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설날 연휴에 3일을 연속으로 산행을 한 후에 한 주를 쉬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가려고 했던 한적한 시골길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춘천 사북면의 신포리와 원평리 사이에는 북한강물이 크게 굽이도는 길이 있다. 5번 국도는 말고개 터널을 지나 화천으로 가는 길이고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동네 사람들만 다니는 길인데 겨울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구간이 있어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조용한 시골길이다. 걸어서 한 바퀴 돌기에는 은근히 긴 12km의 순환 코스인데 그동안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이 있으니 한 번 걸어보기로 한다.
춘천에서 화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원평리나 사북면사무소 앞에서 내려도 되지만 춘천에서 출발하는 우리는 자동차로 가서 말고개 터널을 지나 사북면사무소에 주차하고 걷기로 했다.
순환 코스라 어느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말고개를 먼저 넘기로 했으니 5번 국도 갓길로 걸어간다. 5번 국도는 한적한 편이지만 이따금씩 인도가 끊기고 갓길도 없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쌩쌩 달리니 조심해서 걸어간다.
군부대를 지나면 말고개 터널 전에 삼거리가 있다. 여기서 광산골로 가서 말고개길을 올라가야 한다.
이제 5번 국도를 벗어났으니 조용하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낯선 우리를 보고 짖는 개들만 있다.
이제 넘어가야 할 말고개가 왼쪽으로 보인다.
길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말고개로 가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빙판이다. 요즘 계속 얘기하지만 겨울에 어디 돌아다닐 때에는 아이젠이 필수다.
낚시터 앞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라간다.
차들이 거의 안 다니는 길이라 완전히 빙판이다.
말고개 터널로 가면 이 빙판길을 갈 이유가 없어 차들이 안 다니나 싶었는데 몇 대가 지나간다. 사륜구동 트럭 한 대가 조심조심 내려가고 올라오던 승용차는 포기하고 돌아간다.
말고개 정상부터 햇빛이 들어오는 곳은 눈이 녹았다.
하지만 그늘진 곳은 다시 이 모양이다.
말고개를 넘으면 원평리다. 저쪽에 마을이 보인다.
38선 표지석이 있다. 이 외진 곳에도 이렇게 38도 선을 알리는 표비가 있다니...
원평리는 개도 많지만 고양이들이 참 많다.
5번 국도는 고가도로로 지나가고 그 아래로 국도를 가로지른다. 마을에 들어갔더니... 한적할 줄 알았던 마을이 도로 변에는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알고 보니 빙어 낚시로 유명한 곳이라 코로나로 빙어낚시를 금지했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여기가 이런 것은 얼마 전에뉴스에도 나왔다고 한다.
안쪽에도 빙어 낚시터가 있는지 생각보다 차들이 지나간다. 조용한 하이킹 코스라 생각하고 왔는데...
길옆에는 토종 벌통이 보인다. 이 정도 환경이면 꿀도 더 맛있을 듯하다.
마을 입구 집 앞에 파란 강아지 석상이라니 참 기괴하다.
생각보다 강에 바짝 붙어가는 구간은 얼마 안 된다. 좀 더 강에 바짝 붙어 걷고 싶다면 조금 위쪽의 연꽃단지부터 시작되는 화천 산소길을 가는 것도 좋다.
여기도 빙판 위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출입금지 플래카드도 붙이고 강 쪽 출입구를 막아놔도 소용없다.
원당이라는 마을의 유래가 적힌 비석이 있다. 둥근못이 있어 원당인데 춘천댐 건설로 지금은 수몰되었다고 한다.
얼어붙은 북한강을 바라보며 걷는 느낌도 좋다. 이 느낌을 위해 여길 걷는다.
한강 합류점인 두물머리에서 92km 떨어진 곳이라는 표시가 있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신매대교에서 서상리를 지나 춘천댐 전이 갑자기 끊기고 화천 원천리에서 산소길로 자전거길이 다시 생기는데 여기는 딱 그 중간이다. 조만간 시작될 지촌 원천 간 5번 국도 직선화 공사가 완료되면 여기도 차량 위협 없이 자전거를 타러 오기 좋을 것 같다.
강 건너에 민가가 보인다. 춘천 사북면의 가장 구석진 곳인 가일리다. 저기를 배를 타지 않고 가려면 송암리에서 더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북쪽 응달진 곳이라 눈이 녹지 않아 차량 통제가 되는 구간이다. 바리케이드 넘어가기 전에 공터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다시 출발한다. 차량 통행은 금지되어 있지만 사람은 다니는 길이다. 길이 얼어 있으니 다시 아이젠을 착용한다.
눈이 없어져서 아이젠을 벗었더니 또 눈이 나타난다. 번거로워도 안전하게 다니는 게 최고다. 거의 10km를 걸었더니 슬슬 지친다.
반대편 바리케이드로 나가면 이제 거의 끝나는 거다.
강이 두껍게 얼어있어 주차해둔 면사무소까지 직선으로 가도 될 것 같지만 그대로 마을길을 따라간다.
소들이 낯선 사람을 쳐다본다. 참 귀여운 녀석들이지만 방역 문제로 축사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겨울에는 차량 통제가 되니 사는 사람들은 불편해도 걷기엔 좋다.
5번 국도를 건너 사북면사무소로 돌아온다. 오늘 하루도 재미있었다.
이 길은 5번 국도로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는 자전거객들이 종종 이용하는 길인데 5번 국도 자체가 갓길이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차들이 고속으로 달려서 우리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 춘천의 몇몇 자전거 모임 외에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12km라는 거리가 가볍게 산책하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이다 보니 걷는 사람도 거의 없다. 덕분에 빙어 낚시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구간을 제외하면 사람이나 차량을 마주치지 않아 조용히 산책하기 좋았다. 다만 너무 한적하기 때문에 음식점이나 편의점 혹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으니 그만큼의 준비는 필요하다. 화장실은 출발하기 전에 사북면사무소를 이용하고, 간단한 간식을 챙기자. 겨울에는 아이젠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