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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08. 2024

자전거로 울진 한 바퀴

2023년 경북 자전거 여행 7. 울진

2023년 6월 3일


경북을 여기저기 다니는 자전거 여행은 계속된다. 험준한 태백산맥은 태백산맥 동쪽에서 오르기에는 더더욱 험하니 영동은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 적고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도로도 제한적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기 좋은 코스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오늘은 울진읍을 중심으로 8자로 한 바퀴 도는 72 km 코스를 달려본다. 


태백산맥에 바짝 붙은 곳이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오르막길이 적은 코스다. 


출발 지점은 울진군청이다. 화장실 쓰기 편한 울진군청에 주차를 하고 근처 분식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메뉴는 김밥, 돈가스, 쫄면이다. 든든하게 먹어둔다. 


뱃속에 연료를 채웠으니 이제 출발한다. 처음에는 울진 남쪽을 한 바퀴 돌아야 하니 매화면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울진중앙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울진 터미널을 지나간다. 울진군청은 마을의 정가운데쯤에 있고 울진 터미널은 마을의 가장 남쪽에 있다. 경북 동해안길을 달리기 위해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울진 읍내의 가장 변두리인  터미널과 은어다리 부근 정도밖에 지나가지 않는 것이다.   


동해선 기찻길 옆으로 쭉 내려가면 수산리의 수산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서 일단 왕피천을 따라가면 된다. 다리를 건너서 울진 성류굴 방향으로 간다. 


여기서부터는 성류굴 가는 방문객 외에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길이니 당분간은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이 왕피천은 영양군 쪽의 상류는 장수포천이라 불리고 울진 쪽의 하류는 왕피천이라 부르는 동해안 쪽에서는 꽤 큰 하천이다.  이런 한적한 길이 상류까지 그대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왕피천을 따라가는 길은 왕피리에서 끊기고 영양군 수비면에서 이어지는 길도 수하리의 오무마을에서 끊긴다. 그 사이 구간은 당연히 우리나라 최대의 오지 중에 하나이다. 


성류굴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니 큰길을 따라 계속 달리면 울진종합운동장이 보인다. 


일단 길을 따라서 매화면 읍내 쪽으로 달리면 된다. 


강 건너에는 성류굴 가는 길이 보인다. 


길은 어렵지 않다. 일부러 왕피천의 막다른 길로 들어가거나 나중에 울퉁불퉁한 힘든 길로 변하는 69번 도로로 갈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7번 국도 옆길을 따라가게 된다. 


매화면에 들어왔다. 


매화면 읍내의 특색이라면 만화가 이현세의 고향이라 마을 여기저기에 이현세 만화의 벽화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지는 않아도 드문드문 관광객들이 보인다. 


매화면에서는 지도를 보면 69번 도로가 온정 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로드바이크로는 가기 힘든 급경사 시멘트길이다. 예전에 제대로 된 포장길이 있는 줄 알고 들어갔다가 한참 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울진읍에서 들어온 우리가 매화면에서 자전거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7번 국도 옆 샛길뿐이다.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오산리다. 


여기서 직진하면 덕산해변인데 오신리 쪽으로 가로지른 후에 경북 자전거길로 들어갈 생각이다. 


거리가 크게 단축되지는 않지만 그냥 마을 골목길을 살살 달리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기에 오산1리 마을을 그대로 관통한다. 


그리고 동해바다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의 출발/종착점인 은어다리 방향으로 달린다. 


오늘은 날씨가 워낙 좋은 날이다 보니 동해바다의 멋진 풍경이 살아난다. 



도로에 바짝 붙어 삐쭉 솟아 나온 바위가 있다. 울진촛대바위이다.   


촛대바위를 지나고 산포리 마을들을 지나면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인 망양정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오늘 코스는 8 자 모양이다. 아까 건넜던 수산대교를 다시 건너면 오전에 도는 아래쪽 구간은 끝난다. 


일단 읍내로 가지 말고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서 왕피천 공원을 빙 돌아간다. 


왕피천 공원길은 나들이하기 좋은 날에 오면 자동차들이 줄지어 주차해 있다. 왕피천 공원의 울진아쿠아리움은 오후에 수달, 대형수족관, 물범 먹이 주기를 연달아 진행하는데 꽤 볼만하다.  


종종 지나게 되는 울진 은어다리에 도착했다. 경북 자전거길을 인증하려고 온 자전거객들은 항상 있다. 우리는 인증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니 바로 다리를 건너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건너지만 느긋하게 걸어서 건너가 본다. 


경북 자전거길이 끝나도 천변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져 있다. 이 하천은 아까의 왕피천과 다른 하천인 울진남대천이다. 남대천은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참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강원도에 남대천이 두 개가 있고 경상북도에도 남대천이 두 개가 있는 만큼 동해안에서 제일 흔한 하천 이름이다. 


자전거길은 울진군 읍내 변두리를 따라서 대나리항구 쪽으로 이어지는 게 원래 코스인데 우리는 울진 의료원 쪽의 샛길로 연지리를 통과해 달린다. 


일단은 애매한 자전거길 구간인 울진 삼척 사이의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 부구까지 올라가다가 중간에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강원 동해안 자전거길과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의 중간 구간인 이 길은 길 완성도도 애매하고 중간에 인증센터도 없기에 도장 찍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관심 없는 자전거길이다. 그래도,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할만하다. 특히나 울진에서 죽변까지의 해변 자전거길은 길지는 않지만 꽤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구간이다.  


죽변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 


죽변 시장의 식당에 들어가서 물회 하나 회덮밥 하나 주문해서 배를 채운다. 모처럼 죽변에 왔으니 가자미회가 들어간 걸 먹어야겠다. 


점심 먹고 잠시 근처 구경을 하다가 다시 출발한다. 여기서 일단은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가는데... 바다 끝 직전에 갑자기 오르막길 방향으로 꺾어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 구간은 원래 죽변북로만 따라가면 구석구석 이상하게 달릴 필요가 없이 휙 지나가는 곳인데 일부러 이렇게 길을 꼬아놨다. 


등대가 있는 죽변 등대공원을 지난다. 


죽변 3리 방향으로 계속 길은 이어지는데 애매하게 좁은 골목길 여기저기를 돌아가게 한다. 골목골목 다니는 재미가 있긴 한데 힘들다. 


죽변 고등학교 앞에서 지니님이 멈춘다. 지니님의 자전거신발이 가진 고질병으로 또 말썽이다. 신발 앞쪽 밑창이 벌어져버렸다. 마침 근처에 편의점이 있으니 본드를 사다가 임시로 붙이고 다시 출발한다.  


예전에 한 번 다녀갔던 국립해양과학관을 지난다. 시설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어린아이들 위주로 된 시설이라 어른들이 놀러 가긴 조금 아쉬웠던 곳이다. 


죽변에서 부구로 가는 길은 중간에 원자력발전소로 해변길이 막혀 내륙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이제 부구에서 다시 울진군청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다른 길을 이용해서 돌아가려면 부구리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덕구온천 쪽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917번 도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울진군청 앞까지 갈 수 있다. 


덕구온천 들어가는 입구인 덕구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덕구온천은 우리나라에서 물이 좋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좌회전하자마자 만나는 13% 경사도의 오르막길... 길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덕구온천 쪽으로 더 크게 돌 걸 그랬나...


소곡에서 삼거리와 만나면 왼쪽은 10% 경사 표시된 오르막길로 죽변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울진 가는 내리막길이다. 당연히 오른쪽.


뭔가 이제 힘들다. 좀 더 돌아보려 했는데 그냥 개천 따라서 쭉쭉 내려가자. 이 개천은 울진남대천과 만나니 개천만 따라가면 울진남대천이랑 합류해서 개천 옆에 있는 울진군청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울진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금강송 군락지들도 보인다. 줄기가 밝은 갈색이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꽤 울창한 나무터널이 있다. 벚나무다. 봄에는 엄청 대단하진 않아도 울진 읍내까지 벚꽃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울진 읍내에 도착했다. 울진군청은 생각보다 크니 차들이 오는지 확인하고 적당한 골목에서 쏙 들어가면 울진군청이 있다. 역시 느긋하게 달리는 데는 70km 정도가 적당하다. 


다른 동해안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울진도 평지가 적고 도로망이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기에 크게 순환하는 코스가 아니라 8 자 형태의 코스를 달려보았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바다 풍경이 환상적이었고 가자미 물회도 맛있으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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