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월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가볍게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 울진 기성면부터 영덕 영해면 사이를 달린다. 산맥과 7번 국도가 막고 있어 우회할만한 길이 별로 없으니 거의 왕복으로 80km를 달린다.
기성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오늘 목적지는 벌영리의 메타세콰이어숲이라 벌영리 기준으로 왕복 80km의 출발지로 적당한 곳이 여기 기성면이라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거리를 줄이려면 후포에서, 늘이려면 오산항이나 울진에서 출발하면 된다.
기성면은 그리 크지 않은 동네라 금방 빠져나가게 된다. 여기가 전부는 아니고 바로 옆 기성항에도 마을이 있어 자전거길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성항의 마을을 지나게 된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바다에 바짝 붙은 발전소나 공업지대가 많은데 여기는 울진비행장이 있다. 자전거길은 비행장을 둘러 바다로 가게 되어 있다.
가능하면 촬영금지인 국가시설물은 사진을 찍지 않는데 이 정도 담벼락 끄트머리만 보이는 건 괜찮겠지.
비행장 둘레를 따라 내려오면 바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니 물색이 아주 멋지다.
작은 언덕길이 있다. 사실 기성면을 출발지로 한 또 다른 이유는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에서 힘든 오르막길을 피할 수 있는 구간인 것도 있다. 초보자들이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릴 때 울진에서 기성면 사이의 자잘한 오르막길에 금방 지치고 다시 영덕 들어갈 때 또 지친다. 기성-영해 구간은 큰 오르막길이 없고 해수욕장을 따라 넓은 평지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볍게 타기 좋은 구간이다.
작은 고개 하나만 넘으면 다시 멋진 동해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구산해수욕장을 지나간다. 성수기에는 붐비겠지만 비성수기에는 식당이나 가게들이 거의 열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곳이다. 모텔이 하나 있어 예전에 이용했었는데 근처에 식당이 없고 문 연 식당이 멀어서 저녁 먹으로 나갔다 오기도 힘들었다.
구산해수욕장에서 조금 더 가면 동해안 자전거길 월송정 인증센터가 있는 구산이다. 전에 왔을 때는 한참 공사 중이더니 길을 새로 잘 닦아놨다. 인증센터 박스가 있는 근처의 기와집은 월송정이 아닌 평해황씨종택이고 월송정은 바닷가로 좀 더 들어가야 한다. 자전거 인증하러 다니는 사람들 중에 도장 찍는데만 열중인 사람들 중에는 여기 월송정이나 섬진강의 절경인 사성암 같은 곳을 들러보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일단 오전에는 자전거길을 따라 달린다. 여기엔 오랜만에 왔는데도 개선되지 않은 상태가 엉망인 비포장 벽돌길 구간이 있다. 차라리 예전처럼 월송정 앞 농로를 이용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바닷가로 달리면 곧 후포가 나온다. 예전에 처음 왔을 때는 삼척에서 출발해서 반복되는 낙타등 코스에 지쳐버린 지니님과 구산해수욕장에서 숙박을 했는데 다음 날 얼마 안 가서 후포가 나오니 좀 더 달릴 걸 하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후포 가기 전의 작은 마을인 거일리를 지난다.
바닷가에 이렇게 꾸며놓는 것이 참 아기자기하다.
길 옆에 대게상이 있다. 영덕과의 경계인만큼 이쪽도 대게가 많이 난다. 어차피 배 타고 나가면 잡는 대게는 같은 동해바다 출신이다.
거일리에서 조금 더 가면 후포리다.
후포리의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아무리 후포면의 중심지라지만 이 동네는 다른 동네보다 규모도 월등히 크고 활기가 넘치는 느낌이다. 읍내에 랜드마크라 할만한 25층 짜리 아파트도 생겼다. 숙소도 많고 식당도 많은 곳이라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리는 사람이라면 여기 후포에서 쉬는 걸 추천한다.
후포면 남쪽 출구에는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의 부실함을 상징하는 비포장길이 있다. 경북 동해안길의 날림 개통 때부터 지금까지 이 구간은 전혀 개선이 안되고 있다.
후포에서 조금 내려가면 이제 영덕으로 넘어간다.
병곡면사무소가 있는 병곡리에 고래불해수욕장이 있다. 여기에도 인증센터가 있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예전에는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고래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래불해수욕장부터 영해 입구의 덕천 해수욕장까지 약 4.5 km 구간이 쭉 완전한 평지의 직선길이다.
우리 목적은 자전거길 완주가 아니니 10리 평지 도로 끝에서 고래불교를 넘으면 이제 영해 방향으로 우회전해야 한다.
마을 입구에 멋들어진 소나무가 서있다.
고민 없이 계속 직진하면 영해의 중심인 318 독립만세운동 기념탑이 있다. 갈림길이 7개나 되는 복잡한 로터리지만 여기서도 그대로 초록선을 따라 직진하면 된다.
직진하다 보면 오늘 목적지인 메타세콰이어 숲길 이정표가 나온다.
저 앞에 메타세콰이어숲이 보인다.
메타세콰이어숲 입구에 도착했다. 무언가 공사를 하려는지 입구는 좀 어수선한데 아직 자전거 출입이 통제되거나 하진 않았으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사유지를 개방한 곳인데 아직은 자전거나 반려동물의 출입은 막고 있지 않지만 더 유명해지고 사람이 몰리면 자전거 출입이 통제될 것 같다.
경북에서도 끝자락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라서 자전거를 살살 끌고 느긋하게 걸어간다.
이 정도 풍경이면 지나갈 일 있을 때 한 번쯤은 들러볼 만한 곳이다. 지니님의 인증샷을 찍어준다.
숲에는 전망대도 있다. 계단이 많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왔으니 올라가야지... 자전거는 입구에 세워두고 다녀온다.
메타세콰이어숲부터 저 멀리 동해까지 보인다. 역시 올라와보길 잘했다.
전망대에서 나오면 바로 도로로 나가는 길이 있어 숲을 빠져나간다.
이제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 영해 읍내를 지나서 덕천해수욕장 입구에 있던 식당으로 간다.
여기도 기와집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괴시민속마을이라고 한다.
아까 입구에 있던 소나무를 지나좌회전해서 송천이라는 작은 개천을 넘어간다.
오늘 점심은 재첩국이다. 반찬도 다양하고 재첩국도 오랜만에 먹으니 좋다. 단지 식당 문을 열어놔서 그런지 파리가 좀 성가시다.
이제 원점 복귀하는 길은 살짝만 다르게 가본다. 병곡에서 바다를 벗어나 마을 쪽 지름길로 넘어가고 구산에서 내륙으로 질러가는 정도만 바뀌는 것이다.
동해안 특유의 바다색이 제대로 나타나는 멋진 날씨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관광객들과 차량으로 은근히 복잡하니 조심해서 달려야 한다. 마침 쉴 때도 되었으니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군데군데 식당이나 카페는 있지만 영덕 강구항에서 울진 사이에서 자전거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제대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은 후포 뿐이다.
구산에서 월송정 쪽으로 가볼까 했지만 그냥 비포장 블럭길을 지나간다. 노면보다는 지나는 차에서 생기는 흙먼지가 짜증 나는 구간이다.
구산에서도 그대로 기성면 방향으로 직진한다. 바다로 돌아서 가면 비행장에서 내려갔던 길로 올라가야 한다. 이제 바다는 실컷 보았으니 내륙으로 가도 된다.
이 길도 오르막길이 있긴 하지만 7번 국도 옆으로 계속 직진만 하면 되는 길이라 쉽고 빠르다.
기성면사무소로 다시 돌아왔다. 어제 80 km를 달렸으니 오늘은 평지 위주로 80 km가 적당한 것 같다.
기성에서 벌영리 메타쉐콰이어길까지 왕복하였다. 돌아올 때는 약간 질러 왔지만 거의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길 찾기 쉬운 코스다. 낙타등 코스가 많은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 구간 중에서는 가장 평지가 많고 쉬운 구간인 데다가 계속 보급할만한 곳들이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가볍게 다녀오기도 좋은 곳이다. 그렇다고 풍경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경북 동해안 특유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단점은 오직 하나, 수도권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는 것 정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