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 가까운 곳에 가기로 한다. 지난번에 한양도성 성곽길 북악 구간을 걸으면서 다음에는 인왕산 쪽도 가보자고 했는데 이참에 다녀오기로 한다. 그리 높고 어려운 산이 아니니 등산 복장을 하지 않고 일상복으로 가기로 한다.
지난번에 북악산 성곽길을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복궁역에서 출발한다.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나와서 직진을 하면 사직동 주민센터 앞에서 인왕산 자락길 표지판과 만난다.
처음에는 일단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편하게 가기로 한다. 좀 더 걸어가면 사직공원 끝에 성곽과 성곽길이 있으니 완전하게 성곽길을 따라가고 싶다면 그리 가면 된다.
사직동 주민센터 앞에서 볼 수 있는 인왕산 자락길 안내 지도처럼 일단 사직공원 돌담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된다.
서울은 복잡한 듯하지만 그만큼 주요 장소로 가는 이정표도 잘 되어 있다. 인왕산 등산로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곳곳마다 보란 듯이 이정표를 설치해놓았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슬슬 걸어 올라간다.
종로구 도서관을 지나면 또 등산로 이정표가 있다. 표지를 따라서 계단을 올라가면 사직 경로당 앞에서 인왕산길로 들어가게 된다.
인왕산길을 올라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국궁장이다. 마침 궁사들이 활을 쏘고 있으니 잠깐 구경한다. 과녁까지의 거리가 제법 된다.
멋진 경찰 오토바이들이 여럿 지나간다. 청와대에서 가까운 곳이다 보니 경찰 순찰차들이 자주다니나 보다.
등과정터를 알려주는 표석이 있다. 여기는 옛날부터 활 쏘던 곳이었다고한다.
인왕산은 큰 산도 아닌데 길이 많다. 성곽을 따라 등산하는 인왕산 성곽길과 포장도로를 따라가는 인왕산로 외에도 인왕산 숲길이 있다. 등과정터를 지나면 인왕산 숲길 입구가 나타난다. 이 길은 인왕산성곽길의 끝과 비슷하게 청운공원에서 끝난다.
약한 언덕길이래도 계속 올라가니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산 밖에 안 보이는 첩첩산중의 높은 산보다 볼거리가 많다.
배드민턴장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금색 호랑이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호랑이 뒤에 이정표가 있다. 등산로는 여기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
조금 걸어가면 한양도성 성곽과 만나는 곳에 등산로로 진입하는 계단이 있다. 지금까지 계속 포장길이었으니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다.
인왕산은 나름 유명하고 멋지긴 하지만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해발 340m가 채 안된다. 조금 올라가면 정상 같은 바위가 보이지만 중간 기점인 범바위다. 조금 떨어져서 오른쪽에 더 높은 봉우리가 인왕산 정상이다.
성곽길을 그대로 따라 걸어간다. 성벽 사이로 무악동 쪽이 내려다보인다. 서울의 틈새 마을 같은 곳이라 가본 적은 없다.
성곽길을 따라가는 길은 돌계단이 많다. 계단이 많은 등산로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니 슬슬 걸어간다. 계단이라 그런지 은근히 땀이 난다.
군시설 옆으로 철계단을 올라가면 1차 기점인 범바위 정상에 도착한다. 가볍게 산책하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돌아가지만 그 이후로도 사람이 적지 않다.
범바위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으니 얼른 인왕산 정상 방향으로 출발한다. 옆 봉우리니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꽤 장관이다. 겨우 해발 340m의 작은 산이지만 서울 시내가 가득 보이는 풍경은 볼만하다. 미세먼지가 좀 있는 날이라 시야가 온통 뿌연 것이 조금 아쉽다.
인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서울의 풍경이 가득 펼쳐진다.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보기보단 꽤 운동이 되는 길이다. 이왕 올라왔으니 인증샷을 남겨본다.
인왕산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북한산이 멀리 보인다.
이번에 개방되어 얼마 전에 다녀갔던 북악산 성곽길 구간도 보인다. 일단 창의문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인왕산 정상의 큰 바위에서 조금 내려와서 바위를 따라 돌아가면 창의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하산길은 어렵지 않다. 이정표를 보고 성곽을 따라 쭉 내려가면 된다. 북한산을 보며 슬슬 내려간다.
나무 밑동이 서로 연결된 부부 소나무도 볼 수 있다. 연리지가 드물다는데 어째 가는 곳마다 하나씩 보는 것 같다.
성벽 너머로 부암동이 보인다. 몇 년 전에 지니님과 부암동 데이트를 한 번 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못했다.
성곽길 중간에 빠져나가는 길도 있지만 끝까지 성곽을 따라갔다. 마지막에 군시설이 있어 성곽길이 막히고 여기서 청운공원으로 내려가면 오늘의 인왕산 나들이는 끝난다.
올라갈 때도 호랑이가 있었는데 내려와서도 호랑이를 만난다. 이 호랑이는 자기 발 냄새를 맡고 있다.
지난번에 다녀갔던 윤동주 기념관을 지나면 인왕산 구간은 끝난다. 윤동주는 이 근처에 살면서 인왕산을 거니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일제에 의해 희생된 젊은 시인 윤동주의 짧은 생에서 남긴 흔적은 많지 않아 전시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시들은 하나하나가 뇌리에 새겨질 만큼 강렬하게 아름답다.
인왕산 등산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으니 창의문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청와대와 경복궁을 지나 인사동까지 걸어갔다. 경복궁에는 마침 에어건이 있으니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낼 수 있다.
무교동에서 낙지볶음을 먹고 돌아온다. 여기저기서 맛있는 낙지볶음을 먹고 다녔더니 여기도 특별한 맛은 아닌 것 같다.
한양이 도읍이 된 이래로 인왕산은 서울 사람들은 가까우면서도 웅장한 커다란 바위산이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나 보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국보로 지정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이다. 가상의 경치, 특히 중국의 경치를 상상해서 그렸던 산수화들과는 달리 인왕산의 실제 경치를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라는데, 인왕산이 멋지고 아름다우니 그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조선시대부터 많은 유명인들이 이 근처에서 살았다고 한다. 윤동주 기념관이 있는 것도 윤동주가 이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자기 능력껏 길을 골라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더 걷고 싶다면 성곽길 북악 구간까지 함께 다녀오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