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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30. 2020

울릉도의 서쪽 도동-남양

존과 지니의 울릉도 여행 5일 차

2020년 10월 3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잔뜩 흐리다. 제주도만큼이나 날씨가 변화무쌍한 듯하다. 어제도 결국 강행군이라 이제 둘 다 지쳤다. 숙소에서 쉬면서 오전을 느긋하게 보내고 점심부터 움직이기로 한다. 오늘은 점심에는 도동을 돌아다니고 오후에는 울릉도의 서쪽을 느긋하게 다녀보기로 한다. 유료 관광지는 어제 다녀온 북쪽 해안과 도동, 저동에 집중되어 있고 사동부터 학포까지는 반드시 다녀올 만한 무언가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안 가본 곳이니 산책 삼아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에 오징어배가 들어왔는지 저동항은 오늘도 분주하다. 잠시 기다려서 도동 가는 버스를 탄다.


도동에 도착했다. 강치 거리를 지나 항구 쪽에 내려가 본다.


날이 뿌옇게 흐리니 풍경이 살아나지 않는다. 도동항 항구 쪽을 여기저기 둘러본다. 씨가 좋았으면 저동항만큼 멋진 곳일 텐데...


마침 죽도 가는 배가 출항 준비 중이다. 얼마 전에 예능 프로그램 방송에 죽도가 나와서 죽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냥 작은 섬이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울릉도에서 가장 지니님 마음에 든 음식인 해물밥을 한 번 더 먹기로 했다. 여전히 맛있는데 그때그때 들어오는 해산물에 따라 해물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도동에는 도 박물관과 독도 전망 케이블카가 있다. 울릉패스 48시간 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울릉도 호박엿이 유명한데 호박으로 만든 막걸리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집이 독도 박물관 가는 길에 있다. 나중에 한 번 마셔보기로 했는데 이대로 못 먹을 줄이야...


독도 박물관이 언덕 위로 보인다. 은근히 가파른 언덕길을 계속 올라간다.


올라가는 수고를 조금 덜어주려는 것인지 아래쪽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일단 케이블카 먼저 타기로 한다. 울릉패스권으로 발매하니 무료 입장권이 나온다.


도동을 끼고 있는 봉우리인 망향봉에는 통신 시설들이 있고 그 옆의 봉우리로 가는 케이블카다.

독도 전망대와 도동 마을이 보인다.


긴 케이블카는 아닌 만큼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독도 일출 전망대에 도착했다. 일단 여기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올라가 본다.

북쪽으로는 도동에서 사동 넘어가는 나선형 도로가 보인다. 울릉도에는 해안 절벽 지형이 많아서 워낙 경사가 심한 곳에는 이렇게 나선형 도로를 만들어놨다.


아래로 내려다보면 도동 마을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독도까지 87km 라는데 맑은 날에도 간신히 보이는 것이 이렇게 흐린 날에 보일 리가 없다.


이 전망대는 파리가 엄청 많다. 좀 더 느긋하게 있고 싶지만 파리들 때문에 오래 있기 힘들다. 쫓기듯이 내려간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가면 망향봉 전망대로 갈 수 있는데 꽤 아래쪽이라 고생만 하고 오늘 날씨에는 전망도 안 좋을 것 같아서 가지 않기로 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박물관 입구에는 독도 관련 사료들을 수집하여 기증하고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이 된 이종학 선생의 묘가 있다.


독도 박물관은 독도에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독도가 역사에 등장한 것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관련 자료가 그렇게 풍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둘러볼만하다. 며칠 전에 독도에 가기 전에 들렀으면 좀 더 나았을까?


3D 입체 영상관도 있는데 코로나로 휴관이었다.


독도 박물관 아래쪽에는 특별 전시회를 하는 중이다. 조선시대의 독도 관련 기록들이 실제로 검증되는지를 다루는 전시회다.


조선시대에 동해안에서 울릉도로 항해가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어제 대풍감에서 본 기록처럼 조선시대에는 돛단배들이 바람의 힘으로 항해를 했는데 제대로 바람을 맞아도 해류 때문에 울릉도에서 육지로 돌아오는데 3일이 걸렸다고 한다.


독도 강치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또한 일제가 벌인 짓이다.


울릉도에 오면 많이들 먹는다는 독도 새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 집에서 거의 독점하다시피 판매해서 양도 적은데 어마어마하게 비싸니 우리는 안 먹는다.


독도박물관까지 다 보았으니 슬슬 내려간다. 입구에 있는 사찰인 해도사도 잠깐 들러 구경한다.


이제 울릉도 서쪽 해안을 둘러보기로 한다. 도동 버스터미널에서 일주 버스를 탄다. 마침 천부로 가는 버스가 왔다.


도동 마을을 빠져나온 버스는 아까 전망대에서 보았던 빙 돌아가는 회전 고가도로를 질주한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터널이나 높은 고개가 있다. 저 아래로 옆 마을인 사동이 보인다. 이번 태풍에 사동의 거대한 방파제 중간이 박살 났다.


도로에 자전거 모임이 보인다. 갓길도 없는 2차선 도로가 구불구불해서 시야가 제한되고 터널이나 고개가 많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 안 좋은 섬이다.


해안도로를 달리고 터널도 지나서 남양에서 내렸다. 암마을까지 갈까 하다가 마을이 워낙 작고 캠핑장만 있는 듯하여 남양까지만 간다.


남양에 내리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투구봉이라는 봉우리다.


버스가 떠나고 나니 아주 조용한 마을이다. 을회관 1층에는 당구장이 있어 동네 아저씨들은 다 여기 모여있고 마을 광장의 정자에는 아줌마들이 모여 노래하고 있다.


바닷가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보여 주웠다. 바짝 마른 해마다.


마을을 적당히 거닐다가 도동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사동으로 간다.


통구미 마을 해변에는 캠핑족들이 보인다. 바람이 세서 그런지 해안 절벽 밑의 바위 틈새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통구미에는 거북바위가 있다.


버스 기사님이 재밌는 분이다.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기사님 본인도 연초에 울릉도에 잠깐 들어왔다가 버스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서진 해안도로와 강철 부표 등등 태풍의 흔적들을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터널 입구 구석의 테트라포드가 울릉도 태풍 피해 사진으로 유명했던 터널 안 테트라포드를 부숴서 끌어낸 조각이라고 한다. 기사님도 어떻게 저 커다란 테트라포드가 터널 안까지 들어갔는지 놀라웠다고 한다.

<울릉도 태풍피해 사진 중>


우리는 사동에서 내렸다. 울릉도에서 모래가 있는 곳이라 하여 사동이라고 한다.


여기도 슬슬 마을 구경을 한다. 도동 방향의 해안 산책로는 짐작했던 대로 다 망가져 통행금지다.


모래가 있다고는 하지만 매우 굵은 모래다.


문 닫은 물놀이장 근처에는 캠핑족들만 몇 명 있다.


사동 여객터미널까지 슬슬 걸어보기로 했다. 저 앞에 바다로 툭 튀어나온 가두봉 근처에 공항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사동항의 남방파제는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허리 부분이 이번 태풍에 완전히 박살 났다. 아까 버스 기사님이 얘기해주기를 이 방파제가 커다란 파도에 완전히 박살이 났는데 새로 지은 사동항 여객터미널 쪽은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부서져도 남은 부분들이 버텨내어 태풍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


사동 여객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저동으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인 저동 약국이 아닌 저동 여객터미널 근처에 내려서 지니님이 울릉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음식 중에 하나인 오삼불고기를 먹는다.


오징어가 흔하고 돼지고기가 귀한 울릉도의 오삼불고기는 육지와는 반대로 싱싱한 오징어가 많이 들어가고 삼겹살이 조금 들어간다. 그래서 삼겹살을 안 좋아하는 지니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저동항의 두 등대를 보면서 천천히 걸어 숙소로 돌아온다.


1인 당 24000원의 울릉패스 48시간 무제한권을 써서 저동 봉래폭포와 운행 중지된 태하 모노레일 외에는 모두 다녀왔다. 버스도 10번을 탔으니 여행비를 그럭저럭 절약한 셈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다닌다면 이렇게 울릉패스를 구입해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다녀온 울릉도 북쪽 해안과는 완전히 다른 일정이었다. 어제는 볼 게 많고 바쁜 하루였는데 오늘은 볼 것이 적고 느긋한 하루였다. 일정이 빡빡한 사람이라면 도동항만 둘러봐도 될 정도로 서쪽 해안 쪽은 심심한데 우리처럼 느긋하게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런 나들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날씨가 맑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로서 울릉도를 거의 돌아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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