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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18. 2020

여수 고흥 연륙교 자전거 여행

새로 개통된 5개 다리로 여수에서 고흥까지

2020년 5월 2일


올해 2월 28일 오후 3시부터 여수 화면에조발도, 낭도, 둔병도, 적금도의 네 개 섬을 지나 고흥까지 연결하는 5개의 다리가 완전히 개통되어 여수에서 고흥까지 77번 도로를 따라서 바로 바다를 건너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자전거로 이 5개의 다리를 건너가 보기로 한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으니 달릴 만큼 달리다가 비가 오면 과역에서 시외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오기로 한다. 순천만 습지 주차장에서 자만을 돌아 달리면 역까지는 77km, 다시 순천으로 돌아오려면 120km 정도의 거리다.


지니님이 광양읍에 새로 생긴 호텔을 찾아예약하고 가보았더니 깔끔한 시설에 조식까지 무료다. 여기를 2박 예약하길 잘했다. 오늘 코스는 중간에 쉴만한 곳이나 식당이 얼마 없으니 조식을 최대한 든든히 먹는다.


출발은 순천만습지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3천 원의 주차비를 지불했지만 하루 종일 편하게 주차하고 화장실도 쓸 수 있으니 좋다.


여기에서 여수 방향으로 가려면 순천만 자전거길로 조금 올라가야 한다. 참 오랜만에 순천만 자전거길을 달린다.


여수 방향으로 가려면 동천1교로 순천동천을 건너야 한다. 동천1교를 건너서부터는 일반 차도를 달려야 한다.


농로를 적당히 달려서 863번 지방도로 합류하면 당분간 863번 도로만 따라가면 된다.


바다에서 조금 떨어져서 이어지던 863번 도로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부터 여수시 율촌면이다. 바다와 붙어서 가는 해안 도로 구간이 그리 길지 않다.


잠시 보이던 바다는 다시 언덕에 가려진다.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농기계 전용 도로가 있어 차들을 피해 달리기 좋은 구간이다.


율촌면 다음에는 소라면이다. 소라면에 들어가자마자 마주치는 작은 언덕 하나 넘자마자 오른쪽 마을길로 빠지면 여기에서부터 자전거 우선 도로가 시작된다.


복촌이라는 작은 어촌부터 자전거길이 시작되었다.


자전거길을 즐겁게 달리려는데 근처 작업장 같은 건물 구석에서 혼자 노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하루 종일 혼자 노는 녀석이라 심심해서 그런지 처음엔 잠깐 경계하더니 금방 엉겨붙는다. 이럴 때를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강아지 간식을 조금 먹이니 신났다. 시골 강아지들에게 애견 간식은 첨 먹어보는 신기하고 맛있는 음식이라 가지고 다니면 친해지기 좋다.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 마냥 강아지하고 놀 수는 없다. 다시 출발한다.


자전거길은 자전거 전용 차선이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하고 863번 도로와 분리되기도 합쳐지기도 하면서 이어진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니 잘 따라가면 된다. 여수와 고흥 사이의 여자만은 해안선이 복잡하여 어떤 곳이 섬이고 어떤 곳이 육지인지 헷갈린다. 지니님 앞으로 보이는 곳은 이정표에 표시된 궁항 마을이고 뒤에 보이는 것은 하트 모양의 모개섬이다.


궁항마을 들어가기 직전에 삼거리에서 계속 큰길을 따라 달려야 한다.


대충 지어놓은 다리 같은 것은 섬달천도로 들어가는 달천교다. 당연히 저길 건너서 섬으로 들어가진 않는다  



가사마을에서 뚝방 위 자전거길이 자전거도로 안내판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도로 안내판이 오히려 자전거 도로 입구를 가려 통행을 방해하다니 참 없으니만 못한 안내판이다. 덕분에 지니님은 멈추라는 내 말을 못 듣고 혼자 한참을 달리다가 돌아온다. 자전거길을 못 보아도 바로 아래 차도로 우회전만 했어도 되는 것을...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뚝방 자전거길로 달린다.


열심히 달리는데 이 코스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쉴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시골에는 가게나 식당은 주로 면소재지 쪽에 몰려 있는데 면소재지는 산너머에 있고 해안 자전거 코스는 해안의 작은 어촌마을만 둘러 지나간다. 슬슬 쉬고 싶어 졌는데...


그때 옥적마을의 옥적슈퍼가 나타난다. 슈퍼이면서 휴게소라 그런지 간단한 식사도 팔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음료수를 한 잔 하면서 쉬어간다.


옥적 마을에서 바닷가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있는데 아무래도 살짝 길이 안 좋을 것 같다. MTB였다면 그리로 갔겠지만 로드바이크니까 조금 돌아가도 원래 가려던 도로로 달린다.


서촌마을부터 낭도대교가 이정표에 표시된다. 5개의 다리 중에 여수에서 이어지는 첫 번째 다리는 조화대교인데 정표에는 낭도대교만 표시되어 있다.


이정표에 대교가 표시된 것이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서촌마을에서 벌가마을을 지나 낭도대교 가는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낙타등 코스였다. 실, 어제 달린 남해 자전거길과 여수 구간의 자전거길은 남해안 자전거길 치고는 매우 평탄하고 달리기 좋은 길이었을 뿐... 원래 리아스식 해안 지형의 특성상 남해안의 도로는 이렇게 낙타등 코스가 많다.


꼬불꼬불한 낙타등 코스를 달리니 멀리 조화대교가 보인다. 이번 2020년에 완전 개통된 여수- 고흥 간 연육교는 모두 5개의 큰 다리로 이어진다. 여수에서 고흥 방향으로 첫 번째 대교가 여수시 화양면에서 조발도로 연결되는 조화대교다. 기술의 발전 덕분인지 새로 생기는 다리들은 점점 크고 길고 웅장해진다.


크고 웅장한 다리라는 건... 그 높은 상판까지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리를 여러 번 건너는 코스는 그 자체로 충분히 힘 빠지는 길이다.


조화대교를 건넌다. 인도는 없지만 갓길이 상당히 넉넉하니 자전거로 건너는데 큰 문제는 없다. 다른 바닷가 다리와 마찬가지로 거센 바닷바람만 조심하자.


조발도는 작은 섬이다. 77번 도로는 조발도를 잠시 관통해서 그대로 다음 섬인 둔병도로 이어진다. 둔병도로 가는 다리는 둔병대교다.


둔병대교 역시 자전거가 건너기 편하도록 갓길이 넓다.


둔병도도 작은 섬이다. 둔병도를 관통하면 다시 낭도로 들어가는 낭도대교다. 5개의 대교 중에 가장 특색 없이 가로등만 줄지어 있는 다리다.


4개의 섬 중에서 낭도는 가장 큰 섬이다. 그래서 그런지 77번 도로는 낭도의 허리를 따라 이어지고 중간에 짧은 터널도 있다. 터널을 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데 길지 않은 데다 차량 통행도 적어서 별 문제는 없었다. 터널을 가기 싫다고 우회할 수 있는 우회로도 없다.


이미 점심때가 되었고 이 코스는 쉴만한 매점뿐만 아니라 식당도 거의 없다. 주변에서 가장 큰 섬인 낭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낭도리 여산마을에 식당이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산마을은 다른 섬으로 가는 여객선들이 많은가 보다. 배를 타려고 몰린 자동차들로 좁은 마을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경찰까지 와서 교통정리를 해야 할 판이니... 밀려있는 차들 옆의 빈 틈으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서 식당으로 들어간다.


근처에 들를만한 식당도 없는 데다가 얼마 전에 방송에도 나온 집이니 식당에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아마 입구에서 차가 막히지 않았다면 우리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원래 막걸리 주조장이라 막걸리가 유명한 듯한데 자전거를 타는 중이라 술을 못하니 식사만 한다. 두부와 서대회무침 세트를 먹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바다를 보면서 쉰다. 건너편도 낭도이고 낭도항과 여산마을은 파도를 피하기 좋도록 낭도의 가장 오목한 곳에 있다.


다시 77번 도로로 올라간다. 다음 섬은 적금도다. 그렇다면 이번 다리는 적금대교다.


적금대교도 갓길이 넓다. 가운데의 주황색 아치가 적금대교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적금대교를 건넌 77번 도로는 적금도를 따라 이어진다. 날이 점점 흐려진다. 날씨가 좋을 때 왔다면 훨씬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적금마을 옆으로 고가도로가 섬을 그대로 넘어가게 해 준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번에 개통한 팔영대교를 건넌다. 팔영대교 입구에서 지니님이 인도로 가자고 한다.


팔영대교는 갓길이 거의 없는 대신 인도 겸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다. 차도로 달리던 로드바이크 동호회도 우리를 보더니 멈춰서 자전거길로 넘어온다. 이렇게 4개의 섬을 잇는 5개의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팔영대교를 건너니 고흥군이다. 코로나 문제 때문인지 다리를 건너는 모든 사람이 발열 체크를 해야 한다. 비가 쏟아지니 당초 계획대로 과역 방향으로 갈지 고흥 방향으로 갈지를 고민하다가 과역으로 달린다.


지방의 시외버스들은 면소재지를 거쳐 다니는데 면 소재지 중에도 시외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이 있고 거의 안 다니는 곳이 있다. 고흥의 시외버스는 녹동신항에서 출발해서 고흥읍내의 공용 터미널과 과역면의 과역 버스터미널, 벌교 버스터미널을 거쳐간다. 그래서, 비가 쏟아질 때 가장 가까운 점암면으로 가지 않고 다음으로 가까운 과역면으로 달린 것이다.


순천 가는 버스를 기다려서 타려했더니 고흥에서 이미 자전거가 실린 버스가 와서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마저도 화물들로 잔뜩 차버린 화물칸에 간신히 자전거를 실었다. 순천에서 다시 광양읍의 숙소에 돌아왔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떨어진다. 광양읍에 왔으니 광양불고기를 먹기로 한다. 어제 둘러보니 인기 있는 광양불고기집은 관광객들로 미어터진다. 우리는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집을 찾아간다.


광양불고기로 배부르게 먹는다. 섬진강 자전거길을 달린 후에 광양 중마 터미널 근처에서 먹은 이후로 참 오랜만에 맛보는 광양 불고기다. 맛있다.


다음 날인 일요일, 남부지방에는 계속 비가 내리니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이틀에 걸친 남해 자전거길과 여수 고흥 자전거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두 자전거길 모두 집에서 가까웠다면 종종 들를 만큼 멋진 자전거길이다. 아무리 전국을 돌아다니는 우리라도 상당히 부담되는 거리인지라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존과 지니의 자전거 여행은 마치 지그소 퍼즐 같다. 지니님과 함께 간 곳도 있고 나 혼자 간 곳도 있지만 이번 여행으로 나는 목포에서 부산 사이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다녀온 셈이 되었다. 당분간은 이렇게 긴 연휴가 없으니 집에서 아주 먼 곳을 다녀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연휴가 생긴다면 또 가야할 곳이 많은데...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곳을 다녀왔지만 우리의 자전거 여행은 아직도 새로 가야할 곳이 한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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