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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1. 2022

태백 고한 고원 라이딩 코스

여름에 돌기 좋은 만항재와 역둔원동재 운동 코스 

2022년 7월 23일 만항재와 역둔원동재


슬슬 날이 더워지니 태백에서도 낮에 타긴 힘들다. 오늘은 2019년도에 갔던 코스를 아침 일찍 출발해서 돌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를 올라가서 역둔원동재와 삼수령으로 넘어오는 코스다. 71km 코스이며 태백에서 가장 완만하게 돌기 좋은 오르막길 코스이기도 하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72


최대한 일찍 일어나서 출발한다. 사실 오르막길로 자전거 타는 것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집에서 나오는 것이 훨씬 힘들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자전거를 탄다. 이쪽 방향은 늘 그렇듯이 황지로를 따라서 태백 시내를 관통한다.  


태백 시내를 통과하는 건 다른 글에도 잔뜩 있으니 넘어간다. 황지로를 따라서 상장동 벽화마을까지 시내를 질러간 후에 지지리골 앞에서 태백산 가는 길인 태백로로 나간다. 태백 시내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태백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언덕길을 넘고 있다면 제일 힘든 길을 고른 것이라고 보면 된다. 태백 시내를 관통하는 길은 거의 완전한 평지다. 


태백로부터는 만항재 가는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어평재를 경유해서 만항재로 오르는 길은 한참 동안은 완만하니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좋다. 


완만한 길을 올라가다 보면 태백산 국립공원 들어가는 길들이 몇 군데 있다. 31번 국도를 그대로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어평재 휴게소가 나온다. 


요즘 만항재를 올라갈 때면 여기 어평재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태백시에 얼마 없는 아침식사가 가능한 식당 중 하나다. 


어평재 휴게소는 제비집이 많다. 제비는 봄에 우리나라에 와서 두 번 알을 낳는다. 처음 아이들을 무사히 다 키워서 출가시키고 이제 두 번째 알을 낳았다. 다른 둥지를 보니 이미 새끼가 부화한 집도 있다.  


아침을 든든히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다. 화방재(어평재) 정상에서 함백산 등산로 방향, 만항재로 가는 길이다. 


장산 콘도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아침 먹은 배를 꺼트리려고 슬슬 달리고 있는데 옆 풀밭에서 고라니 가족이 튀어나온다. 어미가 새끼 둘 데리고 바로 언덕 아래 있는 민가의 농작물을 서리해먹고 가는 중이다.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이른 아침의 만항재 가는 길에서는 야생동물을 자주 만난다. 고라니면 다행이지... 뱀도 여러 번 만났다.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이 있다. 아까 뛰어가던 고라니들하고 똑같이 생겼다. 


어평재에서 만항재 가는 길에 유일하게 있는 건물인 장산 콘도를 지나면 이제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장산 콘도의 위치가 해발 1,100m 정도 된다. 완만한 경사도의 오르막길에서 알게 모르게 힘을 소모한 것을 여기 경사가 심해지는 구간에서 느끼게 된다. 


시야가 막힌 것 같은 길에서 U커브를 3번 돌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고 오르막길 끝에 만항재 쉼터가 보인다. 오히려 정상이 보이는 이 마지막 오르막길 구간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듯하다. 약간 굽어 있기에 보이는 것보다 거리가 멀다. 


만항재에 도착했다. 다음 주인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만항재 야생화 축제를 한다. 오늘은 사람이 유난히 많은데 그나마 축제 기간이 아니라서 이 정도다. 축제 기간에는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하고 야생화 공원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것이다. 식물들은 동물들처럼 고도로 발달된 판단을 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전략적인 생물이다. 꽃이 만발하는 때가 그 지역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만항재 표지석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해발 1,330m라 표시되었지만 여기는 1,300m 지점이고 만항재 옛길이 1,330m라고 한다. 


이제 다시 출발한다. 만항재에서 고한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다 보면 갈림길이 있는데 오른쪽은 함백산 입구, 태백선수촌, 오투 리조트 가는 방향이고 왼쪽으로 가야 고한이다. 


고한까지는 평지가 전혀 없는 완전한 내리막길이다. 바로 정면에 함백산 정상 통신탑이 보인다. 


만항재 야생화 마을을 지나서 정암사까지 내려오면 다 내려온 것이다. 내려가는 건 순식간인데 고한에서 출발해서 이 길을 올라갈 때는 엄청 길게 느껴진다. 


정암사를 지나면 고한 방향으로 수직갱도... 수갱이 보인다. 정암 광업소 광산을 리모델링한 삼탄 아트마인이다.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고 가볼 만한 곳이라고 하는데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고한 읍내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상갈래 교차로에서 38번 국도를 200m 정도 달려야 한다. 신호 받아서 달리면 차량들과 엮일 일은 없다. 38번 국도도 자전거로 달릴 수는 있지만 계속 터널을 여러 번 지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피해 다닌다. 간단하게 터널 전에 빠져나가면 고한 읍내로 갈 수 있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 고한역을 지나서 쭉 도로를 따라가면 강원랜드 본사도 볼 수 있다.  


강원랜드 본사를 지나서 하이원 입구를 지나면 다시 38번 국도로 올라가야 하는데 뒷길의 작은 다리를 이용하면 좀 더 38번 국도를 피할 수 있다. 여기서도 300m 정도만 38번 국도를 달리면 고한사북 공영터미널 쪽으로 빠질 수 있다. 자주 언급하지만 태백 근처에서 자전거를 잘 타는 방법은 38번 국도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고한사북 터미널을 지나서 사북 방향으로 간 후에 고한사북 군립병원 로터리에서 우회전하면 노목재를 올라가게 된다. 


노목재는 그리 힘든 오르막길은 아니지만 이미 만항재에서 체력을 조금 소비했으니 조금 지치는 느낌도 있다. 노목재도 옛길로 더 힘들게 넘을 수 있지만 일부러 고생하기는 싫다. 그냥 노나무재터널로 간단히 넘어간다.  


이제 역둔원동재를 넘을 차례다. 노나무재에서 쭉 내려가서 처음 갈림길에서 백전물레방아 쪽으로 우회전하면 힘들게 곧장 올라가는 길이고 좌회전 후에 다음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거리는 길어지지만 쉽게 올라가는 길이다. 백전물레방아를 보려면 막다른 길로 은근히 오래 들어가야 하는데 그냥 낡은 옛날 물레방아가 한 집 있을 뿐이다. 

역둔원동재를 넘으려면 역둔보건진료소 앞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이 근처는 삼척인데 가장 강원도 산골다운 느낌을 보여주는 곳 중에 하나다. 


마을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마을은 끝나는데 생각보다 금방 정상에 오르게 된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 태백시 표지판이 보이면 역둔원동재 정상이다. 해발 1,010m의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높은 고개인데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고개라 사실 정식 이름이 없는 고개이다. 역둔리에서 시작해서 원동리에서 끝나니 역둔원동재라고 부르고 있다.  


고개를 쭉 내려가면 강릉과 태백을 잇는 35번 국도와 만난다. 


35번 국도를 따라서 삼수령 터널을 지나면 오늘 자전거 타기도 끝나는 셈이다. 삼수령 옛길로 가도 그리 힘들진 않지만 터널이 막히지 않는 한 그쪽으로는 가기 싫다.  


삼수령 터널을 빠져나온 직후에 왼쪽을 보면 시야가 확 트인다. 해발고도가 높은 태백에서도 가장 개방감 넘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도로를 쭉 따라 내려가면 태백시내에 도착한다. 


만항재와 노나무재, 역둔원동재, 삼수령을 지나가는 70km 정도의 코스이다. 많은 사람들이 태백에 와서 만항재를 넘은 후에 두문동재를 넘어 태백으로 복귀하는데 두문동재 옛길이 힘들긴 해도 하루를 즐기기에는 애매하게 짧다. 오늘 달린 코스는 만항재-두문동재 코스는 짧고 너무 멀리 가긴 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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