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릉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왕산면에서 출발해서 강릉 방향에서 대관령을 올라갔다가 송천을 따라 돌아가는 75 km의 코스다.
모처럼 강릉에서 시작하니 아침으로 초당마을의 순두부전골을 먹는다. 난 이런 국물 요리는 좀 적게 먹는 편인데 영 못 먹는 걸로 보이는지 지니님이 신경 쓰이나 보다. 충분히 든든하게 먹었다.
이번 코스는 강릉에서 출발해서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다. 강릉 시내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중복되는 구간과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왕산면사무소에서 출발한다. 사실 성산면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편하긴 하다.
먼저 성산면까지 쭉 내려가서 대관령 옛길을 올라가야 한다. 오봉저수지를 따라 내려간다.
성산면 읍내의 서쪽 출입구인 성산사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대관령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오늘은 갈림길이 얼마 없기 때문에 길 찾기가 쉽다.
강릉국토관리사무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대관령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올라가다가 화장실을 좀 들르려고 했더니 지니님은 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올라가 버린다. 한참을 올라가도 보이질 않고 대관령 휴게소에서 다시 만난다. 대관령 오르막길은 맨 처음에 왔을 때는 어렵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는 올 때마다 힘들게 느껴진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잠시 쉬다가 대관령면 읍내 쪽으로 쭉 내려간다.
대관령면 읍내가 보인다. 배가 고프진 않으나 여길 지나고 나면 보급할 곳이 거의 없으니 간단히 요깃거리로 보급하고 가기로 한다.
카페에 들러서 감자빵을 먹었는데 그냥저냥 대단한 맛은 아니다. 내 입에는춘천 감자빵이 더 맞는다. 그래도 잘 먹고 쉬다 간다. 칼로리는 충분히 채운 것 같다.
이제 송천을 따라 달리면 된다. 내 자전거 여행기에송천은 여러 번 나오는 하천이다. 송천은 황병산과 매봉의 골짜기, 삼양목장쯤에서 발원해서 정선 아우라지에서 골지천과 합쳐져서 동강(조양강)이 된다.
송천을 따라서 계속 리조트와 골프장이 이어진다.
이 길은 한참 전에 안반데기에 갈 때 다녀갔던 길인데 안반데기로 올라가려면 중간에서 피덕령길로 빠지기 때문에 온전히 끝까지 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도암댐까지 이정표를 따라서 달린다.
골프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길이다. 골프 카트를 탄 사람들이 우리에게 인사해 주니 반갑다.
버치힐 CC를 지나면 이제 조용한 산길이 이어진다. 안반데기 가는 길이기 때문에 가끔 차가 지나다닌다.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안반데기의 풍력발전기들이다.
안반데기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대부분의 차들은 이쪽으로 올라가고 자전거들도 대부분 안반데기가 목표라 여기를 지나면 더욱 조용해진다. 안반데기 올라가는 피덕령길은 자전거로 가면 꽤 힘든 길이긴 하다.
길은 더 작아져서 이제 중앙선 없는 외길이 되었다. 그래도 포장이 잘 된 깨끗한 길이다.
도암댐이 보인다. 도암댐은 외진 곳에 있지만 발전 효율이 좋은 수력발전용 댐인데 수질 오염을 이유로 20년 넘게 가동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길이 더 좁아진다. 대관령 쪽에서 아우라지 가는 방향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어지간해선 이 경로로 안내를 해주지 않는다. 자동차로 속도를 내기에는 길이 좁고 꼬불거린다. 그 덕분에 차량 통행은 거의 없고 자전거들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 길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커플 라이더만 두 팀을 만났다.
도암댐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인다. 댐이 막고 있는 도암호 자체가 상당히 큰 호수다.
여기서부터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그래도 길 자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한 편이다.
이런 계곡길을 꽤 많이 달렸기 때문인지 익숙한 느낌이다. 깊은 계곡 사잇길이지만 최상류가 아니니 물 자체는 그리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다.
도암댐을 지나면 계속 내리막길이다. 좁은 계곡에 길을 억지로 내서 그런지 강을 몇 번 건너가게 된다.
마지막에 대기리의 420번 지방도와 만나기 직전에 작은 언덕이 있다. 이 작은 언덕이 420번 도로에서는 들어오고 싶지 않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 이 작고 멋진 길에 들어오기 힘들게 만드는 과속방지턱 같은 느낌이다.
420번 지방도와 만났다. 여기서 내리막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모정탑길인데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기는 싫으니 오늘은 들르지 않는다.
이제 닭목령까지 잔잔한 오르막길을 달린다.
여기 대기리도 상당히 지대가 높은 곳이라 고랭지 채소밭이 많다.
대기리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강릉방향으로 닭목령을 거쳐 돌아간다. 코스를 좀 더 길게 타고 싶다면 임계 방향으로 직진해서 삽당령으로 내려가도 왕산면으로 갈 수 있다.
닭목령 방향으로도 약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안반데기의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 자전거로 올라가려면 꽤 힘들다.
강원도 하면 감자다. 여기에 감자원종장이 있다.
백두대간 닭목령을 지난다. 서에서 동으로 갈 때는 완만하니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내려갈 때는 깊은 헤어핀 구간이 있다. 반대로 강릉 쪽에서 올라오면 꽤 힘들 것 같다.
내리막을 따라 그냥 쭉 내려가면 된다. 대관령을 오를 때 힘들었던 것을 여기서 푼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봉저수지가 있는 오봉삼거리에서 왕산면사무소 쪽으로 우회전한다. 오봉삼거리에서 왕산면사무소까지를 왕복하는 것이라 갈 때는 결국 오르막길이다. 이래서 성산면에 주차했으면 훨씬 편했을 것 같다.
출발할 때는 내리막이라 신났던 곳인데 다시 올라가려니 귀찮다.
어쨌든 다시 왕산면사무소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차에 싣고 삽당령과 임계를 경유해서 태백으로 돌아간다.
오늘의 메인 코스인 송천 샛길은 은근히 가기 힘든 곳이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안반데기로 가는 것이 우선이 될 테니 가지 않게 될 것이고 근처 동네 사람이 아닌 이상 여러 번 다니기에는 어디서 와도 거리가 만만찮다. 그래도 차량 통행이 적은 조용한 계곡길로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코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