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Mar 05. 2020

존과 지니의 릴로안 다이빙 여행 5

5일 차 - 릴로안 앞바다 2

2020년 1월 22일


아침에 일어나니 또 밤새 날씨가 안 좋아졌다. 오늘도 다이빙 준비를 하느라 리조트 직원들이 바쁜데 파도가 심하면 더욱더 고생하는 것 같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멀미약도 하나 받아먹어둔다. 이런 파도에 다이빙 나가려면 반드시 먹어두는 게 좋다.


오늘은 그저께 갔던 릴로안 앞바다를 이어서 들어간다. 이번에는 조금 남쪽의 안테나 포인트에서 입수해서 들어간다.


2020년 1월 22일 Dive log#48
입수 시간 : 9:16 am
잠수 시간 : 51 min
평균 수심 : 15.0m
최대 수심 : 23.7m
수온 : 28°c


액션캠을 잘못 건드렸더니 렌즈 앞에 물방울이 생겨서 화면이 엉망이다. 어쩔 수 없으니 한쪽으로라도 찍는다. 바닥에 기어 다니는 리틀 드래곤 피쉬(litle dragon fish)들이 있다. 이 녀석들은 이름에 걸맞게 작은 용같이 생겨서는 꼭 두 마리가 짝지어 다닌다.


모래 속에 양태(Flathead fish)가 숨어있다.


이번에 이 근처 바다에서 종종 본 Bentstick pipefish도 있다.


엄청 큰 말미잘이 있다. 이렇게 크다 보니 아네모네 피쉬들도 여럿이 붙어있다  까만 녀석들은 아네모네 피쉬가 아닌 담셀피쉬이고 등에 흰 줄이 있는 건 오렌지 스컹크 클라운피쉬, 까만 바탕에 두 줄인 녀석은 꼬리가 노랗다고 옐로테일 클라운피쉬다. 아네모네 피쉬 종류만 해도 여럿이라 재미있다.


경사진 비탈 위를 보니 꺼끌복 한 녀석이 둥둥 떠간다. 복어 종류는 주로 지느러미만 움직여서 이동하니 비행선 같은 느낌이 든다.


막탄 쪽에는 급격하게 수심이 깊어지는 월 다이빙이 많았는데 여기는 슬로프에 가깝다. 바위틈에 곰치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위 사이에 구멍이 있다. 랍피가 저기를 통과하라고 한다. 통과하는 것도 좋은데 구멍에 모여있는 물고기들을 더 가까이 보고 싶다.


바위 밑에 가봤더니 쏠종개 새끼들이 우글우글하다. 미꾸라지를 닮은 녀석들인데 메기에 가깝고 지느러미의 가시에 독이 있다고 하는데 어릴 때는 독이 없어 이렇게 무리 지어 산다고 한다. 기처럼 수염이 있다 보니 영어로는 캣피쉬라고 한다.


길쭉한 누디브랜치도 있다. 가장 표준적인 생김새만 이쁘다.


곰치는 사람이 다가가도 잘 숨지 않는다. 그래도,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행성이라는데 낮에도 자주 보인다.


랍피가 또 뭔가를 발견했다. 가보니 조금 다르게 생긴 누디 브랜치다. 누디브렌치의 일종인 필리디아(phyllidia)라는 녀석들인데 이런 녀석들을 볼 때마다 마크로 촬영이 되는 카메라 장비를 하나 갖고 싶다.


근처에 또 다른 쏠종개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 말로 이름에 ㅆ이 들어가는 물고기는 독이 있으니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독가시라면 지지 않는 쏠배감펭 - 라이언피시도 있다.


산호에 리자드 피쉬 두 녀석이 올라가 있다. 정말 도마뱀 같은 녀석들이다.


출수했더니 릴로안 항구 근처다. 근처의 한국인 리조트 앞 해변에 올라와서 잠시 쉰다. 역시 땅 위에서 쉬어야 제대로 쉬는 것 같다. 라온 김에 대충이라도 렌즈를 닦아보는데 한 번 이렇게 습기가 차면 그날은 글렀다.



2020년 1월 22일 Dive log#49
S.i 0:48 min
입수 시간 : 10:56 am
잠수 시간 : 46 min
평균 수심 : 12.9m
최대 수심 : 21.2m
수온 : 28°c


날이 더 흐려졌지만 아직 바닷속은 괜찮다.  번째 수를 시작한다.


자주 보는 라이언피시, 꺼끌복, 롱핀 스페이드 피쉬... 주 봐도 볼 때마다 좋다.


오... 랍스터다. 랍스터라기보단 갯가재에 가까운, 세부 근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마귀 새우(Mantis shrimp)다. 게발이 없는 가시 랍스터 하고도 확실히 다르게 생겼다. 앞 집게발을 사마귀처럼 모으고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갯가재 맛일까, 새우 맛일까, 랍스터 맛일까?


바위 밑에 뭐가 있나 봤더니 멍멍이(검은 점박이 복어)다.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지니님이 좋아한다.


느긋하게 구경하고 출수했는데 점심 먹을 시간이 애매하다. 속 편하게  번째 다이빙을 먼저 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2020년 1월 22일 Dive log# 50
S.i 1:02 min
입수 시간 : 12:46 pm
잠수 시간 : 41 min
평균 수심 : 14.3m
최대 수심 : 22.5m
수온 : 28°c


입수하고 얼마 안 가서 알록달록한 곰치(Moray eel)를 만났다. 긴건 무섭지만 재미있고 신기한 녀석이다.


큰 물고기나 바다거북과 함께 다니는 빨판상어가 혼자 떠돌아다닌다. 다이버들에게라도 붙으려고 들이대려다가도 망설이는 녀석이다. 니님 근처에서 붙어볼까 하고  맴돌다가 어디론가 가버린다.


시야가 썩 안 좋아졌다. 점심 먹고 천천히 들어왔으면 더 안 좋을 뻔했다.


바닷속에 큰 찌꺼기 같은 것들도 가까이서 보면 작은 물고기들이다.


크라운 아네모네피쉬들이 잔뜩 경계하는 말미잘 촉수 사이에 새우가 숨어 있었다. 역시 액션캠으로는 제대로 안 나온다. 접사로 찍으면 참 이쁠 것 같은 녀석이다.


이제 슬슬 다이빙을 마칠 시간이다. 오늘도 다양한 수중 생물들을 보았으니 충분히 즐긴 것 같다.


앞바다에서 올라오니 바로 해변으로 나와도 될 정도인데 보트를 타고 들어왔다. 간단히 장비 정리를 하고 앉아있으니 복순이가 옆에 와서 뒹군다. 귀엽긴 한데 냄새가 좀 난다. 목욕을 종종 다는데 별 소용이 없는 듯하다.


느지막이 점심을 먹는다. 오늘 메뉴는 생참치회덮밥이다. 단체팀이 빠져나가고 조금 한가해지는 틈에 리조트 사장님이 대대적으로 시장을 봐온 덕분에 싱싱한 참치회가 나왔다. 회를 좋아하는 지니님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점심 먹고 저녁 먹을 때까지 별로 할 것이 없다. 풀 주변의 썬베드에서 쉰다.


사장님이 시장에서 꽈배기를 사 와서 나도 하나 받아 왔더니 강아지들이 몽땅 몰려들었다. 못 준다. 나 먹을 것도 없다.


해가 저문다. 벌써 휴가의 절반이 지나갔다. 다이빙을 하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밤에 나와있으면 강아지들이 엉겨 붙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틈 날 때마다 쓰다듬다 보니 매일 손을 10번은 씻는 것 같다.


다이빙 리조트의 앞바다답게 릴로안 주변의 가까운 포인트도 볼거리가 많다. 바다거북과 곰치를 보기에 특히 좋은 곳이다. 작고 이쁜 생물들을 볼수록 접사 촬영 장비도 가지고 싶어지는데 참아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