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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25. 2021

춘천의 숨은 보석같은 곳, 국립 춘천 박물관

강원도 역사의 요점정리 풀이집

2020년 12월 20일


어제 춘천 삼악산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조금 쉬어가고 싶다. 그래도 어딘가 가보고 싶은데 춘천 주변의 어지간한 곳은 다 다녀온 것 같다. 안 가본 곳 중에 어디를 갈까 하다가 마침 국립 춘천 박물관에서 철불 전시를 한다니 다녀오기로 한다.


춘천 박물관 주차장은 넓고 무료다. 하게 주차하고 건물 쪽으로 간다.


우리도 춘천 박물관은 처음이다. 눈에 보이는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박물관 본관에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가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강원 철불 포스터가 있다. 원래 이미 끝났어야 했는데 기간을 연장했다고 한다.


3층에 올라오니 저 멀리 본관이 있다.


본관 입구에서 당연히 발열 체크와 방명록 작성을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스크린과 깔끔한 중앙 구조물에 조금 감탄한다. 나름대로 시설을 잘해놓았다는 게 시작부터 느껴진다.


홀과 각 전시실을 큼직하게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내부 구조는 간단하다. 시기 순으로 선사, 고대실부터 중, 근세실을 지나 특별전시관으로 가면 될 것 같다.


나는 세계 최대의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도 둘러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박물관에서는 전시의 양보다는 전시작의 질과 관람자 친화성을 본다. 춘천 박물관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 딱 좋은 박물관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가 보다. 1층 첫 전시실의 입구에서 목차라고 할 수 있는 강원 역사 연표가 있다. 강원도의 역사도 결국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처음에 시작점을 찍어주는 의미로 중요하다.


찰스 다윈의 명언도 있다. 현대 사회에도 머리가 좋거나 신체 능력이 좋은 사람보다 실력으로든 운으로든 시대의 흐름을 잘 타는 사람이 성공한다. 나는 자전거나 타고 이런 마이너 한 글을 쓰니 성공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부나 명예와는 별 상관이 없을 듯하다. 그래도 이게 재밌는 걸...


이제 선사관이다.


선사 시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두개골 모형이 있다.


강원도에는 10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고 한다.


구석기시대는 뗀석기... 하나씩 구경하고 있는데 이제 한참 말을 시작하고 걸어 다니는 아기가 엄마에게 묻는다. "이게 모야?"... 뗀석기를 아기에게 설명하기엔 참 난감하다. 아무리 봐도 그냥 돌이잖아.


신석기시대... 이제부터 뭔가 좀 제대로 가공한 돌멩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돌이라는 것이 썩 단단하고 쓰기 편한 재료가 아닌데 옛날 사람들은 열심히도 갈아서 썼다.


석기시대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인 토기들도 잔뜩 있다. 마치 종갓집 뒷마당의 김장독을 보는 듯하다.


춘천 시내 바로 옆에 버티고 있는 야트막한 봉의산에 동굴이 있다고 한다. 봉의산 암벽에서 유골과 함께 이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제 청동기 시대로 넘어간다. 고조선이 청동기 시대라고 기억한다.


청동이란 것이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청동기에도 일반적인 도구는 여전히 돌멩이 다듬은 것을 주로 사용한다. 청동으로 만든 것을 이 시대에서는 최첨단의 고가 귀중품이다 보니 중요한 무기나 장신구 등의 사치품이 많다. 춘천 박물관이다 보니 유물들도 강원도에서 발굴된 것이 많다.


철기시대는 대략 기원전 100년 경라고 한다. 선사시대로 구별하는 철기시대는 좀더 이전으로 알고 있는데 대략적으로 삼국시대 초기까지를 포함하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사람은 드디어 철을 다룰 수 있는 높은 온도의 불을 얻었고, 철광석은 청동에 비해 훨씬 흔한 재료였다. 다만, 녹이 잘 슬기 때문에 유물들은 녹이 슬다 못해 문드러지려는 것들이 많다.


항상 최첨단의 새로운 것은 전쟁에 사용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전쟁은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든다. 신소재인 철은 이 당시에도 전쟁에 사용되었다.


삼국시대의 세 나라 중에서 서울이 있는 한강을 차지하고 있을 때가 그 나라의 최전성기라고 배웠다. 서울을 차지하면 필연적으로 한강이 연결되는 강원도도 차지할 것이다. 그래서 백제의 물들 강원도에서발견되었나 보다.


하지만, 이미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지막은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백제를 멸망시킨다. 강원도에서도 신라의 것으로 보이는 관들이 영동지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신라 시대의 유물들이 꽤 전시되어 있다.


참 우리나라의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이 수막새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지붕 조각이 유물로 많이 전시된 것 같은데, 한중일 동아시아의 건축 양식을 보면 시대 별로, 나라 별로 참 다른 점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유물이다. 이 오래된 기와에 아기자기하게 만든 문양들이 참 신기하다.


신라 시대의 화랑들은 말을 타고 다녔다. 말을 타는데 중요한 것이 안장과 등자인데 이 등자가 만들어지기 전만 해도 말을 타는 것은 매우 어렵고 숙련이 필요한 일이었다. 안장과 등자가 발명되면서 기마의 난이도가 훨씬 내려가고 말을 탄 사람이 말 위에서 안정적으로 무기를 휘두르거나 활을 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의 기마병은 지금의 장갑차나 탱크에 비견되는 강력한 무장이니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등자 중에 멋진 것이 이 호등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토막짜리 나라 가지고 통일신라라고 부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한반도의 반도 안 되는 나라지만... 이 당시에 강원은 삭주와 명주라 불렀다고 한다.


찌그러진 종 조각도 있다. 복원 예상 모형도 있는데 참 이쁜 종이 다 망가졌다.


신라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불교이고, 불교의 대표적인 유물이 불상이다. 다양한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절터를 은근히 마주치게 된다. 사찰들이 목조건물이 많다 보니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고로 없어지는 곳이 많은데 이렇게 유물이 남겨져 있다.


이제 중세인 고려시대로 넘어가 본다.


처음 맞이하는 전시관은 불상들이 있다. 몇몇은 틀별 전시 때문에 다른 자리로 잠시 옮겨갔나 보다.


청동기에도 석기들이 많이 사용되었던 것처럼 철기가 발전할 만큼 발전한 고려시대에도 청동이 전혀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신라 시대에도 참 다양한 장신구를 볼 수 있었는데 고려 시대는 더욱 발전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신라시대보다 더욱 화려해진 호등도 볼 수 있다.


코가 없는 석불이 있다. 주에서 온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 뒤에는 광배가 있는데 원래 비로자나불과 붙어있는 것이다.


6.25 전쟁 때 스님으로부터 불상은 맡은 참전군인이 다시 기증한 작은 불상도 있다. 6.25 전쟁에서 참 많은 문화재가 없어졌을 것이다.


일본이 가져갔다가 다시 돌아온 문수보살상도 있다.


금강산은 분단되어 갈 수 없는 강원도의 북쪽 지역이라 금강산에 관련된 것들도 있다. 세계의 다른 곳에 엄청난 자연 풍경이 많기에 금강산에 대한 찬양이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정말 그렇게 대단할까?


춘천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촌 삼거리에서 사창리 쪽으로 지촌천을 따라 몇 번 다니게 되는데 그 계곡이 곡운구곡이다. 한 번쯤은 다녀와도 괜찮은 곳인데 여기 박물관에도 그에 대한 자료가 있다.


이제 상설 전시관의 마지막인 근세실로 가본다.


대동여지도의 강원도 부분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틈 나면 지도를 들여다보고 사는 나로서는 현대의 지도에 견줄 만큼 정확한 이 지도에 감탄이 나온다.


근세실의 전시물들을 다 보고 나면 이제 특별 전시실들을 둘러볼 차례다.


춘천 박물관 소장품으로 유명한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2001년 영월의 창령사 터에서 발굴된 이후 서울 국립 중앙 박물관 등에도 전시되었는데 지금은 춘천 박물관에 있다.


오백 나한은 정교하고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다 닳아빠진 석상들이다. 형체도 다 뭉그러진 투박한 석상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는 따듯한 표정만큼은 그대로 살아있다.


설치미술가가 전시에 관여하여 배치한 조명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에 깊은 음영이 드리운 덕분에 더욱 강렬한 감정이 느껴진다.


오백 나한인 만큼 다양하게 많다. 그중에는 많이 훼손된 불상들도 많다. 여럿이 이렇게 모여 있으니 전시실에 나와 지니님 밖에 없음에도 시장통에 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마지막 전시실로 간다. 강원 철불 전시다.


3년 간의 연구 결과를 마치 작업장에 들어온 것처럼 전시해놓았다고 한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로 조상들은 돌, 청동, 도자기 등등 다양한 재료로 불상을 만들어왔다.


불교는 중국과 육로로 접한 고구려와 해로로 접한 백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전남 영광에 가면 볼 수 있는 백제불교 도래지가 그곳이다.

https://brunch.co.kr/@skumac/219


이 전시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해설이 여럿 있다.


귀엽게 잘 그린 작업 노트를 참고하면 해설사가 없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고구려 불상의 특징부터,


백제 불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서산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불상도 여기에 와있다. 보원사지는 절터라서 휑하긴 하지만 가야산이나 해미 읍성 쪽을 여행하면서 그 유명한 마애삼존불과 함께 들르면 좋은 곳이다.


신라도 불교를 받아들여 불교가 크게 융성했다.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모습을 이렇게 비교해서 설명하니 어렵지 않다.


고려시대 부처님만 예시와 불상이 다르다. 불상은 화려하고 세련된 영화배우 같은데 그림은 좀 재미있는 코미디언 같이 생겼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 정책 때문인지 점점 화려하고 정교해지던 불상이 퇴보된 느낌이다.


이제 고려시대 철불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철불의 구조와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다.   


철불은 그 재료 때문인지 붉고 단단하면서 강렬한 느낌이 든다. 통짜로 만들면 무겁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속을 비웠다고 한다.


그 빈 속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철불의 밑으로 들어가면 옆에 손전등이 있는데 손전등은 관람객들이 계속 켜놓아서 그런지 빛이 너무 약하다. 핸드폰 불빛으로 보니 아주 잘 보인다. 매끈하거나 얇기 한 것이 아니라 대충 비운 것처럼 투박하다.


전국의 철불 분포도 알 수 있다.


이 커다랗고 무거운 철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알 수 있다. 거푸집을 이용한 분할 주조는 현대에도 실리콘과 레진을 이용해서 모형을 제작할 때 비슷하게 사용하는 방법이고 밀랍 주조법은 흙과 밀랍을 이용한 방법이다.


분할 주조법은 거푸집을 연결하는 이음새 때문에 이렇게 분할선이 생긴다.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원래는 존재하지 않던 거푸집 등을 3d 프린팅 기법으로 만들어서 자료를 만들었다.


작업실 같은 공간에서는 시간 맞춰 가면 강의도 들을 수 있나 보다.


왼쪽은 분할 주조법으로 만든 철불, 오른쪽은 밀랍 주조법으로 만든 철불.


작업실 쪽에는 석고를 이용해서 이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이해하는 공간도 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인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진행하지 않는다. 기본 지식이 없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라 이렇게 체험을 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이제 모든 전시를 보았으니 나오면서 박물관 중앙의 파노라마 스크린을 구경한다. 인공 정원 같은 느낌인데 깔끔하고 화려하다.


탁본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어린아이들 용이다. 우리 같은 어른이도 하고 싶은데...


역사를 모르는 여행자는 여행에서 놓치는 재미가 많다는 것을 나는 누차 강조한다. 여행과 역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먼 여행지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생활양식은 오랜 기간 쌓인 역사의 흔적이다. 나는 문화재에 관심 없어, 멋진 자연 풍경만 즐기면 돼!라고 하는 사람도 자연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수박 겉핥기 여행밖에 되지 않는다. 그랜드 캐년, 알프스처럼 사람이 만든 문화재가 아닌 자연의 걸작들도 그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물며, 좁디좁은 이 나라에서는 여기저기서 내가 알던 역사의 흔적은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다. 춘천에서 멀리 떨어진 영광과 해미에서 보았던 백제의 흔적을 여기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는 것처럼...


이렇게 국립 춘천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강원도와 춘천도 우리 지역의 일부분이고 우리 역사의 일부분인 만큼 익숙한 유물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국립 중앙박물관만큼 엄청난 규모로 관람하기 힘들 정도도 아니고 전쟁기념관보다도 규모는 작다. 하지만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의 전시량에 전체적으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박물관을 자세히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들러볼 만한 곳이다.


국립 춘천 박물관은 2002년 개관하였다는데 중간에 여러 차례 손을 보았는지 전체적인 시설은 세련되고 깨끗하다. 상설 전시실의 내용도 좋았지만 절로 미소가 나오는 오백나한과 자세하고 전문적인 자료를 쉽게 풀어서 전시한 강원 철불 특별 전시도 내 지식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전시였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이지만 박물관이라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서인지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이런 곳이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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