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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21. 2020

정선 민둥산 억새 등산

2020년 10월 9일


10월 초, 단풍이 들기 전의 가을 빅 이벤트는 역시 억새다. 작년에는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억새가 많지 않아서 실망했기에 올해에는 확실하게 억새를 보기 위해서 민둥산에 가기로 한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은 서울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가면 사북읍 가기 전의 남면에 있다. 민둥산역도 있어서 기차로도 갈 수 있다.


남면 민둥산의 시작점은 증산초교데 주차장이 그리 넓지는 않고 그 아래 증산농공단지 쪽의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공사가 한창이다. 넓지 않은 임시 주차장 쪽에도 자리가 거의 없어 간신히 주차한다. 증산초교 앞 등산로 입구까지 좀 걸어야 한다.


민둥산 교차로에서 38번 도로 건너편에 철길 아래로 민둥산 가는 길이라 쓰여 있다. 이맘때는 굳이 길을 몰라도 등산복장을 갖춘 사람들만 따라가면 등산로 입구로 갈 수 있다.


철길 굴다리를 넘어가면 민둥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억새풀과 돌리네가 있는 산이다. 민둥산도 작지 않은 산이라 화암면까지 등산로로 갈 수 있지만 주차장까지 돌아가야 하니 증산초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간다.


증산초교 앞에서 길을 건너면 등산로 입구가 있다. 여기는 주차 때문에 엉망이고 사람도 많다. 등산로 입구에서 코로나 문제로 방문 기록지를 작성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으니 얼른 작성하고 들어간다.


이제 민둥산 등산 시작이다. 입구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더니 정작 등산로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


조금 올라가면 중간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거리가 더 길어도 편해 보이는 완경사 방향으로 간다. 아래 표지판 때문인지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급경사로 올라간다. 그 덕분에 완경사 쪽 등산로는 꽤 한산하다.


조금 올라가니 완경사라 해도 꽤 높이 올라왔다. 아래로는 차를 주차해둔 증산농공단지가 보인다.


며칠 전 설악산 백담사도 아직 단풍이 오지 않았는데 여기도 푸릇푸릇하다. 경사 방향답게 힘들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구조물 같은 것이 있다.


민둥산에는 남서쪽의 문곡리 쪽에서 발구미 마을을 지나 북쪽의 몰운리까지 민둥산의 둘레를 돌아가는 임도가 있다. 비포장길과 포장길이 섞여있는 부드러운 길인데 이 길과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급경사 방향에서도 이 길과 한 번 만난다.


여기에 막걸리 파는 음식점이 있으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마스크도 안 쓴 사람이 태반이니 얼른 벗어나서 등산로로 계속 올라간다.


로 올라가는 중간에 쉼터 구석에서 챙겨 온 김밥을 한 줄씩 먹고 다시 올라가니 숲이 없어지고 억새밭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민둥산은 산 정상에 억새 군락이 있다. 태백선 기차를 타고 가거나 자동차로 38번 국도를 달릴 때 산 꼭대기에 숲이 없이 민둥민둥한 산이 보인다면 민둥산이다.


정상 능선에 도착했다. 사방이 온통 억새밭이다.


풍성한 억새밭이 엉망으로 쓰러진 부분도 다. 등산객이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 헤집어놓은 곳이다. 우리도 산에 다니지만 몰지각한 등산객이 정말 많기에 등산객은 삼림 파괴의 주범이다. 국립공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산의 훼손 정도는 다녀가는 등산객 수와 비례한다.


어쨌든 해발 1,119m 민둥산 정상에 도착했다.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이 이 정상석에서 사진 찍겠다고 100m 정도 줄 서 있기에 우리는 정상석 사진은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올라온 주능선이다. 작년에 다녀온 명성산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억새가 장관이다.


여기저기에 망원경이 있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매봉산, 백운산, 함백산 등등 모두 같은 산이 아니다.


등산로 입구의 등산 안내판에 민둥산에서는 억새 군락과 돌리네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여기 정상 옆에 움푹 꺼진 곳이 돌리네다. 지하의 석회암층이 지하수에 침식되어 무너지는 바람에 움푹 꺼진 듯한 지형이 되는 것이 돌리네다. 지난번에 영월에서도 보았는데, 여기 돌리네는 민둥산답게 억새로 뒤덮인 돌리네다.



이제 돌리네 쪽의 등산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예전에 처음 왔을 때는 MTB를 끌고 이쪽으로 올라왔었다. 지금은 길도 좋아졌고 계단도 생겼다.


돌리네를 뒤덮은 억새를 보며 슬슬 내려간다. 다행히 이쪽 방향은 등산객들이 많이 오지 않는 루트다. 등산로가 여러 갈래가 있다면 우리는 사람 적은 루트를 주로 다닌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아까 등산로 중간에서 만났던 임도와 이어지는 길로 내려오게 된다.


이 구간은 파쇄석을 잔뜩 깔아놔서 꽤 미끄러운 길이다. 나도 몇 번 미끄러질 뻔했다.


여기는 해발 800m에 위치한 발구덕이라는  조용한 산촌 마을이다. 팔(8) 구덩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아까 돌리네처럼 카르스트 지형이라 점점 가라앉는 마을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맑은 하늘 아래 조용한 시골 소로 풍경이다. 강원도의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큰길로만 다니는 사람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기도 하다.


민둥산 정상의 민둥한 모습이 잘 보인다. 민둥산이 민둥한 것은 여기 발구덕에 살던 화전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 불을 놓아 숲을 없애 버린 것 때문이라고 한다.


중간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도로가 없어서 차가 못 들어간다고 쓰여 있는데 도보로는 갈 수 있다.


차 못 가요 라는 표시가 있다. 이 앞에 쉼터가 있나 보다.


쉼터가 나타났다. 등산객들이 꽤 앉아있다. 다들 막걸리 한 잔씩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 등산객들의 나쁜 습관이다. 쉼터를 지나면 갈림길에서 당연히 증산초교 쪽으로 가면 된다.


여기서부터 다시 등산로가 시작되지만 험하지는 않다. 이쪽 방향은 등산객도 거의 다니지 않고 아까 쉼터에서 만든 이정표만 간간히 놓여있다. 아무도 없으니 마스크도 좀 벗고 숲 향기를 들이마신다.


이정표는 나름대로의 영업 수단인 듯하다.


아까 완경사와 급경사로 나뉘던 등산로 초입 부근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턴 다시 등산객들이 많다.


증산초교 앞으로 돌아왔다. 해발 1,119m 라지만 시작점의 고도가 꽤 높은 편이라 어렵지 않은 코스였다.


정선은 서울에서 상당히 먼 곳이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근처 사북의 하이원에서 하루 쉬었다가 가기로 한다. 산꼭대기 하이원 호텔은 운탄고도에 갈 때 종종 지나쳐가던 곳이었는데 실제로 묵는 것은 처음이다.


여기 사북에 올 때마다 들르는 식당이 있다. 생선구이와 곤드레밥으로 배부르게 먹는다. 지니님은 이 구성을 참 좋아한다.




10월 10일 아침이다. 일어났더니 하늘이 온통 흐리다. 호텔에서 올라가는 곤돌라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오전에 정선 백운산 자락과 운탄고도를 산책하려고 했던 계획은 접어두고 좀 더 잔다.


사북에서 정선 읍내로 가려면 좀 떨어져 있지만 정선 읍내의 시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모듬전과 콧등치기 국수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울릉도에서도 나물을 좀 사 왔는데 여기서 다른 나물도 좀 산다. 올 겨울에는 나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운탄고도 산책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정선 근처 동강생태체험전시관에 왔다. 여기도 코로나로 전시관 운영은 안 하다 보니 근처 캠핑장 외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동강생태체험전시관은 병방치에서 내려오는 짚와이어의 도착지이다. 저 높은 곳에서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서 어마어마하게 내려온다.


동강 자체도 참 이쁜데 그 옆에다가 이렇게 이쁜 공원을 만들어놓으니 산책하기도 좋다.


간단히 산책하고 다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둥산을 갈 때는 등산객이 많이 몰릴 것을 예상했는데 등산로를 잘 선택해서인지 정상 부근 외에는 등산객이 거의 없는 길로 잘 다녀왔다. 이제 슬슬 날이 추워지니 올해 자전거 여행은 쉬기로 하고 당분간은 조용한 산을 위주로 다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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