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태백산을 다녀왔다. 오늘은 태백산 바로 옆이자 태백산 국립공원의 일부분인 함백산을 가기로 했다.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 근처에서 출발한다. 이미 1300m 높이에서 출발하고 중간 내리막길이 거의 없으니 해발 1,572m라는 높이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고한에 오면 꼭 들르는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곤드레밥에 생선과 다양한 반찬이 나오니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함백산 등산은 만항재에서 출발해도 되지만 보통은 아예 함백산 중계탑 입구에서 출발한다. 이정표에 쓰여있는 대로 등산로 자체가 2km도 안된다. 날씨는 맑지만 길은 눈으로 뒤덮여 있으니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발한다.
예전에는 바리케이드였는데 제대로 문이 생겼다. 2016년에 여기 함백산까지 태백산 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었다. 혹시라도 몰래 들어가서 자전거를 타면 정상에서 CCTV를 보고 단속요원이 나와서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이전에는 승용차로도 올라갈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었다.
즉, 정상 50m 전까지 대충이라도 포장된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일단 등산로로 올라가서 함백산 정상을 지나 중함백으로 간 후에 도로를 따라서 내려오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잠깐 올라가면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등산로로 들어가면...
내리막길이나 평평한 구간이 하나도 없는 오르막길을 1km 걸어가야 한다. 분명히 짧고 정상까지 많이는 안 올라가는데 쉬는 구간이 없으니 힘들다.
이정표가 간간히 나타나지만 눈길이 잘 나있으니 앞사람 발자국만 잘 따라가면 된다. 벌써 해발 1,400m가 넘었다.
옆을 보니 태백선수촌의 육상 레인이 보인다. 고산 훈련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높은 해발 1,300m에 지어졌지만 실제 고산 훈련을 하려면 2,000m 이상이어야 하고 훈련 시설 규모가 너무 작아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도 해발 1,000m와 2,000m와 3,000m는 느낌이 참 다르다.
지도 앱의 등산로 정보에는 로프 구간이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 로프에 매달려 올라가는 힘든 구간은 없다.
만항재 쪽의 정암풍력단지 발전기들이 보인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풍력단지라 예전에 왔을 때는 못 보던 풍경이다. 새롭게 느껴진다.
더 높은 곳이 안 보이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정상에 거의 다 왔나 보다.
함백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에는 사람들이 사진 찍는다고 잔뜩 줄 서있다. 일단 주변부터 슬슬 둘러본다.
산 정상에는 의례 있는 주변 안내판이다. 태백산 쪽의 전경이 나와있다.
어제 다녀왔던 태백산의 모습이다. 북쪽에서 보면 이렇게 부드러운 산이다. 자세히 보면 산에 살짝 튀어나온 것이 천왕단과 장군단이다. 여기서 만항재를 지나 태백산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우리가 올라왔던 길과 차를 주차한 곳도 잘 보인다.
맑은 날의 함백산 정상이다. 이걸로 5번째 올라오는 것 같은데 2016년 이전까지 자전거로 4번 올라오고 등산으로 올라온 건 처음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참 멋진 곳인데 이 동네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5번 중에 2번은 날씨가 안 좋았다.
정암풍력단지와 만항재 방향도 탁 트인 풍경이 멋지다.
고한 쪽도 내려다보인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왠지 재미없다. 여기까지 왔으니 중함백 표지판까지는 가보기로 한다. 일단 통신중계소 쪽으로 내려간다.
중계소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헬기장이 있고 그 옆으로 데크 계단이 이어진다. 이 길로 쭉 가면 백두대간 코스로 두문동재까지 이어지는데 우리는 주차를 해놨으니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함백까지만 가기로 한다.
어제 태백산에서도 보았던 주목 고목들이 여기도 있다. 여기부터는 등산객들도 한층 줄어든다.
중함백까지는 길이 어렵진 않지만 생각보다 가깝지 않았다.
함백산 정상에서 1.2km 정도 걸어서 드디어 중함백에 도착했다. 여긴 뭐 특별한 것은 없다. 중함백이라는 것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저 멀리에는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보이고 가까이에는 오투리조트 슬로프가 보인다.
특별한 것 없는 곳이니 이제 슬슬 하산해야겠다. 함백산 정상 쪽으로 다시 돌아가다가 도로를 만나면 도로로 내려가기로 한다. 사실 도로로 가면 빙 둘러가서 거리는 더 멀어지는데 훨씬 쉬운 길이니 좋다.
아까 등산객들이 모여있어 자세히 보지 못한 주목도 지나쳐간다.
사람들이 오며 가며 쌓아놓은 돌탑이 있다. 지니님도 작은 돌멩이 하나를 쌓는다.
데크 계단이 나타나면 도로와 만난 것이다.
계단과 도로가 중간에 만나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난간을 간단히 넘어 빠져나간다.
이제 고생 끝이다. 눈 덮인 도로지만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니 느긋하게 내려간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함백산 정상에서 원점 회귀하거나 두문동재에서 함백산 정상을 지나 만항재까지 종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이쪽 도로는 아주 한산하다.
코너의 깨끗하게 쌓인 눈에 누군가가 자국을 선명하게 남겼다.
눈이 바람에 밀려 모인 곳은 정말 두툼하게 눈이 쌓여있다.
정암풍력단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중간에 조금 넓은 공터에 눈사람이 있다. 눈밭에 통신대까지 올라갈 수 없는 직원 차량이 여기 주차한 것 같다.
입구에 거의 다다르니 입구 근처에서 썰매를 타거나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쨌든 오늘은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설산을 걸을 수 있어 대만족이다.
함백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곳도 있지만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은 아니다. 하지만 산이 웅장하고 깊은 느낌이 있어 참 좋아하는 곳이다. 워낙 도로망이 잘 되어 있다 보니 높이에 비해서는 짧고 쉬운 등산로로 금방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산이지만 그렇다고 그 산의 웅장함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등산로가 짧고 쉬운 만큼 서울이나 다른 먼 지역에서 온다면 태백산과 함께 1박 2일 코스로 다녀가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