리는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 않은 남해대교를 차도로 달린다.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현수교라고 한다.


남해대교를 건넜으니 이제 육지인 하동군 금남면에 도착했다. 섬진강 자전거길을 다녀간 이후에 오랜만에 하동군에 온 셈이다. 노량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경충로 큰길에서 벗어나 구노량길로 달리는데 어차피 터널 지나서 다시 합쳐진다.


큰길을 아주 잠깐 달리다가 바로 연화마을 방향으로 빠진다. 조금 외진 곳의 모텔 뒤쪽으로 돌아나가면 바다와 합쳐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해변길을 계속 달리게 된다.  


중평마을을 지나가는 중평해안길로 한동안 평평한 해안도로를 달린다.


슬슬 쉴 때가 되었는데 쉴만한 마을이 없다. 중평마을도 근처에서는 큰 동네이긴 한데 매점이나 가게는 없는 곳이다. 역시 아까 노량에서 쉬었어야 했나 보다.


결국 좀 더 달리다가 길을 잘못 들어간 술상이란 곳에서 잠시 쉰다.


재미있는 이름의 동네가 많다. 아까는 술상인데 여기는 발꾸미라고 한다.


진교 읍내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리를 건너 사천시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사천시 서포면이다. 출발할 때 점심을 서포면 읍내에서 먹기로 했다. 서포면 경계에서 읍내까지는 은근히 거리가 있다.


이제 그나마 큰길이라 할 수 있는 1003번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여기도 풍성한 벚나무가 많다. 이 순환 코스를 4월 초에 왔으면 벚꽃으로 굉장했을 것 같다. 지만, 5월 초의 현란한 신록도 충분히 아름답다.


남쪽 동네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대나무숲도 지난다.


면이라는 행정구역이 그리 넓은 게 아닌데 은근히 길게 느껴진다. 슬슬 배고프고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서포면 읍내가 보인다.


서포면 읍내도 꽤나 작은 마을이지만 면소재지라 그런지 식당, 편의점, 하나로마트, 슈퍼 등 있을 건 다 있다. 여기 콩나물국밥집이 맛있다길래 한 번 들어가 본다.


나는 콩나물국밥집 중에서전주의 왱이집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는데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꽤 먹을만한 콩나물국밥집이다.


밥 자체의 양은 많지 않지만 추가로 주문한 계란말이 덕분에 배가 부르다. 계란말이는 사진으로 보기보다 양도 많다.


이제 사천대교를 건너야 한다. 서포면에서 58번 도로로 가면 사천대교와 바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터널도 있다. 우리는 서포면 읍내를 관통하는 한적한 우회길로 간다.


구포마을을 지나 바닷가로 나오면 사천대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교 입구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보인다.


사천대교도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무리 없이 건넌다.


사천대교를 건너자마자 옆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있어 이 길로 가면 해안도로로 바로 빠질 수 있다.


이렇게 사천대교 바로 아래로 가면 이쁘고 평탄한 해안도로가 나온다.


해안도로의 끝에서 삼천포 장례식장 직전의 사잇길로 빠지면 언덕 하나를 넘어서 다시 해안도로를 달릴 수 있다.


이정표처럼 1003번 도로를 달리다가 실안해안도로로 빠지면 된다.


내려가는 길이 애매해서 조금 더 가서 해안도로로 빠졌다.


실안해안도로를 잠시 달리면 바다 위로 케이블카 주렁주렁 달려있고 그 뒤로 삼천포대교가 보인다.


삼천포대교 들어가기 전에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고 그 앞에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있다. 편의점도 있으니 여기서 쉬었다 간다. 아무래도 마지막 휴식 포인트일테니 느긋하게 음료수 한 잔 하면서 쉰다.


이미 어제 자동차로 남해에 들어가는 길에 이곳을 지나면서 이곳 교통 상황을 대충 알고 있다. 인도가 좁은 구간이 있고 도로에 갓길도 여유가 없으니 사천대교 초입은 인도로 걸어서 올라간다.


케이블카는 삼천포대교를 건너 초양도까지 간다. 삼천포대교는 하나로 보이지만 중간에 모개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정확하게는 삼천포대교는 모개섬까지이고 모개섬부터 초양도까지는 초양대교라고 한다.


초양도에서 늑도 가는 다리는 늑도대교다.


초양도 선착장이 잘 보인다. 우리나라 치고는 잘 정돈된 깨끗하고 이쁜 작은 항구다. 남해는 특히 바다가 깨끗하고 어촌이 잘 정돈된 듯하다. 그만큼 바다 풍경이 살아난다.


늑도대교를 건너 들어간 늑도는 아주 작은 섬은 아니다.


여기서 창선도로 들어가는 창선대교를 타면 이 긴 연육교 연도교의 연쇄가 끝난다. 삼천포대교 입구부터 창선대교 끝까지 건너는데 약 3.5km 정도 된다.


황금연휴 두 번째 날이라고 오늘도 3번 국도는 차들로 꽉꽉 막힌다. 어제도 그랬다. 여기서 차들을 피해 1024번 도로로 빠져야 한다.


창선대교부터 1024번 도로로 창선교까지 달리는 구간은 바다도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연휴라 그런지 차량 통행도 은근히 있어서 그리 재미있지 않다. 코스를 구성할 때 가능하면 지루한 구간을 초반에 달리고 멋지고 재미있는 구간을 후반에 두어야 좋은데 코스 구성을 조금 잘못한 것일까...


아침에 출발할 때 지나갔던 농가섬이 보인다.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창선교 입구인 지족삼거리를 500m 남겨두고 아까 우릴 추월해갔던 자동차들이 줄줄이 밀려있다.


차들이 한참 밀려 있으니 사람이 걷는 것보다 느리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슬슬 끌고 차들 옆으로 걸어 지나간다. 아까 사천에서 창선도에 들어올 때 건넜던 다리는 창선대교, 창선도에서 남해 읍내로 빠져나가는 다리는 창선교다.


창선교를 건너 하나로마트에서 우회전해서 처음 출발했던 죽방렴 홍보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원래 한가한 곳 같은데 캠핑카 모임이 있는지 몇 대의 캠핑카가 주차장 한쪽을 완전히 점령하고 시끌시끌하다. 얼른 자전거를 정리하고 자리를 뜨기로 한다.


자전거를 차에 싣고 숙소를 예약해둔 광양읍으로 가서 저녁으로 한우 육회 비빔밥을 먹는다. 가격은 저렴한 편인데 육회 양이 많고 밑반찬도 맛있었는데 직원 응대가 수준 이하여서 아쉬웠던 식당이었다.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라는 말이 있다. 중간까지 잘 가다가 길을 잘못 들다는 뜻으로 많이들 쓰는 말이다. 우리는 큰 기대 없이 삼천포에 왔는데 잘 왔다. 삼천포에 잘 가서 즐겁게 잘 놀았다.


이번 95km 코스의 유일한 단점은 보급할만한 곳이 그리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동면 하나로마트, 노량마을, 사천군 서포면 읍내, 삼천포대교 북단 입구가 보급할만한 주요 포인트다. 이 글을 보고 다녀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삼천포대교 북단 입구나 서포면 읍내, 혹은 남해대교 북단 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출발해서 가장 재미있고 풍경이 아름다운 지족-남해대교 구간을 후반부에 달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 쉽게 타고 싶은 사람이라면 방죽렴 홍보관이나 창선교 아래에 주차하고 선소 혹은 남해대교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좋을 것이다.


남해바다는 서해바다나 동해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고 그중에서도 남해군 쪽의 바다는 특히나 경치가 좋으니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립공원이 된 것이다. 바다에 가면 특유의 바다 비린내가 있다. 그 비린내의 정체는 해조류와 수중 생물들이 죽어서 부패한 냄새인데 깨끗한 바다에서는 그런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남해도 그런 깨끗한 바다 중에 하나다. 우리나라는 농어촌에 가면 정돈되지 않은 지저분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곳 남해는 작은 어촌마을 하나하나가 깨끗하고 아름답다. 깨끗한 바다를 깨끗하게 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런 경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일 하루 더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내일은 어떤 코스가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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