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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07. 2020

울릉도 탈출

울릉도 여행 6일 차

2020년 10월 4


오늘은 아침으로 오징어회를 먹기로 한다. 하나로마트에서 초장을 사고 저동항에 내려가서 살아있는 오징어있는 아주머니에게 가서 회 썰어달라고 하면 된다. 우리가 간 시점에서 큼직한 녀석으로 두 마리 만 원이었다. 1인 당 한 마리 정도 먹으면 충분하다.


즉석에서 싱싱한 녀석들로 바로 손질해서 회를 떠주신다.


컵라면과 함께 한껏 먹는다. 정말 푸짐하다. 그런데...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알림이 뜬다.


풍랑 예비 특보로 내일 배가 출항을 못 한다고 한다. 오늘 도동 위주로 한가하게 다니다가 내일 느긋하게 돌아가려고 했는데 완전히 망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갈 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울릉도 여행인가 보다.


나와 지니님 둘 모두 화요일에 돌아갈 수는 없다. 급작스럽지만 오늘 울릉도를 떠나기로 한다. 오늘 밤까지 예약한 숙소비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지니님과 탈출 작전을 세운다. 오늘 오후 2시에 저동 출발하는 배는 이미 매진이고 우리처럼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많아 발권이 불확실하니 안내 문자에 나온 대로 사동항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묵호행 배를 타러 가기로 한다. 버스 시간마저 애매하니 택시를 타고 바로 사동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 도동에서 호박막걸리나 선물할 것들을 이것저것 좀 사려고 했는데 사동항 여객터미널 옆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가족들에게 줄 호박엿, 호박 초콜릿, 호박 젤리, 나물 등등을 좀 샀다. 울릉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온누리 상품권도 받는 곳이었다. 시나 해서 가져온 온누리 상품권으로 구입했다.


승선 시간이 되어 배를 탄다. 현장 발권을 해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창가 쪽이 아닌 중앙 쪽의 좌석이다. 그래도, 배표를 구한 것이 어디인가. 배가 출항하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묵호항에 거의 도착했다. 랑 예보와는 다르게 바다는 잔잔하고 배의 흔들림은 섬 들어올 때보다 적었다.


울릉도를 탈출했다. 잔뜩 흐린 울릉도와는 달리 여기 동해는 날씨가 맑다.


아침 겸 점심을 일찍 먹었더니 슬슬 배가 고프다. 묵호항 근처의 칼국수집에서 장칼국수를 한 그릇 먹는다.


여기서 그대로 집으로 가면 좋겠지만 차를 주차해둔 강릉항까지 돌아가야 한다. 일단 묵호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면 강릉으로 빠르게 갈 수 있다. 묵호항에서 묵호역까지는 조금만 걸으면 된다.


강릉 가는 기차가 마침 산타 열차다. 특실 요금 조금 비싼 관광 열차이긴 하지만 해변 쪽을 바라보면서 갈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좌석도 바다 쪽으로 설치된 기차지만 생각보다 바다를 많이 보긴 힘들었다.


강릉역에 내렸다. 지니님은 역사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혼자 버스를 타고 가서 강릉항에서 차를 가지고 온다. 강릉역에서 강릉항까지 그리 멀지 않은 데다가 강릉항 근처에 버스 종점이 있어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있다.


이렇게 예정된 휴가를 하루 남기고 울릉도에서 빠져나왔다. 제주도를 갈 때도 느낀 것이지만 섬 날씨는 정말 극과 극으로 종잡을 수가 없다. 이 날씨란 것 때문에 울릉도에 다녀오려면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날씨가 좋기만 바래야 한다. 울릉도에서 빠져나올 때에도 날씨의 영향을 받으니 여행 일정을 조금 넉넉하게 짜두는 것이 좋다.


울릉도 여행 얘기를 하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가 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울릉도에도 편의점과 하나로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구할 수 있는 생필품이나 식료품의 가격은 별 차이가 없다. 숙소 2층의 라운지가 개방되어 있어 맥주를 사다가 숙소에서 마시니 저렴했다. 오징어가 들어가는 음식은 가격만큼 오징어가 푸짐하게 나오니 이왕 울릉도에 가면 울릉도에서 주로 나는 음식들을 먹자. 나물들도 아주 맛있다. 우리는 회나 새우를 안 먹었다. 새우철도 아니라서 워낙 비싼데 양은 얼마 안 되니 그리 먹을 생각이 없었다. 또한, 울릉패스 통합 여행권을 구입한 덕분에 이동과 관광지 입장권도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렇게 다니니 생각보다 저렴하게 울릉도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 장기로 다니는 사람들은 보다 저렴하게 민박 등을 이용한다고 한다.


오늘은 사실상 울릉도에서 빠져나오느라 시간을 다 쓴 셈이라 실제로 5일 정도밖에 즐기지 못했지만 울릉도 여행은 일반적인 국내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섬 한 바퀴에 40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즐길만한 것들이 오밀조밀하게 꽉 들어차 있는 섬이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한 번쯤은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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