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춘천에서 가까운 산을 가기로 한다. 마침 작년에 가리산 임도를 MTB로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가리산 정상에 가보고 싶다. 가리산도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다.
MTB로 가리산 임도를 달릴 때 품걸2리에서 올라가는 임도 중간에 등산로 입구를 보았는데 평범하고 쉽게 올라가기 위해서 가리산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가기로 했다.
가리산 휴양림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입장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매표소가 운영을 안 하는지 휴양림 입구가 그냥 열려있고 주차장도 거의 텅 비어있다. 편하게 주차하고 화장실도 다녀와서 출발이다.
주차장 입구에 등산 안내판이 있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게 무쇠말재로 올라가서 가삽고개를 지나 A코스로 빙 돌아오기로 한다.
머리 위로 가리산 정상의 세 봉우리가 보인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으니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길 옆의 계곡물이 얼어 있다. 그래도 곧 봄이 올 것인지 얼음 틈새로 물이 조금씩 흐른다.
당분간은 포장도로를 따라서 느긋하게 걸어가면 된다.
여기서부터 가리산 등산로의 시작인가? 아직은 길이 포장되어 있고 완만한 편이다.
레일이 하나 있다. 가리산 남쪽 봉우리에 있는 기상관측소에 물자를 실어 보내는 모노레일이다.
기상관측소 모노레일을 지나면 포장길이 끝나면서 이제 진짜 가리산 등산로의 시작이다.
등산로가 시작되었지만 초반은 길이 어렵지 않고 완만하다.
나무 중에 하나가 어중간하게 쓰러져 있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분기점이 나타난다. 우리는 여기서 장상에 가장 가까운 왼쪽 코스로 가기로 했다. 첫 목표는 일단 무쇠말재다.
아직은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고 그리 힘든 구간도 없다. 계곡을 건너면서 보니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 점점 봄이 다가오니 해가 드는 쪽의 계곡물이 곧 다 녹을 것이다.
무쇠말재도 언덕이다. 계곡을 건너면 이제 경사가 조금 더 가팔라진다. 아직은 큰 어려움은 없다.
등산로 중간에 연리목을 볼 수 있다. 종이 서로 다른 소나무와 참나무가 이렇게 서로 붙어서 사는 건 매우 희귀하다고 한다.
연리목을 지나서 계속 올라간다. 오르막길이라 힘은 들지만 어렵지는 않은 길이다. 중간중간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니 길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쉬운 산이다.
눈 앞에 더 높은 곳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능선에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드디어 무쇠말재에 올라왔다.
쉼터는 있는데 사람은 없으니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나는 배가 꺼진 것 같아서 챙겨 온 과자로 군것질도 좀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등산객들이 적으니 산행이 편하다.
무쇠말재 이정표를 보니 휴양림에서 2.3km 왔다고 한다. 이제 능선이니 정상까지도 얼마 안 남았을 것 같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가니 눈 앞에 바위산이 나타난다. 저게 가리산 정상인가 보다. 지금까지는 어렵지 않고 편했는데 절벽 같은 경사의 바위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상에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직전에 안내판이 있고 위험 경고문도 있다. 바위산이다 보니 험해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가파르게 보이는 절벽 쪽으로 어떤 식으로든 길이 나있다.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가리산 강우레이더가 잘 보인다. 워낙 눈에 잘 띄는 건물이다 보니 저기가 가리산 정상인 줄 착각할 수도 있다. 강우레이더는 말 그대로 비를 관측하는 레이더로 강우를 집중적으로 관측하여 홍수 피해 등을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절벽 구간도 나타나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정상 직전 마지막 구간이다.
뒤에 보이는 강우레이더보다 더 높이 올라온 느낌이 든다. 드디어 해발 1,050m의 정상이다.
가리산은 봉우리가 3개다. 2봉과 3봉 방향의 등산로는 북사면이라 그런지 눈이 거의 녹지 않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산, 산, 산이다. 경치가 딱히 대단하지는 않다. 가리산은 이 정상 바위 그 자체가 볼거리다.
2봉과 3봉이 바로 옆에 보인다.
2월 중순까지는 아이젠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스패츠까지는 가져오지 않았지만 푹푹 꺼지는 눈이 아닌 단단한 얼음 같은 눈이라 아이젠만으로 충분하다. 아이젠을 안 가져왔으면 여기서 돌아가야 할 뻔했다. 1봉에서 2봉 쪽으로 내려가는 게 워낙 가파르니 아이젠이 있어도 쉽지 않다.
바위 구간이 계속되는데 안전을 위해서 적절하게 잡을 것들이 배치되어 있다.
2봉은 커다란 바위로 되어 있다. 사람 얼굴 같다고 해서 큰 바위 얼굴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딱히 사람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2봉 정상은 저 큰 바위 얼굴의 머리 부분인데 굳이 올라가진 않았다.
그리고 이정표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3봉이 나타난다.
3봉 정상은 뭔가 1봉, 2봉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봉우리다.
1, 2, 3봉을 모두 왔으니 이제 내려가야 한다. 3봉에서 다시 2봉으로 돌아가면 갈림길이 있다.
갈림길의 이정표에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로 표시가 되어 있다.
바위산 구간을 벗어나면 길이 완만하고 쉬워지는데 북사면이라 그런지 눈이 녹지 않았다. 조금 더 걷다가 눈이 많이 줄어들면 아이젠을 벗어야겠다.
등산로 중간에 한 천자 이야기가 있다. 여기 가리산 아래에 아버지의 묘를 써서 중국의 천자가 된 한씨 가족의 이야기인데 어째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좀 더 가니 B코스와 C코스의 갈림길인 가섭고개에 도착한다.
날씨도 나쁘지 않고 너무 짧게 끝나면 재미없으니 처음 예정대로 C코스로 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하산길의 절반 정도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또 이정표가 나오는데...
휴양림까지의 거리는 오히려 늘었다? 아마 1.90km를 잘못 표기한 것이겠지...
홍천도 가평과 함께 잣으로 유명하다. 높이 솟은 잣나무 숲을 지나니 향이 좋다. 5월쯤에는 꽃가루로 끔찍해지겠지...
길고 완만하게 내려가는 쉬운 길이라 그런지 후반부에는 조금 지루한 느낌도 든다. 길이 험하고 어려우면 힘들어서 싫고 길이 완만하고 쉬우면 지루해서 싫다니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숲이 울창해서 그런지 해가 빨리 지는 느낌이다. 마침 휴양림에 들어온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보니 반갑다.
이 C코스의 등산로는 가리산 휴양림 관리사무소 바로 옆으로 내려온다. 가리산 휴양림에서 연결되는 등산로 중에 가장 길어서 그런지 가섭고개부터 여기까지는 정말 등산객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도 산에 잘 다녀왔다.
가리산은 정선의 가리왕산과 한 글자 차이인데 엄연히 다른 산이다. 가리산 등산은 전체적으로는 아주 쉬운 코스라 할 수 있지만 정상 부근의 급경사 바위길은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나름 서울에서는 가까운 편이지만 산 자체는 산속에 깊이 있어 주변의 큰길에서는 가리산 강우레이더만 잘 보이고 가리산 정상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 근처는 임도나 시골길이 잘 뻗어있어 나도 자전거로 종종 돌아다니는데 길이 전체적으로 험하지 않다 보니 정상 부근에 바위산이 있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