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Mar 09. 2021

태백산 환상 눈꽃 산행

태백산 기본 등산 코스

2021년 1월 30일


태백산맥, 태백시 등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 중에 하나인 태백산은 해발 1,500m 이상 급의 겨울 설산이다. 하지만, 해발 고도나 명성에 비해서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부드럽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연히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다.   


개인 승용차로 갈 경우에 태백산을 쉽게 다녀가려면 종료지점인 당골광장에 주차하고 유일사 입구로 가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골광장에 차량을 주차를 하면 바로 주차장 입구의 택시 정류장에 택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택시를 타고 유일사로 가달라고 하면 아주 익숙하게 7km 정도를 달려서 유일사 입구 탐방센터로 데려다준다. 원래 요즘 시즌이면 태백산 눈꽃 축제에 겹쳐서 관광객이 어마어마했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축제도 취소되고 방문객이 확 줄었다고 한다.


럼에도 불구하고 유일사 탐방센터에는 등산객들이 바글바글하다. 유일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태백산 정상을 찍고 다시 돌아오거나 당골광장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돌아와도 되지만 등산이 끝나고 편한 게 좋기에 당골광장에 주차하고 왔다.


사실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를 태백시내에서 어평재를 경유하여 올라갈 때 여러 번 지나갔던 곳인데 태백산 자체를 산행으로 올라가는 것은 나도 처음이다.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싶으니 얼른 화장실만 다녀와서 탐방센터를 벗어나 등산을 시작한다. 입구에서부터 눈밭이니 바로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유일사까지는 완만한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길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으니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날은 잔뜩 흐리고 강풍에 눈도 내리지만 단단히 준비한 덕분인지 그리 춥지는 않다.


가파르지 않고 넓은 길은 숲에 들어와서도 계속된다. 관계자 차량 외 일반 차량 통행은 금지되어 있지만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길이 계속된다.


갈림길에는 등산로가 아니니 통행하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강풍에 날려 떨어져서 글씨가 잘 안 보이지만 검은 마스크까지 쓴 하얀 문지기가 이 길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어렵지 않은 길이지만 눈이 쌓인 오르막길을 계속 걸으니 땀이 나긴 한다.


강풍도 방향이 있다. 나무들도 한쪽에만 눈이 붙어 있다.


한참 올라가다 보면 이제 큰 길이 끝난다.


여기가 유일사 쉼터라고 한다. 름 그대로 등산로 입구에 유일사가 있지만 눈과 사람에 묻혀 보이질 않는다. 실질적인 등산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이미 상당히 높이 올라왔으니 참 쉬운 산행이다. 쉼터라서 조금 쉬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사람들이 많으니 물만 잠깐 마시고 바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등산로로 들어왔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해발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관목지대가 펼쳐지고 여기저기에 오래된 주목들이 서있다. 여기서부터 눈꽃이 멋지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나뭇가지가 하얗게 변해가니 환상이다.


변덕스러운 태백 날씨는 잔뜩 흐리지만 눈꽃을 보니 오늘 참 잘 왔다. 태백을 여행할 때 하늘이 파랗고 비나 눈이 오지 않으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 오늘은 이 정도 날씨에 만족한다.


흐리고 눈이 내려서 시야가 막힌 듯한 느낌으로 등산로를 계속 걸어가니 제단이 하나 나타난다. 태백산에는 제단이 3개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 하나인 장군봉의 장군단이다.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인증샷 한 번 해준다.


바로 근처에 정상석이 있으니 여기도 한 컷 남겨준다. 이 장군봉이 태백산 최고봉이라는데 태백산이라 쓰인 봉우리는 옆의 영봉에 있다.


강풍이 불지만 세상이 온통 하얀색이니 마냥 좋다.


날씨가 좋으면 경치가 좋았으려나.... 전망 사진도 붙어있지만 보이는 게 없다. 이름 그대로 태백산맥의 중심산이니 우리나라에서는 엄청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장군봉에서 300m쯤 걸어가니 3기의 천제단 중 중심인 천왕단이 나왔다.  군단, 천왕단 외에 하단은 남쪽으로 좀 더 가면 소박하게 있다는데 우리는 여기서 당골광장 쪽으로 갈 테니 들르지 않는다.


장군단은 네모나게 각져 있었는데 천왕단은 둥글둥글하다.


천왕단 아래에 태백산 표지석에는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바글바글 모여 있다. 그놈의 인증이 뭔지... 근처에서 대충 사진을 찍고 당골광장 방향으로 내려간다.


당골광장 방향이 아무래도 경사가 조금 더 있고 고도차가 크다 보니 당골광장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참 힘들어하지만 어렵지는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굳이 유일사 출발, 당골광장 도착으로 가는 것은 이렇게 가야 태백산을 시야에 가장 잘 담을 수 기 때문이다.


더 내려가면 눈꽃도 없어지겠지... 내려가면서도 태백산의 눈꽃을 열심히 눈에 담는다.


상고대와 눈이 쌓인 것은 다르다. 상고대는 쉽게 말하자면 서리가 얼어붙은 것이라 나무에 눈이 쌓인 것과는 다르다. 오늘은 눈이 내렸으니 순수한 상고대보다는 눈이 쌓여 있다. 이렇게 눈을 머금은 나무도 이쁘다.


내려가는 길에 작은 사당 같은 것이 있다. 단종비각이라고 한다. 단종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비석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이다.


단종비각에서 조금 내려가면 용정과 망경사가 있다. 망경사는 단종비각을 세운 스님이 거쳐하던 곳이고 용정은 겨울이라 꽁꽁 얼어있다.


좀 커 보이는 사찰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대로 된 외부인용 해우소도 있을 것이다. 사찰을 따라 쭉 걸어가니 아래쪽 입구에 해우소가 있다. 딱 적당한 위치다.


아직도 당골광장까지는 꽤 남았지만  내리막길이니 괜찮겠지...


눈에 파묻힌 오래된 숲은 참 아름답다.


망경사부터는 등산객들이 많이 안 보인다. 그 많던 등산객들이 어디로 갔는지 거의 안 보이지만 곳곳에 이정표가 있고 길도 넓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반재에 도착했다. 여기에도 쉼터가 있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많이 걸었으니 여기서 쉬어가기로 한다. 오늘 간식은 지니님이 챙겨놓은 수프와 과자들이다. 보온병에 챙겨 온 뜨거운 물이 딱 수프 2인분이다. 짐을 간단하게 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남들처럼 몇 첩 도시락이나 과일 상자 같은 것도 없다.



슬슬 간식을 먹고 일어나려니 어디선가 등산객 무리가 나타난다. 우리가 짐을 챙겨 일어서니 얼른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 반재라고 해서 고개니까 오르막길이겠거니 했는데 하산 방향에서는 내리막길 중간의 완만한 공터다. 이제 당골광장 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내려가는데 무덤이 있고 설명도 있다. 호식총,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무덤이라고 한다.


호식총을 지나서 계속 완만하고 편한 길을 내려간다.


너덜바위 지대도 보인다. 한자로는 암괴류라고 한다. 이 암괴류는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등산로 중에는 이런 너덜바위를 통과하는 길도 있다.


길이 점점 더 좋아지다가 건물들이 보이면 태백산 산행은 끝난다.  


출구에는 석장승들이 있다. 둘 다 많이 닳아서 형체를 잘 알아보긴 힘들다.


탐방로 안내판도 있다. 꾸준하고 어렵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당골광장에서 문수봉을 지나 천제단에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갈까 했는데 유일사에서 출발하는 게 나았던 것 같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아이젠도 벗는다. 마침 공원 직원들이 보행로에 제설작업을 해놓은 덕분에 그냥 걸어도 부담이 없다. 원래 이 당골광장이 해마다 눈꽃축제가 펼쳐지던 곳이었는데 올해는 태백산을 찾는 등산객들 외에는 조용하다.


당골광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눈이 많이는 오지 않았는지 우리 차에 눈은 쌓여있지 않았다.


태백산은 도립공원이었다가 201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태백산뿐만 아니라 만항재와 함백산 쪽까지 국립공원 지역인데 다른 국립공원 산들처럼 기암괴석이 펼쳐지지는 않지만 산 자체의 웅장함과 그 품고 있는 숲의 깊이가 대단한 산이다. 하루 종일 흐리고 눈과 바람에 시달린 하루였지만 어렵지 않은 등산로로 설산 풍경을 가득 즐기니 아주 만족스럽다. 전국으로 세계로 돌아다니는 우리도 태백까지 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태백의 겨울을 즐기기 위해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내일은 더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함백산에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충남 서산 가야산 재미있는 등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