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9일
어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다이빙을 했으니 정신없이 곯아떨어져서 푹 자고 일어났다. 이제 제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오늘도 날씨는 좋구나. 추운 겨울에 따듯한 곳에 와있으니 너무 좋다.
야외 풀장 근처에서 쉬고 있다가 강아지들이 보이길래 챙겨 온 개 간식을 뜯었더니 강아지들이 신났다. 애견 간식은 한 봉지인데 강아지들이 너무 많으니 애교 있는 애한테 줄 거다.
커다란 리트리버 녀석은 조금 뚱뚱하다. 복순이라고 한다.
아침을 간단한 뷔페식으로 먹는다. 원래는 한상차림으로 나오는데 지금은 사람이 많아서 이렇게 뷔페식으로 한다.
아침 먹고 잠시 쉬다가 브리핑을 시작한다. 오늘은 가장 자주 가는 다이빙 포인트인 수밀론 섬에 간다고 한다. 수밀론 섬은 몇 년 전에 태풍으로 산호가 싹 파괴되었는데 계속 살아나는 중이라고 한다.
방카로 옮겨 타고 출발이다.
릴로안 항구를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수밀론 섬이 나타난다. 넙적하게 생긴 예쁘장한 섬이다. 일본계 리조트 하나가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실제로 들어가면 할 것도 없고 전기 사용도 제한적이라 오래 머물긴 힘들다고 한다.
수밀론 섬에서 다이빙을 시작한다. 조류가 있는 편이라 배가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빠르게 입수한다.
2020년 1월 19일 Dive log #39
입수 시간 : 9:59
잠수 시간 : 46 min
평균 수심 : 9.4 min
최대 수심 : 15.8 min
수온 : 28°c
들어가자마자 산호들이 우릴 반긴다. 산호 뭉치 하나하나마다 물고기가 빽빽하게 모여 있다. 지금도 이 정도면 태풍으로 망가지기 전에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Moorish idol 두 녀석이 눈 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이름처럼 아이돌 같은 화려한 녀석들이다.
가장자리만 밝은 색인 산호들이 현란하게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산호 사이로 까만 물고기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삼점박이 엔젤피쉬(threespot angelfish)를 쫓아갔더니 라이언피쉬가 숨어있었다.
이 하얀 실 같은 것은 뭔가 했는데 꾸물꾸물 지렁이처럼 움직인다. 바닷속에는 별게 다 있다.
눈 앞에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에 뭔가가 있다...
어우... 너무 괴상하게 생긴 꺼끌복(Star puffer fish)이었다. 눈 부분이 특히나 이상하다.
얕은 쪽으로 역조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순간부터 부서진 산호들의 흔적이 나타나고 맛없게 생긴 커다란 해삼 같이 생긴 녀석들만 몇 마리 보인다.
다 함께 프로그킥. 여기가 아까 브리핑할 때 보았던 맘사 포인트 근처라 맘사(Jack fish) 떼가 있는지 보러 온 것인데 잭피쉬는 없고 힘만 뺐다.
출수 준비하고 3분 정지 후에 출수한다. 릴로안 근처는 다이빙 포인트 위로 방카가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출수 전에 SMB를 쏘면서 올라가며 각자 가지고 있는 SMB를 쏘는 것을 권장하는데 우린 가이드 옆에 꼭 붙어 다니니 따로 쏘진 않는다.
배 위에서 어느 정도 쉰 후에, 이번에는 소그룹을 나눠서 보트로 이동해서 입수하기로 한다. 지니님은 방카가 높아서 보트에서 입수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2020년 1월 19일 Divelog #40
S.i : 0:45 min
입수 시간 : am 11:32
잠수 시간 : 39 min
평균 수심 : 15.4m
최대 수심 : 26.1m
수온 : 28°c
바닷속에 들어가니 넓게 펼쳐지는 산호군락 위로 내려왔다.
바이칼라 엔젤피시(Bicolor Angelfish)의 선명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종종 눈에 띄는 Clown triggerfish가 보인다. 타이탄 트리거피쉬보단 크기도 작고 화려해서 덜 징그럽다. 아니, 이 정도면 이쁜 녀석이라 해야지.
흰점꺼끌복(white-spotted puffer)도 나타났다. 아까 나타난 꺼끌복보다는 귀엽게 생겼다.
출수 후에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세 번째 다이빙을 시작한다.
2020년 1월 19일 Dive log #41
S.i : 1:24 min
입수 시간 : 13:36
잠수 시간 : 33 min
평균 수심 : 12.6m
최대 수심 : 23.9m
수온 : 29°c
들어가자마자 도마뱀을 닮은 lizard fish가 눈에 들어온다. 이 녀석은 하는 짓도 이름처럼 도마뱀 같다. 사람이 가까이 오는걸 꽤나 싫어하면서 꼭 망보듯이 눈에 띄는 곳에 있다가 근처만 가도 쪼르륵 도망가버린다.
아까는 크라운 트리거피쉬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볼 때마다 이빨이 무섭게 느껴지는 Titan triggerfish를 만났다. 지금은 순하지만 3~4월 산란기쯤에는 자기 영역에 다이버가 들어오면 무섭게 달려든다. 우리는 1~2월에 주로 다니니 난폭해진 녀석을 볼 기회가 없긴 하다.
그 외에는 조금 심심한 오늘의 마지막 다이빙이었다. 수밀론이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리 부담 없는 거리이긴 한가보다.
리조트로 돌아와서 간단히 정리만 해두고 바깥 구경을 가본다. 리조트는 절벽 아래에 있어서 비탈길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리조트 입구를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두 번 보게 되겠지만 참 화려하고 이쁜 꽃 터널이다.
리조트 바깥은... 깡시골이다. 근처에 잡다한 걸 파는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고. 다른 리조트가 하나, 무슨 교회가 하나, 빵가게가 하나 있다. 반찬가게 같은 것도 하나 있는데 노점상에 가깝다. 그래도, 트라이시클들은 엄청 돌아다녀서 어디 가려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그냥 걸어갈만한 거리만 둘러본다.
조금 걸어가면 릴로안 경계를 넘게 된다. 릴로안 항구 들어가는 입구 삼거리에 조그만 식료품점들이 있다. 여기까지만 보고 돌아간다.
어째 날이 조금 흐려지는 것 같다. 비 오면 다이빙하기 힘든데... 자고 내일 일어나 보면 알겠지.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 병 마신다. 마사지도 미리 예약했다.
마사지가 끝나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보니 뭔가가 바닥에 돌아다닌다. 소라게가 있구나. 강아지들 눈에 띄어도 괜찮은가 보다.
다이빙 둘째 날이 끝났다. 수밀론은 태풍에 완전히 쓸려서 박살난 흔적도 많이 남아있는데도 화려한 산호가 꽤 남아 있었다. 리조트 사장님이 브리핑하면서 고래상어나 다른 본 적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주는데 딱히 기대는 하지 않는다. 고래상어든 환도상어든 언젠가는 보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