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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02. 2020

존과 지니의 릴로안 다이빙 여행 4

4일 차 - 수밀론 섬 (Sumilon island) 2

2020년 1월 21일


어제는 하늘이 흐리고 바다가 거칠어서 멀리 나가지 않고 리조트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다. 오늘은 다행히 날이 맑아졌는데 바닷속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리조트 사장님이 그날그날 날씨와 바다 사정을 감안해서 행선지를 결정하니 오늘 어디로 갈 아직 모른다.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 어제 멀미가 심했으니 오늘은 평소보다 더 가볍게 먹는다. 강사님에게 부탁해서 멀미약도 받아서 미리 먹어둔다.


날은 이렇게 좋은데 바닷속은 어떨지 궁금하다. 늘도 앞바다에서 하면 재미없을 테니 바닷속 상황이 어떻든 일단 수밀론 섬으로 가기로 한다.


어제 단체 다이빙팀이 떠나서 이제 좀 한가하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등산 동호회 같은 단체였다. 사람이 확 줄어드니 배 위도 조용하고 느긋하다.

2020년 1월 21일 Dive log #45
입수 시간 : 9:41 am
잠수 시간 : 36 min
평균 수심 : 16.6m
최대 수심 : 23.6m
수온 : 28°c


입수 시작. 지니님하고 같이 사진 좀 찍어보려고 해도 타이밍이 안 맞는다.


오늘도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다. 긴 주둥이 나비고기도 보인다. 나비고기는 산호초 군락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사육이 어려운 종이 많아서 수족관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물고기 떼가 눈 앞에 가득 지나간다. 뜩 몰려서 떼로 다니는 것들 중에는 스내퍼(도미) 종류가 많은데 그중에 two spot banded snapper들이 자주 보인다.


블랙팁 상어가 저 멀리 보이는데... 좀 가까이서 보고 싶다.


Moorish idol과 클라운 트리거 피쉬가 같이 다니기도 하고...


cornetfish와 쥐치가 같이 다니기도 하고...


오늘은 물고기 떼가 많다. 한 마리 한 마리는 평범한 녀석들이라도 이렇게 뭉치면 그 자체로 신기하다.


꼬리에서 등까지 유난히 밝은 yellowtale fusilier도 지나간다. 옐로테일 스내치와는 노란 줄무늬 위치가 조금 다르다.


우릴 감시하는 리자드 피쉬도 있고...


현지인 가이드인 랍피가 갑자기 역조류를 마구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열심히 따라갔더니 잭피쉬 떼가 있다. 평범한 물고기라도 떼를 이루면 장관이다. 그 사실을 잭피쉬 떼가 증명한다. 잭피쉬를 필리핀 말로 맘사라고 하는데 수밀론 맘사 포인트에 진짜 잭피쉬 떼가 나타났다.


잭피쉬를 한 마리만 보면 별 특징 없는 평범한 물고기다. 하지만, 이렇게 뭉치면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생물 같은 느낌이다.


아쉽게도 시야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 조금만 멀어져도 뿌옇게 보인다.


잭피쉬들은 유유히 맴돌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번개같이 사라진다. 이렇게 수밀론 잭피쉬 떼를 보는 데 성공했다.


근처에 꺼끌복 한 마리가 나 좀 봐달라는 듯이 바닥에 착 붙어있다. 잭피쉬를 보았어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여기저기 둘러본다.


이제 맘사 포인트에서 출수 지점으로 이동한다. 산호가 부서져서 드러나버린 민둥한 모래사장에 무언가가 보인다.


모래사장에서 머리를 빼꼼 내미는 가든 일(Garden eel)이 잔뜩 모여 사는 곳이다. 근처에 가면 바로 굴 속으로 숨으니 가까이서 찍으려면 인내가 좀 필요하다.


출수해서 잠시 쉰다. 아침 식사는 적당히 하고 멀미약 먹어둔 덕분인지 몸이 가뿐하다.



두 번째 다이빙 시작이다.

2020년 1월 21일 Dive log#46
S.i 0:50 min
입수 시간 : 11:08 am
잠수 시간 : 40 min
평균 수심 : 13.8m
최대 수심 : 21.2m
수온 : 28°c


입수해서 정비하고 다이빙을 진행한다. 지니님이 손짓을 하길래 보았더니 멀리에 블랙팁 상어가 한 마리 나타났다. 사람 근처에 좀처럼 오지 않는 듯하다.  


바다거북이 쉬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오랜만인 듯하다. 사람들이 몰려드니 성가신지 휙 가버린다.


무언가 무너진 흔적이 있다. 이렇게 크게 한 번 모래가 일어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코넷피쉬(cornetfish)가 바위 틈새로 돌아다니는 게 딱 걸렸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좀 더 크고 노란 녀석인  트럼펫피쉬와 마찬가지로 트럼펫과 비슷하면서 조금 작은 악기인 코넷을 따서 붙인 이름인 듯하다.


바위 밑에 형형색색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Longfin spadefish들이 일렬로 당당하게 다가오더니 근처에서 산개한다. 꽤 큼직한 녀석들이 줄지어 다니니 에어를 보는 느낌이다.


, 산호 군락이 가득 펼쳐진다.


촘촘한 산호 사이에는 숨기 좋은 크기의 작은 물고기들이 주로 산다.


산호 사이보다 더 공간이 넓은 바위틈에는 그에 걸맞는 생물이 살 수 있다. 바위틈에서 곰치를 발견했다. 못생겨도 만나면 반갑다.


산호초 주변에는 이렇게 떼 지어서 맴도는 물고기들도 많다.


두 번째 다이빙도 성공적이다. 이제 SMB를 띄우고 출수한다.


 차례 다이빙을 끝내고 점심시간이다. 야채가 얼마 없는 고기 위주의 도시락이다. 른 것보다 햄과 소세지는 필리핀 특유의 맛이 강하다. 필리핀 사람들은 야채가 없는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라고 하는데 식물성 영양분은 과일로 섭취하는가 보다.


후식으로 망고가 나왔다. 따로 사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망고를 자주 먹는 듯하다.


점심 먹고 바로 물속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소화시키면서 느긋하게 쉬는 시간이다. 지니님은 방카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따듯한 햇살을 즐긴다.  햇볕에 태우기가 싫어서 그늘에 숨어 있는다.


충분히 쉬었으니 오늘의 마지막 다이빙 시작이다.


2020년 1월 21일 Dive log# 47
S.i 1:45 min
입수 시간 : 13:34
잠수 시간 : 39 min
평균 수심 : 15.2m
최대 수심 : 27.0m
수온 : 28°c


입수를 하니 블랙팁 상어가 보인다.


좀 더 가니 다른 블랙팁 상어가 또 보인다. 좀 더 가까이에서 봤으면...


롱핀 스페이드피쉬가 이번에도 나타났다. 이 녀석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적당히 피해 다니는데 뭔가 당당한 느낌이다.


가이드인 랍피가 쉬림프 피쉬를 찾아서 보여준다. 물구나무서서 다니는 재미있는 물고기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뭇가지로 밖에 안 보이는 bent stick pipe fish도 랍피가 찾아주었다. 가만히 있으면 나뭇가지로 보이니 지니님은 한참 들여다보다가 물고기인 것을 이해한다.


여기저기에 라이언피쉬가 있다. 이 녀석들은 육식성인 데다가 천적이 별로 없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어느 바다에서든 보인다고 한다.


오늘은 무언가 만족스럽게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았다. 리조트로 돌아와서 정비하고 저녁을 먹는다. 오늘 저녁은 보쌈이다.


해가 저문다. 오늘은 세 번의 다이빙이 모두 만족스럽다. 내 물고기운이 그리 좋지 않다 보니 그날 다이빙 내용이 그리 좋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이런 재미있는 날을 만나기 위해서 그런가 싶다.


건물 여기저기에 도마뱀들이 돌아다닌다. 흔한 녀석들인데 모기나 많이 잡아먹어 주었으면 좋겠다.


세부 시내나 큰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 구석인 만큼 날씨가 맑을 때에는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인다. 밤하늘의 대표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의 오리온성운과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선명하게 보인다.


다른 한 팀과 어울려서 술을 한 잔 마시는데... 개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얼마 후 조용해길래 지니님이 애견 간식이나 하나 주라고 해서 가보니 큰일 났다. 강아지 한 녀석이 울타리 밖으로 굴러 떨어져서 기어올라오려고 발악하다가 머리와 발톱에 피가 나고 탈진해있다. 얼른 끌어올려서 깨끗한 물로 상처 부분은 씻기고 아껴두었던 강아지 간식을 좀 먹였더니 진정하고 기운 차린다. 처 테이블에서 술을  틈틈이 가서 강아지 상태를 확인하니 많이 좋아졌다. 하마터면 강아지 한 마리가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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