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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영주 예천 한 바퀴

영주와 예천 사이 한적한 자전거 코스

by 존과 지니

2024년 10월 12일


이번 여름은 특히나 더웠고 지니님도 바빠서 한참 동안 자전거 여행을 못 했다. 원래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는 자전거를 안 타는데 올해는 날씨가 춥지 않아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오늘은 영주시 안정면에서 출발해서 예천을 다녀오는 71 km 코스를 짜보았다. 안정면에서 내려가는 931번 지방도도 돌아오는 옥계천변길도 종종 다니던 곳인데 이렇게 한 번에 가본 적은 없다.


큰 오르막길이라 할만한 고개는 힛틋재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한 가벼운 코스다.


풍기 바로 옆이라 풍기에 들러서 칼국수로 아침을 먹는다. 능이버섯 칼국수라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보니 풍기 인삼축제 준비로 읍내가 북적거린다. 자전거 타기가 끝나면 잠깐 구경하러 와야겠다.


안정면 행정복지센터에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안정면과 풍기 사이는 차들도 은근히 많이 다니고 풍기 IC 근처는 특히 혼잡하니 안정면에서 출발할 때부터 샛길로 간다.


먼저 생현지라는 작은 저수지 옆으로 회고개를 넘어간다. 생현지를 지나자마자 중앙고속도로를 아래로 지나가야 하는데 자전거 길 찾기에서는 비포장길로 직진하도록 알려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회나무고개를 넘어 대촌리에 오면 봉현초등학교 방향으로 가서 931번 도로와 만나면 된다. 힛틋재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이름이 특이하지만 오타를 낸 것이 아닌 고개 이름이 진짜 힛틋재이다.


힛틋재는 해발 380m 정도의 고개인데 경사도가 낮은 편이라 그렇게 힘든 고갯길은 아니다. 단지, 경사도가 낮은 만큼 3 km 이상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히티재라고도 하며 영주시에서 열리는 백두대간 그란폰도 코스의 단골 오르막길이다.


고개 정상의 버스 정류장에도 힛틋재라고 잘 쓰여 있다.


올라갈 때도 완만했으면 내려갈 때도 완만하다. 힛틋재 정상부터 약 15km 정도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영주 소백산은 사과로 유명하다. 그래서 길 옆으로 사과 과수원이 계속 이어진다.


내리막길 중간에 봉화군 하촌리에서 예천군 감천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경계를 넘어가면 사과 과수원보다 논밭이 많아진다.


931번 도로의 갈림길이 있다. 우회전하면 그대로 931번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덕고개를 넘어 감천면 읍내로 가는 길이다. 931번 도로를 따라가야 하니 우회전한다.


추수가 한창인 계절이다. 논에는 정말 진한 황금색으로 벼가 익어있다. 사실 오늘 자전거를 타러 나온 이유가 이런 황금벌판을 보며 달리기 위한 것이었다. 중간에 석송령이라는 오래된 소나무도 있는데 그냥 지나쳐 달린다.


석송령을 지나 조금 달리다 보면 자전거길이 나온다. 그래봐야 저 앞의 덕율사거리에서 끝나는 짧은 자전거길이다.


덕율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예천방향으로 간다. 예천 천문우주센터를 지난다.


갈구리라는 이름의 동네를 지나 그대로 직진만 하면 예천 읍내로 들어갈 수 있다.



읍내 안쪽 도로보다는 천변 도로가 교통량이 적다. 배가 많이 고프진 않지만 쉴 때가 되었으니 읍내의 카페에서 쉬기로 한다. 경로에서 조금 벗어나서 예천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까지 가야 하지만 꽤 이쁘장한 카페가 있어 들러보기로 한다.


요즘 잘 꾸민 카페가 여기저기 잔뜩 생겼는데 예천에도 이런 것이 생겨서 좋다. 지니님이 좋아할 만한 짭짤한 빵 메뉴로 주문하고 잠시 쉬어간다.


충분히 쉬어준 후에 다시 출발한다. 신예천교로 한천을 건너서 그대로 직진하는 길이다. 큰길이고 점심시간이다 보니 동예천교차로까지는 차량 통행이 좀 있다. 동예천교차로에서 대부분의 차들은 더 큰 길인 34번 국도로 올라가고 차량 통행이 확 줄어든다.


작년에도 예천에서 자전거를 탄 적이 있는데 그때 출발지로 골랐던 곳인 예천양궁장 입구를 지나간다. 그래서 이 길 이름이 양궁로다.


달리다 보면 다시 강과 만난다. 영주호에서 흘러내려온 내성천이다. 월포삼거리에서 고평교로 내성천을 건너면 이제 강을 따라 영주로 올라가면 된다. 우리에겐 꽤 익숙한 길이다.


내성천을 건너면 황지리 방향으로 유턴하듯이 좌회전한다. 전체적으로 포장도 깨끗하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길 옆으로 눈부시게 노란 논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아주 평지는 아니다. 중간에 곰고개라는 작은 언덕을 넘어간다.


한맥 CC 앞으로 다시 평지가 이어진다.


천변길이 내륙으로 꺾어지면 예천 IC가 있는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사실 언덕을 올라가지 않고 내성천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자전거길이 있긴 한데 비포장길이라 로드바이크로 가기는 어려운 길이라 아쉽다.


고개 정상 근처에는 예천 IC가 있어서 주유소와 편의점이 있다.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 항상 들르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봄에 시즌 온하면서 지나갔던 벚꽃길을 시즌 오프할 때도 지나간다. 뭔가 올해 자전거 여행의 수미상관이다.


다시 내성천과 만나서 오신교를 건너간다. 이 다리를 건너면 보통은 우회전해서 무섬마을로 가는데 오늘은 직진이다.


옥계천이라는 작은 개천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928번 지방도가 넋놓고 달리기 좋다 보니 갈림길에서 좋은 길 따라서 그대로 직진할 뻔했다. 지니님은 멀찍이 가버려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한다. 영주역에서 이어지는 경북선 기찻길이 옆으로 지나간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한산한 기찻길인데 마침 기차가 지나간다.


봄에 그렇게 화려하던 벚꽃은 가을에 가장 먼저 낙엽이 지는 나무이기도 하다.


폐역인 어등역을 지나 계속 달리다가 기찻길이 강을 건너면 우리도 강을 건너야 한다.


미룡역 폐역이 있는 소룡리 쪽으로 일단 강을 건너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라 달릴 맛이 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정말 노란 들판을 볼 수 있으니 시각적으로 환상적이다.


장수면 반구리를 지나간다. 면사무소가 읍이 아닌 리에 있으면 보통 엄청 작은 동네다. 저 앞에 반구교를 건너서 다시 옥계천을 따라가야 한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가게 이름이 장수로 시작해서 가게 이름들이 헷갈린다.


도로와 만난 직후에 다시 옥계천 천변길로 빠져야 하는데 작은 콘크리트 농로길이라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그냥 장수 파출소 옆으로 장안로를 따라가도 된다. 결국 이 작은 길도 장안로와 만난다.


장안로는 이름 그대로 장수면과 안정면 사이를 잇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안정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중간에 로터리에서 안정방향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지니님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셈이라 후반에 조금 힘든가 보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올라서 영주시립요양병원으로 가야 한다. 길이 점점 좁아지지만 계속 이어진다.


언덕 정상의 시립요양병원 근처에선 중앙선도 없어지는 작은 길이 되지만 어쨌든 관리되는 길이 이어진다.


이제 안정교차로까지 내리막 직진이다.


안정교차로에서 직진해서 안정면사무소까지 가면 자전거 타기가 끝난다. 안정교차로 근처 식당 중에 비행장 식당이라는 식당도 있다. 안정면에서 영주 가는 6차선의 넓은 길은 2차선만 도로로 사용하는 3 km 정도 길이의 완전한 직진길인데 우리나라에 몇 개 없는 비상 활주로 중 하나라 여기 사람들은 안정비행장이라 부른다.


풍기에 축제가 있어서인지 차들이 많이 다닌다. 동네에 들어가면 안정면 행정복지센터까지는 금방이다.


이렇게 70 km 정도의 길을 재미있게 달렸다.


아침에도 보았듯이 풍기 인삼축제가 열린 날이다. 축제가 거의 끝나갈 시간이지만 그래도 구경하러 가본다. 씨름 대회도 열리고 축제 규모가 상당히 크다. 축제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늦가을의 황량한 풍경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추워지기 직전에 가장 화려한 것이 10월 추수철의 황금들판이 아닐까 싶다. 이때가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기에 황금 들판을 달려보고 싶어서 이런 코스를 짜보았다. 봄에 벚꽃이 만발하던 길에 벚나무 낙엽이 떨어지면 이렇게 계절이 한 바퀴 돌아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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