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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01. 2021

양평 유명산 용문산 설산 산행

가벼운 겨울 산행 코스

2021년 1월 1일


2021년 새해가 밝았다. 3일 연휴인데 나라가 코로나로 뒤숭숭하니 까우면서 조용한 곳에 가기로 한다. 1월 1일은 중부지방에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때쯤에 눈 다운 눈이 내리면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이런 눈 쌓인 겨울에 산에 가기 위해서는 동계 등산 장비가 필요하다.


등산스틱, 아이젠, 스패츠는 설산 산행의 기본 장비다. 등산 스틱은 자기 키에 맞춰서 한 쌍이 필요하고, 아이젠은 미끄럽고 얼음이 곳곳에 숨어있는 눈 쌓인 등산로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해 준다. 또, 스패츠는 발목으로 눈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해 준다.


스패츠로 눈을 막더라도 청바지와 같은 일반 바지들은 눈에 젖고  낮은 기온에 얼어붙어 엉망이 될 수 있으니 겨울 산행에는 기능성 등산 바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겨울철 산행에서는 겹겹이 입은 옷들 때문에 땀이 잘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상의도 더더욱 땀 배출이 빠른 기능성 소재를 입어야 한다.


오늘은 설산 산행을 맛보기에 적당한 양평 용문산과 유명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산 모두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다.

두 산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붙어있지만 성격이 참 다른 산이다. 용문산은 여기저기 바위가 깔린 경사면을 가로지르는 산이고, 유명산은 거의 임도에 가까운 부드럽고 넓은 길을 걷는 산책 코스 같은 곳이다. 자동차로 이동해서 두 산을 모두 다녀오려면 설매재 정상인 배너미고개에 주차하고 출발하면 된다. 대중교통으로 유명산에 간다면 잠실에서 설악면을 거쳐 가평으로 가는 시외버스나 양평터미널에서 가는 버스를 타고 유명산 휴양림 입구에 내려 시작하면 되는데 이 경우 용문사까지 편도로 가서 양평터미널로 돌아간다.


배너미고개에 도착해서 주차를 했다. 이 배너미고개는 수도권 극악 자전거 코스 중에 하나인 설매재의 정상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용문산, 서쪽으로 가면 유명산이다. 이 입간판 바로 앞에서 용문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요즘 지니님 걸음걸이가 엄청 빨라졌다. 시만 딴짓하고 있으면 혼자 저 앞에 가버린다.


아직 지니님은 등산스틱까진 준비하지 않아서 내 등산스틱을 하나 쓴다. 조만간 자기 등산스틱을 살 예정이다. 등산로에 눈이 조금 쌓여있는데 아직은 그냥 걸어갈만하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에서 땅이 미끄러운 게 느껴진다.


장비가 있는데 안 쓰고 고생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바로 스패츠와 아이젠을 장착한다.


아이젠을 신으니 미끄럽던 오르막길도 평소처럼 갈 수 있다.


눈 쌓인 등산로를 척척 걸어간다. 눈 내리고 며칠이 지나서 그런지 온통 하얀 세상은 아니지만 겨울 눈길을 걷는 느낌은 충분하다.


배너미고개에서 고작 1 km 왔다. 지와 등산로의 거리 감각이 많이 다르다.


나뭇가지 저편으로 낮게 깔린 안개가 보인다.


숲 사이로 앞으로는 용문산 정상 군부대 시설이, 뒤로는 유명산이 보인다.


용문산 초입은 유명산만큼은 아니라도 등산로가 넓은 편이라 설산 첫 산행지로 나쁘지 않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용문산 군부대 입구 공터로 나오게 된다.  등산객들이 길을 헷갈리지 않도록 큼지막하게 등산로 방향을 표시해두었다.


설산 산행의 장점은 길이 아주 잘 보인다는 것이다. 군부대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정상까지 가려면 군부대를 빙 돌아서 가야 한다.  예 군부대가 정상을 차지해서 정상 표지석이 다른 봉우리에 있는 산들을 생각하면 부대에서 많이 봐준 듯하다.


이곳은 숲이 없어 전망이 좋다. 아까 지나온 옥천면 쪽이 잘 보인다.


등산로를 따라간다. 여기까지는 아주 쉬웠다면 이제부터는 아주 쉽지는 않은 길이 이어진다. 이젠이 없는 등산객들을 몇 명 마주쳤는데 준비 없는 겨울 산행의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정상의 군부대를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산을 빙 돌아간다는 느낌으로 가면 된다.


중간 삼거리에서 복잡한 이정표를 만나는데 당연히 용문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걷다 보면 너덜바위 지대를 만난다. 이렇게 산비탈에 커다란 바위들이 잔뜩 깔려있는 지형이다. 암괴류라고도 하는데 산행 중에 종종 만나는 바위무더기다.


정상까지 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고도가 상승하지 않고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산을 우회하는 느낌이다. 계속 걷다 보면 이정표가 하나 나타난다.


용문산 정상까지 오르막 계단 방향으로 110m 남았다. 이정표에서 0.3km 이하 또는 이렇게 m 단위로 300m 이하로 나오면 정말 거의 다 온 것이다.


그렇다고 오르막이 끝나는 건 아니다. 계단을 따라 110m 거리를 올라가야 한다.


드디어 해발 1157m 용문산 정상에 도착했다. 용문산보다 유명한 것이 산기슭의 용문사이고 용문사보다 유명한 것이 1100살이 넘은 용문사 은행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용문산 정상에는 은행잎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1100m면 낮은 산은 아니다. 주변이 온통 내려다보인다. 반대편은 군부대 시설이 가득하니 이쪽 조망만 즐길 수 있다. 중원산 방향으로 조망이 펼쳐진다. 바로 앞의 돌산은 용조봉이고 저 뒤의 왼쪽 봉우리가 중원산이다.


상원사 쪽으로 마을도 내려다보인다. 문역 방향이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 왕복하는 코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승용차로 이동하면 주차한 차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다.


하산길 아이젠 덕분에 눈 쌓인 급경사도 그리 어렵지 않게 내려간다.


용문산 차도와 다시 만난다. 저 뒤로는 유명산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등산로가 완만하니 어렵지 않게 배너미고개로 돌아온다.


차를 세워두니 차에 간식과 물을 두고 보급을 할 수 있다.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차에 두고 갈 수 있다. 유명산은 넓은 임도라 길이 워낙 완만하고 부드러우니 등산 스틱은 두고 간다. ATV 체험장과 식당 옆으로 임도 들어가는 길이 있다. 차단봉이 내려져 있지만 등산객들은 바로 옆 틈새로 들어가면 된다.


처음에는 완만한 넓은 길이 이어진다. 초입은 북측 사면이라 진흙탕으로 젖어있을 때가 많은데 겨울에 눈이 한 번 쌓이면 잘 안 녹는다.


ATV 체험자가 있으면 입구의 차단봉을 열고 이쪽 체험장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ATV들이 종종 돌아다니니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통행에 주의하자. 체험장이라는 것은 대부분 경험 없는 생초짜들이 온다는 뜻이다.


산 남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경사가 조금 급해지면서 시야가 탁 트인다. 유명산 근처를 지날 때면 하늘 위로 패러글라이더를 자주 보는데 이곳 유명산 활공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겨울이라 활공장에 이용자가 없어서인지 백패킹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야를 막는 것이 없이 탁 트인 활공장의 조망이 좋다 보니 겨울 백패킹으로 많이들 오는 것 같다. 아무리 패러글라이딩 이용자가 없다지만 야영금지 표지판이 떡하니 붙어있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은 좀 아닌 듯하다.


내 기억으로는 활공장에서 조금만 가면 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은근히 더 걸어야 한다.


위쪽에 다시 더 넓은 활공장이 나타나고 여기서 좀 더 걸어가야 정상이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면 비로소 유명산 정상이다.


해발 862m의 유명산 정상석이 있다. 배너미고개가 해발 670m니까 정말 완만하고 편하게 올라오는 길이다.


용문산 정상이 잘 보이는데 생각보다 꽤 멀다. 오늘 생각보다 많이 걸었구나...


원래 유명산을 등산로로 제대로 올라온다면 유명산 자연휴양림 쪽에서 올라오는데 쉽게 쉽게 임도로 올라왔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입구의 북측 사면은 눈이 쌓여 있지만 양지바른 곳은 눈이 금방 녹는다.


왔던 길을 똑같이 돌아가면 지루하니 조금 변경해보자. 내려가는 길 중에 이렇게 지름길이 있다.


워낙 평탄한 길이니 어렵지 않게 배너미고개로 돌아온다. 근처 식당에서 키우는 백구 녀석이 우리를 환영해주는 듯한데 겁은 많은지 근처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차에 남아있는 강아지 간식을 좀 던져준다.


이렇게 양평의 두 산을 한 번에 다녀왔다. 용문산은 1157m라 꽤 높은 편이지만 해발 670m 정도의 배너미고개에서 출발하니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유명산은 거의 산책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겨울 산행은 춥고 축축하고 미끄럽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보온 대책과 눈, 얼음 대책이 필요하다. 설산 산행의 시작이라 비교적 쉬운 곳에 다녀왔다. 다음번에는 좀 더 제대로 된 설산 산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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