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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04. 2022

태백에서 도계 건의령 한 바퀴

태백 산맥 사이의 운동 코스

2022년 7월 10일 도계 건의령


가뜩이나 무더워지는 여름이라 이제 태백도 덥다. 멀리 가지 않고 태백 주변의 코스를 달리기로 한다. 태백 산맥의 동쪽을 영동, 서쪽을 영서라 하는데 태백은 영동도 영서도 아닌 영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만 동쪽으로 가면 태백산맥에서 동해로 내려가는 길 뿐이다. 오늘은 삼척군 도계읍까지 태백산맥 아래로 내려갔다가 건의령으로 다시 올라오기로 한다. 45km 정도의 길지 않은 구간이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페이지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73


구름이 넘어가는 태백산맥 한 가운데 태백 시내에서 출발이다. 건의령길이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지니님은 MTB로 간다.


태백시내는 낙동강을 따라 골짜기에 시가지가 자리잡고 있는데 화전사거리, 황지교 사거리, 상장삼거리만 알면 다니기 어렵지 않다.  태백에서 도계로 가기 위해서는 시내길을 따라 달리다가 황지교 사거리에서 송이재를 올라간다.


태백의 동쪽 산줄기인 대조봉과 연화산 사이에 있는 고갯길이 송이재다. 도계를 거쳐 동해로 가는 이 38번 국도는 원래 쉽지 않은 길인데 직선화 공사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마차리 쪽의 직선화 공사 남은 구간이 끝나면 기존 길은 내가 자전거 타러 다니는 길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대조봉에는 대조봉 임도가, 연화산에는 연화산 둘레길이 있다. 두 산길 사이의 송이재에는 횡단보도가 없어서 중앙분리대가 있는 국도를 무단횡단해야 했었는데 이제 구름다리가 생겼다. 임도 출구는 조금 아래이고 구름다리는 등산로와 이어지는 길이라 MTB로는 계단이 좀 있는 산길을 조심해서 내려가거나 임도 출구에서 주유소 앞 진입로로 들어가야 이용할 수 있다.


중앙분리대가 있고 은근히 차량 통행량도 많은 큰길이지만 송이재 정상 부근은 길이 넓으니 부담이 덜하다.


송이재 정상석이 있다. 이 정상석 뒤쪽길이 연화산 둘레길의 북쪽 출입구다.


송이재를 넘어가면 다시 작은 언덕이 하나 더 있다. 호이재다. 해발 678m라 높아 보이겠지만 출발점인 태백 시내 황지연못 부근이 해발 680m다. 태백 기준에선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다.  


호이재에서 내려가면 태백과 삼척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는 통리 마을이다. 여기서 직진을 하면 마을로 들어가고 우회전해서 건널목을 건너면 도계로 가니 내비 안 보고 달리다가 1차로에서 어리버리 헤매는 외지인들이 많다. 이 건널목은 지금은 사실상 쓰이지 않는 기찻길이고 태백에서 동해로 가는 기차는 2012년 개통된 솔안 터널을 따라 연화산 아래를 크게 한 바퀴 돌아 고도를 낮추면서 그대로 도계역 근처까지 내려간다.


여기 건널목 건너에 맛있는 설렁탕집이 있다. 아침에 통리를 지날 때는 거의 여기서 식사를 한다.


통리에서 도계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가파르고 험한 통리재가 있다. 거의 전 구간이 직선화되는 38번 국도도 통리재 구간 만큼은 어떻게 손을 못대는 듯하다. 여기서 직진을 하면 구불구불한 급경사길을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하는 통리재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오른쪽의 한적한 길로 실리재와 정거리재를 넘기로 한다.


이쪽 길은 실리재 올라가기 전까지 완만한 길이다. 태백에서 호산 쪽으로 가는 차들이 이용하는 길이니 차량 통행이 아주 없진 않다.


길 옆 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다. 자세히 보면 꽃이 아니라 거미줄에 이슬이 맺힌 것이다.


구사터널 입구의 중촌교차로에서 실리재 옛길로 빠진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으니 구사터널을 지나가도 좋지만 신리재를 넘어가고 싶다.


이곳에는 경동탄광의 상덕광업소가 있다. 오늘은 주말이니 트럭도 광업소도 다 멈춰있다.


여기에 왜 탄광이 있는지는 길 옆에 드러난 거뭇거뭇한 바위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상덕광업소를 지나면 신리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해발 830m 신리재 정상이다. 통리재가 720m 였으니 100m 정도 올라온 셈이다. 내려가면 나오는 아랫 동네 이름이 신리라 신리재다.


신리재에서 잠깐 내려갔다가 삼거리에서 다시 올라가면 정거리재다. 두 고개 사이는 딱히 고개라 할 만큼 높지 않지만 신리에서 도계로 가려면 정거리재, 태백으로 가려면 신리재를 넘어야 한다.


정거리재 정상에는 가습기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처럼 구름들이 뿜어져 나오는 듯 하다. 구름이 태백산맥과 부딪치는 곳의 특징이다.


정거리재를 쭉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지니님이 강원대 도계캠퍼스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온다. 강원대 도계캠퍼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대학이다.


이제 도계까지 계속 내리막길이다. 광업시설들과 연탄공장을 지나면 꽤 큰 마을이 나타난다.


도계역 앞에서 잠시 쉰다. 몇 번 지나다니지만 도계 장날 외에는 조용한 동네다.


38번 국도는 도계에서부터 마차리까지 직선화 공사가 끝나고 새 길이 잘 닦여있다. 삼척 동해 쪽으로 가는 대부분의 차들은 새 길로 가니 옛길은 한적하다.


옛길은 도계의 출구에서 38번 국도 새길과 합쳐지는데 그 옆으로 마을길을 포장해놨다.


자전거가 건너기엔 넉넉하지만 자동차는 간신히 건너는 철교를 지나 좌회전하면 마을길이 계속 이어진다.


마을길 끝에 도계운동장이 있고 운동장 주차장을 관통해 직진하면 반대편에도 출입구가 있다. 여기가 건의령의 시작점이다.


건의령은 여기서부터 해발 840m 정상까지 650m 정도 꾸준히 상승하는 오르막길이다.


점리는 막다른 곳이고 원동은 태백에서 역둔원동재 넘어다니던 그 동네다. 원동 방향으로 가면 된다.


도계운동장부터 바로 은근히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기 때문에 금새 고도가 높아진다.


지니님 뒤로 저 밑에 보이는 건물들이 도계읍내다.


건의령을 오르기 시작하니 흐리던 하늘이 점점 개이더니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한다. 여름 햇빛에 오르막길이 너무 힘드니 쉬어가기로 한다.


저 아래로 아까 내려왔던 길과 도계읍이 보인다.


잠시 쉬다보니 구름이 지나가나보다. 햇빛이 가려지고 날이 조금 선선해진다.


건의령은 초반부가 가파르고 정상 부근은 좀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해발 300m 정도인 도계는 그렇게 덥더니 해발 800m 가까이에 올라오니 시원해졌다.  


단순히 고도가 올라간 것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름이 산을 덮어 안개같이 햇빛을 가려버리니 훨씬 시원해진 것이다. 근처 산 위에는 까마귀 떼가 시끄럽니다.


건의령 정상에 거의 다 왔나 싶더니 다시 조금 내려간다. 나는 이렇게 애써 올라왔더니 다시 잠깐 내려가는 도로 코스가 싫다. 바로 머리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드디어 건의령 터널이 나타났다. 이렇게 올라와보니 또 올라오고 싶진 않은 곳이다. 다음 번에는 이쪽이나 댓재 쪽을 통해서 삼척 쪽으로 편하게 내려가야지...


건의령 터널을 통과해서 조금 내려가면 삼거리에서 몇 달 전에 MTB로 가덕산 임도를 돌아 다니다가 하사미 가릿골 쪽으로 내려가서 태백으로 복귀한 길...35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태백 방향의 35번 국도는 거의 외길이나 마찬가지라 태백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게 되면 자주 이용하게 되는 길이라 슬슬 지겹다.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아침 먹은 것 외에 더 먹은 것이 없으니 슬슬 지친 상태에서 은근한 오르막을 오르면 평지 같은 느낌으로 달리다보면 힘이 쏘옥 빠져나간다. 삼수령 터널만 지나가면 태백까진 바로 가는데... 마침 삼수령 터널이 공사하면서 우회하라고 한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 가는 입구인 삼수령 정상으로 우회한다. 터널이 생기고 나서는 이 길은 바람의 언덕에 가는 관광객들이나 이용하는 길이 되었다. 오늘은 터널이 막혀서 우회하는 차들이 좀 있다.


삼수령에서 태백 시내까지는 쭉 내리막이니 금방 태백에 도착했다.


50km도 안되는 코스였는데 평지가 거의 없는 길에 더운 날씨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상당히 힘들었다. 태백 바로 아랫동네인 도계가 이렇게 더울 줄이야...여름에는 태백에서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로 한다.

사실 건의령 자체는 자전거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우리처럼 도계에서 차 많은 통리재를 피해서 태백으로 복귀하는 루트로는 건의령이 적당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태백에서 출발해서 삼척이나 동해, 혹은 강릉으로 오가는 편도로 자전거를 타게 될테니 건의령 아래의 38번 국도에서 차들과 함께 달리기보다는 동해로 가는 댓재나 임계를 거쳐 강릉으로 가는 닭목령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한적하고 좋은 길이다. 그래도, 건의령은 그 분위기가 독특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쯤은 넘어도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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