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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30. 2020

존과 지니의 릴로안 다이빙 여행 10

10일 차 - 릴로안 앞바다

2020년 1월 27일


마지막 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슬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항상 그렇듯이 아침에 일어나면 지니님이 좀 더 자도록 조용히 방을 빠져나온다. 선베드에 앉으면 밤새 심심하던 강아지들도 내게 몰려온다.


아침 식사를 일찌감치 차려 놓았다. 다이빙 전에는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먹어둔다. 미약도 기본이다.


직원들이 아침 일찍 장비들을 배로 옮겨두었다. 오늘은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진행하나 보다. 리 가는 날은 보트가 비어 있고 장비는 방카에 세팅되어 있다.


브리핑을 하고 출발한다. 시 바로 앞바다에서 한다고 한다. 이 앞바다는 바다거북도 자주 보이고 작으면서 특이한 생물들이 많은 것 같다. 오늘은 뭐가 있을까?


우리 장비가 맨 뒤에 나란히 있다. 입하고 나서 이제 50번 정도 써보았는데 참 괜찮은 장비다. 이번 다이빙에서 조류를  몇 번 만나면서 조류 다이빙을 위한 핀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트가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왕자 녀석이 울타리를 넘어서 바다로 뛰어든다. 아무리 가라고 해도 열심히 헤엄쳐서 다가온다. 재빠르다.


왕자가 배 근처에 왔으니 건져 올린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꽤나 만족한 모습이다. 리조트에 남아있어 봐야 심심하니 이렇게 따라 나왔나 보다.

2020년 1월 27일 Dive log#63
입수 시간 : 8:57 am
잠수 시간 : 40 min
평균 수심 : 15.7m
최대 수심 : 23.1m
수온 : 28°c


바다로 입수하니 바닷속이 좀 뿌옇다.


그래도 물고기들은 아쉽지 않게 있다. 테이블 산호 밑에는 삼점박이 엔젤 피쉬가 숨어있다.


꺼끌복은 일부러 찾지 않아도 될 만큼 흔하고


오늘따라 멍멍이들이 엄청 많다. 만날 때마다 지니님을 불러서 보여주면 아주 좋아한다.


뭔가 복어들만 잔뜩 본 기분이다. 리조트 앞에서 입수했으니 리조트로 올라와서 한 시간 정도 쉰다. 땅 위에서 쉬는 게 편하긴 하다. 아까 배로 올라왔던 왕자도 다시 리조트로 여보냈다.


2020년 1월 27일 Dive log#64
S.i 1:00 min
입수 시간 : 10:38 am
잠수 시간 : 41 min
평균 수심 : 14.5m
최대 수심 : 22.5m
수온 : 28°c


이번에는 리조트에서 조금 북쪽으로 이동한다.


첫 다이빙은 복어 천지더니 이번에는 거북이 차례인가 보다. 여기저기 바다거북들이 지나간다.


조류를 따라서 느긋하게 떠내려가다가 출수한다.


오늘 점심은 지니님이 좋아라 하는 생참치회덮밥이다. 이것저것 잔뜩 넣고 신나게 먹는다. 이렇게 좋아하니 사장님이 내일 아침식사로 우리는 생참치회덮밥을 해준다고 한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넉넉하게 거의 2시간을 쉰다. 어차피 앞바다라 바쁠 것이 없다. 느긋하게 쉬고 오후 1시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다이빙을 시작한다.

2020년 1월 27일 Dive log#65
S.i 1:49 min
입수 시간 : 13:09
잠수 시간 : 42 min
평균 수심 : 15.6m
최대 수심 : 22.4m
수온 : 28°c


물속에 들어가니 무리쉬 아이돌 두 마리가 유유히 지나간다.


멍멍이들도 여기저기 또 보인다. 지니님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는 아니지만 가장 즐거워하는 녀석들이다.


물뱀도 한 마리 나타났다. 뱀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기겁할 것 같지만 아주 순한 놈이다.


이번 다이빙 여행에서 많이 만난 아네모네 피쉬들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한 동안 못 보겠구나.


다른 곳에는 그리 많지 않은 성게들도 한 군데 모여 산다.


몸 중앙에 보이는 구멍이 항문이고 주변에 있는 5개의 빛나는 것 같은 구멍은 생식공이다.


테이블 산호는 조그만 물고기들의 요람이다. 지니님이 블루 크로미스들이 층층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있다.


작은 블루 크로미스들이 테이블 산호에 모여있는데 잘 안 보인다. 테이블 산호 위를 자세히 보면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다.


이렇게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출수한다. 내일 오후 4시 비행기를 타야 하니 넉넉하게 출수를 한 셈이다.


우리는 마지막 다이빙이란 걸 아는 랍피가 우리 장비는 따로 빼서 간단히 세척하고 건조대에 걸어준다. 이곳 필리핀의 황제 다이빙 시스템이 원래 이렇다고 하지만 참 친절하고 고맙다.


마지막까지 아끼고 아껴둔 몇 개 안 남은 강아지 간식은 짱이와 왕자한테 줬다. 니들 줄 잘 선거야.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마지막 마사지를 받는다.

이렇게 10일 간, 30회의 다이빙 일정은 끝났다. 1월 말의 필리핀은 바다 환경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2020년 1월 28일


드디어 떠나야 하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하러 테이블에 가보았더니 또 음식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근데 우리는 따로 먹는다고 한다.


옆 테이블에 가보니 참치회덮밥이 준비되어 있다. 신난다.


아침 먹고 말려놨던 장비를 챙겨서 짐을 싼다. 강아지들이 근처에 왔길래 작별인사를 한다.


지금까지 다이빙하고 놀고먹은 비용도 정산한다. 친절하게 잘 대해준 직원들 팁도 좀 얹어 주고... 사장님에게 픽업차 시간을 물어보니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세부 막탄 국제공항까지 3시간 정도 걸리니 슬슬 출발해야겠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은 난리던데 우리는 절벽으로 격리된 리조트에서 완벽한 휴양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올라타고 출발한다.


해안을 따라가면서 바다를 구경한다. 이제 익숙한 바다다. 창 밖으로 수밀론 섬이 보인다. 같은 길을 가지만 공항에서 리조트로 들어갈 때는 캄캄한 새벽이라 아무것도 못 보았다.


느릿느릿 달리는 트라이시클과 트럭들을 마구 추월하면서 험하고 좁은 길을 달린다.


번화가와 시장도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아닌 진짜 트라이시클들도 보인다.


차들로 교통체증이 심한 동네를 지나간다. 지도를 찾아보니 Carcar city라고 한다. 이름처럼 차가 정말 많은 곳이다.


한참을 달려서 세부 시내로 들어선다. 세부 시내와 그 밖의 지역의 차이가 정말 심하다.


막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딱 점심 때니 체크인하고 식사를 해야겠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지 공항이 좀 한적하다.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면세 구역에서 점심을 먹는다.


버거킹 와퍼를 먹는다. 우리나라 가격과 거의 똑같으니 필리핀 치고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음식이다.


탑승 게이트로 가니 우리가 탈 비행기가 보인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저 세부 섬 남쪽 끝 릴로안에서 재미있게 잘 놀았다.


출국할 때는 자리가 많이 비어서 한 줄씩 차지하고 가느라 몰랐는데 돌아올 때는 젖혀지지 않는 좁은 좌석에 고생했다. 5시간이니 다행이지 더 오래가야 하면 못 견딜 것 같다.


인천 공항에 잘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 어마어마한 중국인 무리가 나타났다. 얼른 공항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다. 바닷물이 차고 조류가 강한 편이기 때문에 여름과 가을에나 물에 들어갈만하고 마찬가지로 낮은 수온 때문에 경산호가 없다. 조금이라도 따듯한 곳에서 다이빙하려면 제주도에 가야 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다이빙 후 24시간의 비행 금지시간 때문에 가볍게 다녀올 수도 없으니 1박 2일로 다니기는 힘들다. 그래서, 어차피 휴가를 넉넉하게 낸다면 시간대가 거의 비슷하면서 사철 따듯하고 물가까지 저렴한 필리핀이 우리나라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곳이다. 필리핀 현지인이 운영하는 현지 샵을 이용하면 정말 싸다고 하는데 안전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로 우리는 한국인 샵을 이용한다.


이번 릴로안 여행에서 묵은 건우 다이브 리조트도 현지 다이빙 샵보단 비싸지만 필리핀의 다이빙 리조트 치고는 깔끔한 시설과 안전한 다이빙 내용으로 만족스러웠다. 근처의 다른 한국인 리조트들도 가격은 비슷한 듯하다.


아마 세부는 3번 정도 더 올 것 같다. 두마게티, 모알보알, 말라파스쿠아 모두 세부 막탄 공항에서 가는 다이빙 여행지이다. 보홀은 직항 있을 때 갈 예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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