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로 수도권이 난리다. 오늘도사람들과의 접촉이 없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 이럴 때 내가 종종 찾는 곳이 서산 쪽이다. 오늘은 충남 해미에서 가까운 가야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미술이나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를 한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늘은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를 지나서 용현 자연휴양림 앞에서 시작한다. 원래 용현 자연휴양림에 주차하고 출발할까 했는데 휴양림이 운영을 하지 않아서 마을 어귀의 공터에 주차하고 출발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출발하는 사람은 차라리 보원사지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을길을 따라서 조금 올라가면 용현 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여기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는데 나는 이쪽으로는 올라가 본 적이 없다.
도랑을 건너가니 등산로가 있긴 하다. 인적이 드물어 보이니 길이 애매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
원래 내가 아는 가야산의 산길은 길이 넓고 완만해서 걷기 편한 곳인데 길을 완전히 잘못 고른 느낌이다.
이런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길에도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있다.
길이 안 좋아서 거의 숲을 뚫고 지나가듯이 올라왔다.지니님과 같이 다니니 이런 힘든 상황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하는데 오랜만에 힘들었다.
고생해서 아라메길이라 하는 넓은 길과 만났다. 이 좋은 길은 보원사지 쪽에서 이어진다.걷는 거리가 좀 더 길어지더라도 보원사지에서 출발했으면 훨씬 편했을 것을...
갈림길에 지도가 있긴 한데 오히려 나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고 방향감도 잘 모르겠다. 너무 오랜만에 온 것일까...
이정표를 봐도 우리가 가야 하는 가야산 쪽은 표시가 안 되어 있다. 일락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가려면 일단 용현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근처에 쉬기 좋은 의자가 있다. 아까 안 좋은 길로 간신히 올라왔으니 조금 쉬었다 간다.
이제 용현 자연휴양림 방향의 임도와 만나는 길에서 내려가지 말고 계속 직진한다.
우리는 마애삼존불 방향에서 중간에 질러 들어온 것이고 개심사 쪽으로도 좁은 등산로가 있다. 큰길은 여기서 끝나고 일락산으로 올라가는 다시 등산로가 시작된다. 큰길로 그냥 따라가면 용현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버린다.
넓은 산길은 좁아지면서 등산로로 바뀐다.
그동안 임도나 넓은 길로만 다녀서 가야산은 바위가 별로 없는 육산인 줄 알았는데 능선 쪽으로 접어드니 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눈앞에 평원이 펼쳐진다. 논도 많지만 목장이 많아 평평한 초지가 확 트이는 것이 이 지역의 특징이다.
돌계단을 또 올라가면 1차 통과지점인 일락산 정상 정자에 도착한다. 정상이라지만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제한적이다.
일락산에서 일락사 방향으로 황락 저수지가 보인다.
일락산도 봉우리니까 가야산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게 된다.
능선을 따라 가면 암릉구간에서 시야가 트인다. 경치를 즐기면서 걷다 보면 일락사에서 용현 자연휴양림으로 넘어가는 사잇고개가 나온다.
여기가 사잇고개다. 가야산 임도만 따라간다면 여기를 가야산 정상으로 친다. 여기서부터 가야산의 실제 정상까지는 돌산에 계단도 많다.
사잇고개에는 안전기원비가 있다. 10여 년 전에 여기서 서산의 자전거 동호인이 용현휴양림 쪽으로 내리 달리다가 인명사고가 발행하여 이렇게 안전기원비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아라메길이 생기면서 이런 시비도 생겼다. 오랜만에 왔더니 뭔가 많이 달라졌다.
벤치 배치로 아라메길 글씨를 만들어놨다.
잠시 둘러본 후에 정상을 향해 등산로로 올라간다. 여기서 바리케이드 쪽은 용현계곡을 지나 휴양림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일락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힘을 뺐더니 힘들다. 쉼터가 있길래 잠시 간식을 꺼내 먹는다.
이제 석문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이정표는 0.2km라더니 생각보다 멀다.
석문봉 도착. 가야산 정상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한다.
저기 보이는 통신탑이 가야산 정상이다.
여기도 산 정상에 고양이가 산다.
일단 산 정상이니 인증샷 하나 찍어둔다.
여기서부터 가야산 정상까지는 본격적인 암릉구간이다.
중간에 등산 안내도가 있다. 등산로는 석문봉 기준으로 가야봉과 옥양봉으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는 오늘 가야산으로 가고 옥양봉으로는 가지 않는다.
계속되는 바위길을 걷는다. 조금 험하긴 한데 길 자체는 잘 되어 있다.
중간에 이름 그대로 거북이를 닮은 바위가 있다.
험하긴 하지만 다른 산의 암릉 구간처럼 어렵지는 않은 길이 계속된다.
뒤돌아보니 걸어온 능선 구간의 바위들이 줄지어있다.
마지막으로 데크 계단을 올라가면 드디어 가야산 정상 가야봉이다.
정상석이 이렇게 두 개가 있다.
바로 옆에 통신탑 시설에 강아지들이 우리를 구경한다. 통신대까지 바로 올라오는 도로가 있어 자동차로도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다.
서산의 넓은 평야 뒤로 간월호와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이 보인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다시 능선을 따라 석문봉을 지나 내려간다.
똑같은 돌길이지만 이미 한 번 경험한 길이라 그런지 돌아가는 길은 수월한 편이다.
가는 길에 그냥 지나쳤던 사자바위를 보고 간다. 아래쪽에 사자 머리 같은 게 있어서 저 바위인가 했더니
사진에는 좀 더 각진 다른 바위라고 되어 있다.
보는 각도가 달라서 그런지 사자머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의 사자머리가 더 사자 같은데...
석문봉을 지나 계속 내려간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경치가 나쁘지는 않은데 흥이 나질 않는다.
사잇고개에 도착했다. 일락산으로 원점 회귀할까 하다가 용현 휴양림 쪽 임도로 내려가기로 했다.
조용하고 한적하면서 걷기 좋은 임도다.
걸어 내려가다 보면 아까 전망대 쪽에서 내려가는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거의 다 내려왔다.
운영하지 않는 만큼 사람도 없는 용현 자연휴양림을 그대로 지나쳐서 자동차를 세워둔 마을로 돌아간다.
모르는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을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일 뿐이지만 나는 해미에 올 때마다 참 재미있다. 그래서 1~2년에 한 번은 오게 되는 서산 해미에서 이번에는 가야산을 올라갔다 왔다. 보원사지야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들르지 않아도 된다지만 하산 시간이 늦어서 이번에도 서산 마애삼존불을 보지 못했다.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마애삼존불에 잠깐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야산 정상에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의 육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능선 구간은 경치 좋은 암릉 구간을 즐길 수 있어 재미있는 산이었다. 역시 해미는 이번에도 나를 재미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