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수가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작년 11월에 브런치를 시작해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구독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원래 2월 중순부터 천천히 써보려고 했던 자전거 여행의 방법에 대해서 차근차근 써볼까 합니다.
자전거 잡지인 자전거생활에 '자전거 여행 가이드'를 연재하고 있지만 4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과 표현의 한계 때문에 많은 것을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좀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자전거 여행의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담아서 편하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시시콜콜 이것저것 생각하고 따지다간 영원히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떠나고 보자.
“가다가 그만 두면 아니 감만 못하다.”
최소한 자전거 여행에서만큼은 이 말은 100% 틀렸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중간에 되돌아올지언정 간 만큼 무조건 잘한 거다.
내게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경험이라고 하겠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얻는 모든 것이 경험이요. 자전거 여행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경험이다.
그렇다면 이 경험을 어떻게 쌓아야 할까?
국토종주? 전국일주? 그런 거창한 목표는 나중으로 미루고 단순하게 생각하자.
준비물은 페달을 저으면 앞으로 나아가고 브레이크를 잡으면 잘 서는 자전거와 음료수나 간단한 밥을 사 먹고 비상시에 집에 올 수 있을 수준의 지갑이면 충분하다. 조금 더 준비하고 싶다면 헬멧, 장갑, 그리고 마실 물을 챙기면 된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하자. 집에서 출발해서 20km 정도만 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겨우 20km지만 운동을 거의 안 한 사람이라면 엉덩이에 불이 난 것 같은 안장통이 덮쳐올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엉덩이 근육(둔근)을 갑자기 사용해서 생긴 근육통이다.
목적지가 없이 방황해도 좋지만 목적지가 있는 편이 더 즐겁다. 요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지도가 많으니 지도를 살펴보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 볼만한 무언가가 하나는 있을 것이다. 자신이 심한 길치라면 강이 흘러가는 방향만 알고 있으면 되니 강을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좋다.
목적지를 정했다면 늦지 않게 출발하자. 깜깜한 밤에는 경치가 잘 안보이니까…
2달은 자전거 입문자가 자전거 여행자로 변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매 주말에 하루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떠나 보자.
초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 방법은 단계적으로 거리를 늘려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20km, 몸에 무리가 없다면 그다음은 30km, 이런 식으로 천천히 10km씩 늘려준다.
다음 날 근육통이 온다면 거리를 늘리지 말고 같은 거리를 그다음에 다시 한 번...
이런 식으로 다니다 보면 2 달이면 어느새 60-80km는 다닐 수 있는 실력이 될 것이며 엉덩이의 고통도 사라질 것이다.
일단 자전거 여행에 재미를 느꼈다면 슬슬 주행 거리를 늘리자.
목표는 100km를 달리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이 보았을 때 100km는 엄청난 거리이지만 숙련자가 보았을 때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왜 100km 인가?
하루 종일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많은 것을 즐기면서 달리기 좋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발해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하루 종일 느긋하게 달려 해가 지기 전에 일정을 마치는 데에는 100 km 전후의 여행코스면 충분하다. 실제로 나의 국내 자전거 여행기의 대부분이 100km 내외의 거리를 달린다.
섬강 자전거 여행기 : https://brunch.co.kr/@skumac/76
학생 때 사회/지리 시간에 배웠던 부분을 다시 복습해보자.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이다. - 내륙은 몽땅 언덕길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 해안도로도 섬도 몽땅 언덕길이다.
별 생각 없이 외우다시피 배웠던 사실이 자전거 여행에서는 새롭게 해석이 된다.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것은 힘든 언덕길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덕길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언덕길을 오르는 훈련을 하면 더 빨리 익숙해지겠지만 일부러 다니지 않아도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여행이라 하면 자전거에 짐을 잔뜩 매달고 떠나는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주말에만 쉬는 평범한 사람이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다.
자전거 캠핑은 자전거 여행의 한 종류일 뿐이다.
중국, 호주나 미국같이 사람 사는 곳이 드문 지역이 존재하는 곳을 통과하는 자전거 여행이라면 반드시 캠핑 장비와 함께 대량의 식량과 물을 가지고 가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마을이 많고 곳곳에 식당과 숙박업소가 있는 지역에서의 자전거 캠핑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되는 옵션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오지를 가도 어김없이 민박(싸다. 민박이 비싸다면 그곳은 오지가 아니다.)이나 펜션(비싸다. 부담스럽다.)이 존재하고 식당도 많다. 땀에 절어있는 몸을 깨끗하게 씻고 따듯한 이불 속에서의 숙면과 다양한 지역 먹거리들을 즐기는 것... 이것이 내가 자전거 캠핑을 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는 지니님이 훨씬 더 철저하다. 나는 매번 짐을 쌀 때마다 필요 없는 것을 많이 가져간다고 지니님에게 혼난다. 지니님은 20일간의 산티아고 북쪽길-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을 홀로 달릴 때도 작은 짐받이 가방 하나만 가져갔다.
위에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무엇보다 자전거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자전거를 오래 타는 것은 힘든데 여행이 즐겁지 않다면 극기 훈련밖에 되지 않는다. 그 즐거움의 방법은 각자가 찾아야 하지만,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면 그 즐거움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