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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24. 2020

존과 지니의 릴로안 다이빙 여행 3

3일 차 - 릴로안(Liloan) 앞바다

2020년 1월 20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에 구름이 많다. 지니님은 아직 자고 있으니 방해되지 않게 나와서 선베드에 누웠더니 옆에 강아지 한 마리가 착 달라붙는다. 직원들은 설렁설렁 청소하고 강아지는 퍼져 있고... 강아지들은 손님한테는 모두 순둥이들인데 외부인만 보면 근처의 몇 마리는 쫓아다니면서 맹렬하게 짖고 나머지는 그 소리를 듣고 합창해대는 엄청난 방범 시스템이다. 사장님이 키우는 개들이다 보니 한국말로 해야 알아듣는다. 현지인 직원들도 개들에게 명령할 때는 한국말로 한다.


아침 식사 적당히 먹는다. 많이 먹어봐야 아침 다이빙할 때 속이 불편할 뿐이다.


아침 먹고 나서 하늘을 보니 점점 흐려진다. 날씨가 불안하니 오늘은 멀리 안 나가고 리조트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진행한다.  조류가 있기 때문에 일단 조류 방향을 확인하고 입수해 내려가서 조류를 타고 진행하기로 한다.


조류가 북에서 남으로 흐르니 리조트 북쪽에 있는 바토 항(Bato port)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간다. 날이 흐리고 바람세다. 그만큼 조류도 있을 것 같다.


2020년 1월 20일 Dive log# 42
입수 시간 : 9:43 am
잠수 시간 : 42 min
평균 수심 : 15.2m
최대 수심 : 29m
수온 : 28°c


조류 때문에 빠르게 잠수해서 들어간다.


조류가 있긴 한데 생각보다 물고기가 얼마 없었다.


갑오징어 한 마리가 얼른 도망간다. 징어 종류가 이빙할 때 종종 나타나는데 보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색도 은근히 변하는 것이 바닷속에서 만날 때마다 외계 종족 같아 보인다.



꺼끌복이 또 보인다. 비교적 근처라 할 수 있는 세부 막탄에서는 자주 보이지는 않았는데 여기 릴로안에선 꽤 흔한 녀석들이다.


바다거북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멀찍이서 다른 데로 가버린다.


출수해서 배에서 쉬는데 파도가 있다 보니 뱃멀미가 온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입수 준비 전에 화장실로 달려가서 속을 비워버린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뱃멀미로 고생을 한다. 내일부터는 무조건 멀미약부터 챙겨야겠다. 속이 안 좋지만 출렁거리는 배 위에서 멀미에 시달리는 것보다 바닷속에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일단 입수한다.

1월 20일 Dive log# 43
S.i : 0:46 min
입수 시간 : 11:11 am
잠수 시간 : 35 min
평균 수심 : 11.5m
최대 수심 : 26.8m
수온 : 28°c


조류가 있다보니 낮은 수심에서는 시야가 그리 좋지 않다.


이번에는 물고기들이 꽤 보인다.


멍멍이... 검은 점박이 복어(Black-spotted puffer). 생긴 건 강아지인데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다. 조금만 자극하면 얼른 도망가버린다.


음... 40분도 안 했는데 벌써 나갈 준비를 하네...


조류를 따라서 남하하다 보니 리조트 앞까지 내려왔다. 속은 좀 진정되었는데 그래도 멀미까지 했으니 이렇게 된 거 마지막 다이빙을 바로 하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리조트 코 앞이니 나가면 바로 점심 먹을 것이다.


2020년 1월 20일 Dive log# 44
S.i 0:54 min
입수 시간 : 12: 41 pm
잠수 시간 : 36 min
평균 수심 : 14.9m
최대 수심 : 26.1m
수온 : 28°c


내려가니 바로 Lizard fish가 반겨준다. 여기 릴로안과 수밀론에는 아네모네 말미잘이 많은 만큼 아네모네 피시도 많다. 클라운 아네모네 피시뿐만 아니라 4~5종류의 아네모네 피시들을 모두 볼 수 있다.  


꺼끌복은 이번에도 한 녀석이 지나간다. 재미있게 생긴 녀석인데 흔하다 보니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


Moorish idol들도 무리 지어 다닌다. 5인조 그룹이구나.


Yellow boxfish가 숨어있는 걸 찾았다. 이 녀석도 재미있게 생겼다.


눈 크게 뜨고 찾으면 은근히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누디 브랜치(nudibranch)도 보인다. 내 액션캠으로는 이런 작은 녀석들을 찍기가 힘든 게 조금 아쉽다.


우리 가이드로 고생하는 라피가 지니님을 건져 올리고 있다. 오리발도 벗겨주고 공기통도 올려주고...


점점 바다가 거칠어져서 리조트 앞에 보트를 대기가 힘들다. 근처 모래사장에 배를 댄 후에 리조트까지 걸어가야 한다. 방카에 내 슬리퍼를 놔두고 왔더니 직원 한 명이 슬리퍼를 빌려준다. 화산암 위를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맨발로는 힘들다고 한다.


살짝 늦은 점심을 먹는다. 오늘 메뉴는 비빔밥이라 멀미하고 지친 속에 좋을 것 같다. 재료로 쓰는 야채들은 비슷한데 야채 자체가 살짝 맛이 다르다. 그래도 하루 세 끼 한식으로 먹고 있으니 좋다.


밥 먹다가 근처를 둘러보면 강아지들이 널려 있다. 오늘은 고기가 적은 야채 식단이다 보니 얻어먹는 걸 포기하고 늘어진다.


앞바다에서는 거친 파도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한다.


흐리지만 날이 춥지는 않다. 멀리 가질 않고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해서 그런지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조금 쉬다가 물놀이를 한다. 리조트에 15m 풀장이 있으니 간단히 놀기 좋다. 한 시간 정도 잠영 연습을 한다.  


점심은 야채 위주로 비빔밥이더니 저녁은 고기 덩어리다. 점심을 좀 늦게 먹었더니 저녁 식사까지 간격이 좀 짧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 먹었다.


저녁을 먹고 바다를 보면서 쉰다. 바다가 조금 잠잠해졌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다.


첫날부터 계속 저녁에 2시간씩 마사지를 받고 있다. 출장 마사지라 그런지 마사지 비용이 1시간에 10달러로 막탄에 비해서 두 배 정도 비싸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늘도 마사지를 받는다. 사실 마사지를 안 받으면 저녁에 할 게 없어서 술이나 먹을 것 같다.


다이브 리조트인 만큼 앞바다도 꽤나 재미있는 다이빙 사이트였다. 물속 지형은 완만한 슬로프 형태인데 산호군도 잘 형성되어 있고 다양한 물고기와 수중 생물들이 있다. 한 번 바다가 뒤집히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 며칠은 멀리 좋은 사이트로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바다도 충분히 좋으니 몇 번 더 다이빙을 해도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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