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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30. 2023

자전거로 봉화 낙동강 라이딩

2023년 경북 자전거여행 6. 봉화 남부

2023년 5월 27일


지난번에는 봉화역에서 출발해서 봉화 서쪽을 한 바퀴 돌아왔다. 이번에는 봉화 남쪽으로 가본다. 낙동강을 따라가다가 봉화 남부의 한적한 길을 이어 달리는 75 km 정도의 코스다. 어디에서 출발할까 하다가 명호면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초반에는 낙동강을 따라 약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작은 길을 연결해 차 없는 길로 달린다. 작은 길로 돌아다니는 만큼 자잘한 언덕길이 이어지는 코스다.


춘양에서 가끔 들르는 분식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 집은 직접 기른 싱싱한 농작물로 만든 김치전과 들깨칼국수 맛집이다. 나는 지금껏 지니님이 들깨칼국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잘 먹는다.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 꼬불꼬불한 삼동재를 넘어 명호면에 도착했다. 조용한 마을이다. 주말에 자전거 탈 때는 보통 면사무소에 주차하는데 이 마을은 면사무소가 공사 중인 대신 마을 중앙에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다. 마을 중앙 공터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30여 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5일장이 몇 년 전부터 다시 1일과  6일에 열린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면서 마을 옆에 낙동강 시발점 테마공원이란 곳에 들러보기로 한다.


원래 낙동강은 매봉산 아래에서 솟아 나온 황지천이 구문소를 뚫고 철암천과 만나서부터 낙동강이라 불린다. 정선 백운산과 어라연 일대에서 길이 끊기는 한강처럼 낙동강도 임기에서 길이 끊겼다가 여기 명호에서 다시 길이 생긴다. 그래서 여기에 낙동강 시발점 테마 공원을 만든 듯하다.


공원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걸어서 돌아보기엔 규모가 있다. 공원에서 다리로 낙동강을 건너고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서 돌아올 수 있다.


여기서 낙동강 상류 쪽은 매호유원지를 지나서 길이 끊긴다. 중간중간 낙동강에 접하는 길이 있긴 하지만 이어지는 길은 임기리까지 가서야 나타난다. 더 상류의 승부-양원 구간이 낙동강 비경길이 생겨 접근이 쉬워졌으니 이제 여기가 낙동강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구간이다.


낙동강과 춘양에서 흘러온 운곡천이 만나는 곳에 출렁다리가 있다.


이왕 왔으니 출렁다리도 건너보자.


이렇게 낙동강 시발점 테마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이제 낙동강을 따라서 출발한다.


낙동강 물길 옆으로 35번 국도가 이어진다. 이 길은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선정한 드라이브 코스라고 한다. 선정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다른 좋은 곳도 많은데 왜 하필 여기가 선정되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달리면 봉화선유교가 나타난다. 건너편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 다리는 무엇에 쓰는 다리인고 하니 아까 명호 출렁다리에서 이어지는 트래킹 길이 강을 건너 청량산을 지나 이어지게 하는 다리다. 도로에서는 안 보이지만 도로 옆 강변으로 산책길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대단한 출렁다리가 두 개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저 높은 산 꼭대기에 청량산 구름다리까지 있으니 출렁다리의 고장이라고 해도 되겠다.   


사람도 차도 별로 없어 출렁다리나 산책로의 효용성에는 의문이 들지만 경치 좋고 한적한 도로를 달릴 수 있으니 좋다.   


좀 더 달리면 이제 청량산이 보인다. 도립공원에 지정될 만큼 멋진 산이다.


저번에는 여기 관창리 마을에서 쉬어갔지만 오늘은 아직 쉴 때가 아니니 그대로 달린다.


계속 길을 따라 달리면 봉화군이 끝나고 안동시 도산면으로 들어간다. 도산면이란 이름처럼 당연히 도산서원이 있는 곳이다.


피암터널을 통과하면 가송리에서 35번 국도는 잠시 낙동강에서 멀어진다.


일단 35번 국도를 그대로 따라 달린다. 길 옆에는 흔한 경북 농촌의 풍경이 그대로 흘러간다.


도로를 내는데도 옮기지 않은 오래된 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지나면 온혜리다. 안동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온혜리에 도착했다. 온혜리는 퇴계 이황의 할아버지가 친해진 승려에게 귀한 자손을 얻을 수 있는 집터를 알려주어 정착했다는 곳이다. 따듯할 온자가 있는 동네 이름처럼 온천까지 있는 곳인데 조용한 동네다.


마을이 끝날 때쯤에 남쪽 삼거리에서 온천로를 따라서 우회전한다.


거창하게 생긴 박물관 같은 건물들이 보여서 무언가 했더니 중학교 건물이다. 요즘 중학교는 멋지구나.


새로 깔아놓은 깨끗한 포장길을 편하게 달린다. 익숙하지 않은 마을길이지만 갈림길이 적고 의외로 포장이 잘되어 있어 편하게 달린다.


가야 할 방향은 일단 녹전이다. 이정표가 나오면 녹전 방향으로 가면 된다.


집 앞에 꽃이 만발한 집이 있다. 아무래도 이런 풍경에는 눈길이 한 번 더 갈 수밖에 없다.


한쪽은 새로 깐 길이고 한쪽은 낡은 길이니 오늘은 방향을 잘 잡았구나.


녹전을 지나면 이제 이정표가 나타날 때마다 원천으로 가면 된다. 길번호로는 935번 도로를 쭉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막힌 삼거리에 도착했다. 녹전면 원천리의 원천삼거리다. 아주 작은 마을인데 손두부 식당이 몇 집 있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드는 손두부라니 다음번에 한 번 들러도 괜찮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배가 안 고프다.


하늘이 잔뜩 어두워져서 비가 잠깐 떨어진다. 마침 바로 근처에 있는 정자로 피한다. 쉴 때가 되었으니 이렇게라도 쉰다.


다행히 아주 잠깐 떨어지는 비였다. 다시 작은 길을 따라 평은면까지 달린다. 원천리 마을에서 오계서원 쪽 샛길로 들어간다.


아까 이정표에 나온 대로 숲 안쪽에 오계서원이 있다고는 하는데 서원에는 관심이 없다.  굽이굽이 흐르는 개천을 따라 내려가다가 천본리에서 평은리 쪽으로 간다.


목표는 평은면사무소다. 지난주에 들렀던 카페가 마음에 들어서 거기서 쉬기로 한다. 차도 잘 안 다니는 시골길이지만 딱 필요한 곳에 이정표가 있다.


평은리 마을 안쪽은 처음 들어와 본다. 초등학교도 있고 주택 수가 꽤 있으니 생각보다 큰 마을이다. 평은면사무소 주변의 새로 생긴 마을만 생각했더니 안쪽에 이런 큰 부락이 있다.


지난주에 쉬어갔던 카페에 다시 왔다. 넉넉하게 쉬어준다. 이 카페는 위치나 분위기가 꽤 맘에 드는데 단점은 메뉴가 자주 올 만큼 다양하지는 않다.


이제 명호면까지 복귀 라이딩을 해야 한다. 평은면에서 북쪽으로 나가서 상운면에서 샛길을 이용한 최단거리로 복귀한다. 2년 동안 들락거렸더니 평은면에서 영주호를 따라서 북쪽으로 나가는 한적하고 깨끗한 도로가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일단 935번 도로로 올라가서 봉화 방향으로 달리다가


상운면사무소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봉성 방향 이정표로 샛길로 들어간다.


중간에 도로포장 공사를 하면서 비포장이 되어버린 구간니 있는데 다행히 짧다.


명호면까지 최단거리로 달리니 뭔가 점점 길이 좁아진다.


좁은 길을 못 보고 그냥 지나쳤는데 금방 멈췄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쪽이 더 쉽고 빠른 길이다.


어쨌든 초행길에는 정보를 아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안전하다.


그런데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길이 좁아지고 은근히 힘든  오르막길이다. 지도에는 사질고개라고 나온다.


다행히 좁은 길이 끊기지 않고 합류해야 하는 918번 도로와 만났다. 이 합류 지점 근처에 경찰관 순직비가 있다. 해방 후 가장 혼란하던 시기인 1949년에 침입한 무장공비들과 싸우다가 7명의 경찰관이 여기서 순직했다고 한다.


이제 918번 도로만 쭉 따라가면 된다. 더 좋은 소식은 이 길은 명호면 방향으로 긴 내리막길이다.


이제 익숙해진 도천삼거리를 지나면 곧 명호면 읍내다.


명호면에 도착했다. 날이 흐리고 조금 추웠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던 코스였다.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35번 국도길은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다. 풍경도 좋지만 하류 방향으로 살짝 내리막이니 힘도 안 들어 더욱 신난다. 낙동강길을 벗어난 후에는 큰길과 만날 때가 아니면 하루 종일 차들과 거의 만나지 않은 코스였다. 깨끗한 포장길을 차들과 만나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건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 코스라는 것이다. 지니님이 이런 작은 길을 좋아하니 이런 코스를 좀 더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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