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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4. 2020

인제 설악산 백담사 나들이

초가을의 설악산 산책

2020년 10월 5일


결항 문제로 울릉도에서 하루 일찍 돌아왔다. 휴가 중에 하루가 붕 떠버린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오늘도 움직인다.


오늘은 경치 좋은 곳에서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어서 인제 설악산 산속의 백담사에 가기로 한다. 단풍 시즌은 아직 조금 남았지만 평소에는 사람 많은 곳이니 모처럼의 평일 휴일을 백담사에 다녀오는 걸로 정했다.


인제는 서울에서 출발해도 생각보다 먼 곳은 아니다. 오늘은 지니님이 있는 춘천에서 출발한다. 가는 길에 양구에 들를 수 있는데 마침 오늘 딱 양구에 5일장이 서는 날이기에 양구에 잠시 들른다. 군것질해야지~ 


양구 5일장은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생각했던 대로 먹거리는 많다.


여기서 떡볶이와 튀김으로 군것질을 한다. 당한 가격에 원하던 맛의 시장 떡볶이와 튀김이다. 은 부부가 해서 그런지 시장 노점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다. 뎅 국물도 빠질 수 없지.


떡볶이를 먹고 돌아가던 중 시장 입구의 도넛이 먹음직해 보인다. 이 잔뜩 쌓인 도넛 중에 몇 개 사서 간식으로 먹기로 한다.


다시 출발한다. 양구에서 광치령을 넘어 인제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다. 백담사로 가려면 백담사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야 한다. 백담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러 간다. 어오는 입구에 시외버스 정류장도 있어 굳이 자기 차량을 끌고 오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그리 긴 거리는 아닌데 셔틀버스비는 편도로 2500원이다.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가고 돌아올 때는 느긋하게 걸어서 돌아오기로 한다.


마침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표소에서 산 표를 건네주고 시야가 좋은 앞자리에 앉았다.


출발한 버스는 바로 차량이 통제된 국립공원 입구를 들어간다.


처음 잠시 동안은 비포장길이지만 곧 포장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통행 허가된 관계자 차량과 셔틀버스만 다니니 차량 통행 거의 없다. 조금 좁은 길이지만 셔틀버스끼리 능숙하게 적당히 양보하면서 달린다. 보행자들도 종종 보인다. 길이 좁긴 해도 차량 통행이 적으니 걷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버스 창문으로 보니 경치가 꽤나 좋다. 이 길을 좀 있다가 걸을 것이다.


백담사에 도착했다. 버스비는 있지만 사찰 입장료는 없다. 문화재가 있는 유명한 사찰 중에는 입장료를 받는 곳이 많 돈독이 오른 느낌인데 여기는 없다니 좋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화장실이 있으니 화장실도 다녀온다. 담사 안쪽에도 화장실은 있다.


이정표를 따라서 들어가면 바로 백담사로 들어가는 다리가 나온다. 찰 규모는 작지 않지만 커다란 악산 산줄기 속에 조용하게 들어서서 그런지 아담해 보인다.


다리 양 옆으로는 엄청난 수의 돌탑이 있다. 겨우 돌멩이를 여기저기 쌓아놓은 것뿐인데 누군가의 소망이 저렇게 잔뜩 솟아나 있니 특이한 볼거리가 된다.


사찰 입구에는 역시 금강역사 지키고 있다. 리를 건너면 금강문으로 백담사에 들어간다. 금강문 왼쪽에는  금강저를 든 밀적금강과 청사자를 탄 문수보살, 오른쪽에는 힘센  나라연금강과 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을 볼 수 있다.


백담사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여기까지 물웅덩이가 딱 100개라고 하여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8번이나 화재로 소실된 사찰이라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수기가 강한 이름을 지으면 화재를 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백담사라 하고도 불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사찰은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화려한 단청이 푸른 하늘 아래 더욱 도드라진다.


백담사라 하면 전두환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 사찰이다. 바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용운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다.  


그래서 스님의 시를 새긴 시비가 있다.


그 옆에 만해 기념관이 있다. 해는 용운 스님의 호이고 용운은 이름이 아니라 출가할 때 받은 법명이다. 그러니 용운 스님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실내에서 떠들면 안 된다. 산에서 흔히 만나는 목소리 크고 시끄러운 등산객 무리들이 여기에도 많이 와서 그런지 주의문이 여기저기 잔뜩 붙어있다. 용운 스님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면 관람 후에 밖에서 얘기하도록 하자.


미술가가 아닌 시인이나 소설가의 기념관은 늘 그렇듯이 의 소개와 발간된 책의 전시가 대부분이다. 만해 기념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인이면서 독립운동가인 용운 스님은 민족 대표 33인으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체포되었다. 기념관을 주의 깊게 둘러보면 선생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시 조용한 백담사를 둘러보자. 규모가 큰 편인데 높은 건물이 없으니 공간이 넓고 시원시원하다.


3층 석탑 옆 건물은 전두환이 머물렀던 곳으로 작년까지만 해도 사용했던 집기들을 전시해놓았다는데 워낙 문제의 인물이다 보니 작년 말에 치워버렸다고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백담사에서 나간 이후의 행적을 보면 이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푹 쉬면서 건강만 챙기고 나간 듯하다.


극락보전에는 보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불좌상이 있다. 교 목불상으로는 수준급이라 하는데 내 눈에는 다 비슷해 보인다.


기념품 가게도 크게 있고 그 앞에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편한 공간이 있으니 아까 양구 5일장에서 사놨던 도넛을 꺼내서 간식을 는다.


기념품 가게 겸 다실의 뒤쪽은 사찰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일반인 출입은 제한되니 이제 백담사를 다 둘러본 것이다. 이제 슬슬 백담사를 벗어나야겠다. 돌탑이 가득한 길을 걸어간다. 설악산은 역시 좋구나.


아까 입구 다리에서 보던 돌탑들을 더 가까이에서 본다. 오밀조밀하게 잘 쌓아놨다.


이제 여기서부터 걸어서 입구로 돌아갈 것이다. 약 7km이고 걸어서는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대청봉까지 가는 등산로 표지판이 있다. 기서 청봉까지 물웅덩이가 100개인지 궁금하지만 설악산 등산은 다음 기회에...


아직 가을이 시작되지는 않았는지 단풍은 거의 들지 않았다. 어쨌든 푸른 숲 속을 거닐 수 있으니 만족이다.


우리는 금강문으로 들어왔는데 원래 사찰의 첫 입구는 일주문이다. 내설악 백담사 일주문으로 나오면 이제 본격적인 계곡 산책코스다.


아까 버스로 건너왔던 빨간 다리가 보인다. 이 빨간 다리는 새로 지은 것이고 옆에는 예전에 사용하던 다리가 폐쇄되어 있다.


다리에는 보행자로가 따로 있으니 가끔씩 지나다니는 셔틀버스를 피할 수 있다.


버스로 왔던 길을 걸어간다. 버스나 차량이 간간히 다니는길이 넓은 편이 아니고 보행자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너무 넋 놓고 걸으면 안 된다.


온통 빨간 단풍도 좋지만 이 시기의 싱싱한 단풍도 좋다. 오늘 날씨가 좋은 덕분에 색이 아주 화사하다.


백담계곡을 따라서 여유 있게 걸어간다. 평일이라 그런지 걷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전세 낸 기분이다.


대청봉에서 백담사까지 물웅덩이가 100개라는데 백담사에서 내려가는 길에도 크고 작은 담과 소가 계속 나타난다. 맑은 계곡물에 숲이 가득 비치니 물속으로 뛰어들어보고 싶다. 해는 스쿠버다이빙도 프리다이빙도 못 했더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상당히 깊은 숲 속이라 그늘진 곳이 많으니 조금 쌀쌀하다.


비포장길이 나타나면 거의 다 온 것이다. 7km라는 거리는 느긋하게 걷기에 좋았다.


울릉도에서도 태풍 피해로 여기저기 난간 레일이 부서져 있더니 여기도 부서진 부분이 있다. 올해 태풍이 심하긴 심했나 보다.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입구가 보인다. 다 왔다.


시설 좋아보이는 캠핑장을 구경하면서 특산물 판매장이 잔뜩 있는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다. 진부라 하황태가 유명하니 특산물로 황태를 많이 판다. 나가는 길의 식당들도 황태 전문점들인데 나는 황태 해장국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식사는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


백담사도 구경하고 백담사에서 국립공원 입구까지 초반에 잠깐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거의 내리막인 7km 구간을 느긋하게 걸었다. 오늘처럼 등산을 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숲속을 느긋하게 걷고 싶을 때 다녀오기에는 딱 좋은 길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마주치는 사람도 거의 없었던 호젓한 가을 산책길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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