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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09. 2020

존과 지니의 릴로안 다이빙 여행 6

6일 차 - 릴로안 앞바다 3

2020년 1월 23일


아침이다. 숙소에소 나와 베드에 누우니 강아지 한 마리가 슬그머니 와서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저께 죽을뻔한 것을 구해준 짱이라는 녀석이다. 우리가 자기를 구해준 것을 아는지 아니면 애견 간식이 맛있었는지 유독 나에게 친근하게 군다.


한 녀석이 은근슬쩍 근처에 와서 자리를 잡는다. 리조트에서 손님들에게 가장 살갑게 구는 왕자다. 이름은 왕자인데 암이고 나이도 많은 편이다.


복순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덩치와 냄새가 부담스러운지 다른 녀석들 만큼 귀여움을 못 받는 리트리버. 운동을 안 하면서 많이 뚱뚱해졌다고 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 필리핀은 5~6월이 다이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바다환경이 가장 안 좋다고 하지만 우린 이 적당히 따듯한 날씨가 좋다. 닷속도 충분히 재미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잠시 쉰 후에 다이빙 전 브리핑이 시작된다. 오늘도 앞바다에서 진행한다. 바로 앞바다라고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수중생물들이 있어서 좋다.


보트에 타면 장비들이 쭉 줄지어 있다. 장비 렌탈도 가능하지만 여기에 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기 장비를 가지고 온다. 지니님 마스크 스트랩이 불편하다고 해서 내 것과 바꿔줬더니 이 좋은 걸 자기만 썼냐고 한다. 내 거는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갔다 온 기념품이라고...


리조트 거의 앞바다에서 입수한다. 오늘은 조류가 좀 쎌 것이라고 해서 지난번처럼 조류를 따라 흘러가기로 한다.

2020년 1월 23일 Dive log#51
입수 시간 : 9:19 am
잠수 시간 : 35 min
평균 수심 : 13.6m
최대 수심 : 23.9m
수온 : 28°c


입수 시작..


들어가니 보이는 자이언트 트리거 피쉬가 보인다. 저 험상궂게 생긴 녀석이 덤비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바다거북 한 마리가 옆을 스쳐 지나간다.


조류 따라서 둥둥 그냥 편안하게 몸을 맡기면 된다.


첫 다이빙은 특별한 것 없이 조금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나머지 다이빙에서 뭔가 기대해도 되지 않으려나? 나는 3번의 다이빙 중에 한 번이라도 내용이 좋았다면 그날은 충분히 좋은 다이빙이었다고 생각하는 긍정주의자다. 리조트에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


2020년 1월 23일 Dive log#52
S.i 1:06 min
입수 시간 : 11:01 am
잠수 시간 : 39 min
평균 수심 : 13.8m
최대 수심 : 27.2m
수온 : 28°c


이번에는 물고기들이 좀 많아 보인다.


바다거북을 또 만나고...


사장님이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고 있다. 른 가보니 대단한 녀석이 있다.


이게 무엇인가? 리본 장어(ribbon eel)화려하게 헤엄치고 있다. 정말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다. 리본 장어도 곰치처럼 평소에는 굴 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헤엄치는 것을 가까이서 보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실컷 구경한다.


리본 장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사장님이 또 부른다. 가까이 가니 시커먼 덩어리가 있다. 유심히 들여다봐도 처음 보는 사람은 뭔지 잘 모르게 생긴 시커먼 덩어리다.


이 녀석이 옆으로 조금 이동하니 전체적인 실루엣을 알 수 있다. 바로 열대 바닷속의 귀염둥이 중에 하나인 프로그 피쉬다. 지니님도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옆으로 옮겨가니 알아챈다. 프로그피쉬는 색이 다양한데 이렇게 시커먼 녀석은 눈 코 입을 확인하기 힘드니 쉽게 알아보기가 힘들다. 로그피쉬들은 위장의 명수들이라 마 사장님이 가이드해주지 않았으면 모르고 그 지나쳤을 것이다.


리본 장어에 프로그피쉬까지! 이번 다이빙은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쭉 뻗은 산호 밭에서 다른 물고기도 구경하다가 출수한다.

2020년 1월 23일 Dive log#53
S.i 1:04 min
입수 시간 : 12:45 pm
잠수 시간 : 31 min
평균 수심 : 14.8m
최대 수심 : 21.4m
수온 : 28°c

리본 장어와 프로그피쉬를 보았으니 기분이 좋다. 이번에는 어떤 녀석을 만나게 될까? 오늘 하루의 운을 이미 다 쓴 건 아닐까? 어쨌든 점심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마지막 다이빙 시작한다.


이번에는 바다뱀(Sea snake)을 만났다. 이래 봬도 맹독을 가진 코브라과의 독사다. 땅 위를 기는 것처럼 바닷속을 헤엄친다.


바위틈에서 꾸물거리는 바다거북도 만났다. 바위 사이에 낀 것처럼 버둥거리긴 했는데 혼자 못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항상 보이지만 안 보이면 뭔가 허전한 아네모네 피쉬도 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산호나 작은 물고기들이 꽤 많다.


세 번째 다이빙도 바다뱀과 바다거북을 가까이서 보았으니 훌륭한 한 탱크였다.


세 번의 다이빙을 다 끝내니 오후 1시 반이 되어서야 점심 삭사를 한다. 소세지, 햄, 물고기, 야채 등등 다양한 음식이 나오니 입 짧은 사람도 먹을 것이 부족하진 않다. 오늘의 메인은 칼국수였다.


오후에는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느긋하게 수영장 주변에서 쉰다. 내가 한 자리 차지하고 남은 자리는 왕자가 차지했다.


저녁은 삼겹살과 쌈이다. 고기니까 당연히 맛있다. 다이빙하고 먹고 쉬고 또 먹고... 이래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살찐 사람들이 많다. 쿠버다이빙은 스포츠보단 레저라 할 수 있는 취미다.


저녁 먹고 마사지받고 쉬는 게 저녁 일과다. 2시간 마사지를 다 받고 나오면 세상 깜깜하다.


시야가 조금 안 좋은 것은 이 시기의 필리핀이라 어쩔 수 없지만 리본 장어, 프로그 피쉬, 바다거북, 물뱀을 봤으니 이 정도면 훌륭한 하루다. 휴가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 동안 여기 릴로안에서 가는 어지간한 다이빙 사이트는 다 다녀온 것 같다. 내일은 갈 수 있는 다이빙 사이트 중에 가장 먼 아포섬을 간다는데... 바다 환경이 썩 좋지 않아서인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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