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마다 이렇게 길었나 싶은 오르막길이다. 올라가다 지루해질 때쯤에 느랏재터널이 나타난다. 터널 전에 느랏재쉼터도 있지만 한 번도 들러본 적이 없다.
터널을 지나 쭉 내려가면 상걸리에 도착한다. 길 중간에 품걸리, 물로리로 가는 표지판이 있는데 비포장 임도길로 깊숙이 들어가면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 복잡한 임도길이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 곳이다.
상걸리에는 보건소 앞에 작은 식당이 있다. 어쩌다 보니 식당의 소심한 강아지와 친해졌었는데 몇 해 전에 죽었다. 항상 새벽에 지나가니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생각도 못했었는데 얼마 전에 방송에 나왔는지 코다리시래기찜으로 유명해졌다.
상걸리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슬슬 시작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가 지나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걸어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리를 보고 놀란다.
가락재는 느랏재에 비해서 해발 고도가 약간 낮은 데다가 거리도 느랏재의 2/3 정도 되니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진다.
가락재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구성포 삼거리까지는 거의 내리막길이다.
16 km의 내리막길은 결코 짧지 않지만 언제나처럼 금방 내려가버린다.
구성포에서 홍천 읍내로 가는 길에 옥수수밭을 지난다. 6월이면 옥수수가 쑥쑥 자랄 시기다. 옥수수는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자라는 것 같다.
홍천 읍내는 그리 크지 않다. 홍천로만 따라가면 시장과 읍사무소를 지나 터미널까지 이어진다.
홍천중앙시장은 1일 6일에 서는 5일장이다. 마침 오늘 장이 열렸으니 시장 입구의 분식집에서 어묵과 떡볶이로 요기를 한다. 다른 강원도 5일장보다 약간 비싸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맛있다.
배도 채웠으니 다시 출발한다. 읍사무소와 터미널을 지나도 계속 홍천로만 따라가면 된다.
북방 삼거리 전에 화계삼거리에서 홍천로는 5번 국도와 합쳐진다. 5번 국도는 이대로 부사원고개 원창고개를 지나 춘천으로 가는 길인데 화천에서 춘천 가는 차들이 주로 이용해서 교통량이 좀 있는 도로다. 여기서 홍천강 쪽으로 빠져나가면 자전거 타기 좋은 도로로 조금 우회할 수 있다.
북방면사무소를 지나 홍천온천 표지판이 있는 로터리에서 소매곡리 쪽으로 가면 홍천강으로 가게 된다.
군부대 앞을 지나 약한 언덕을 하나 넘으면 홍천강과 만난다. 소매곡교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홍천강변의 비포장길이 이어지니 우리 같은 로드바이크는 그다음 도로로 중앙고속도로 옆길로 가야 한다.
왼쪽엔 중앙고속도로, 오른쪽엔 자전거길이 있는데 차량 통행이 적은 길이라 도로로 달린다. 자전거길은 금방 끝나는 데다가 자갈이나 모래가 많다.
홍천강 휴게소가 보인다. 홍천강을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휴게소라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자전거길은 아까 도사곡 오르막길에서 시작된 지 얼마 안돼서 홍천강 휴게소를 지나면 곧 끝난다.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천냥을 갚지 못해 자살하려는 친구를 말려 빚을 탕감해 줬다는 전설이 있는 천냥바위가 보인다.
천냥바위가 있는 오르막길 정상에 오르면 곧 삼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반드시 오른쪽으로 우회전해야 한다. 홍천강길의 최대 단점은 천변길이 계속 이어지질 않고 정확하게 루트를 따라가지 않으면 막 다른 길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춘천으로 가려면 일단 조양리에서 막힌 삼거리를 만날 때까지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 홍천강을 따라가려면 굴지리 쪽으로 강변 자전거길이 팔봉산관광지까지 이어지고 김유정역 쪽으로 춘천에 들어갈 수 있는데 어느 정도 길을 숙지하고 가는 편이 좋다.
슬슬 더워지는 시간에 딱 그늘 방향으로 자전거를 탄다. 이런 그늘 방향도 모두 계획된 것이다.
조양리에서 다시 중앙고속도로 아래에서 5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이정표대로 춘천 방향으로 가면 된다. 일단 좌회전 후 5번 국도를 따라서 춘천까지 달리면 된다.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모래재를 올라간다. 후반부의 모래재와 원평고개는 그늘이 별로 없다.
모래재를 넘으면 국립춘천병원을 지나 쭉 내려간다. 교통량이 조금 늘어나지만 길이 깨끗하고 차선이 넓은 편이라 그나마 달리기 나쁘지 않다.
잠깐 내려왔다 싶으면 다시 원창고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오늘 마지막 고비인 원창고개에 도착했다. 해발 330m니 느랏재 가락재의 절반 수준이다.
학곡사거리까지 쭉 내려간 후에 사암리에서 마을길로 동내면사무소로 복귀한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먹고 가야겠다. 종종 가던 닭갈비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맛은 여전히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