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담당하는 부분(월요일)
엄마는 뇌가 부었다. 폐도 부었다. 심장도 부었다. 그리고, 그냥 보기만 했을 때, 얼굴부터 발등까지 퉁퉁 부었다. 한마디로 온몸이 지쳐 아우성이었다.
"많이 안 좋았는데 모르셨어요?"
의사의 말에 어느 누구도 '알고 있었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엄마는 항상 초조 불안해했고, 종종 다리가 아프다, 눈이 잘 안 보인다, 잠이 안 온다 해 왔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지친 엄마는 틈만 나면 언니들과 몇 시간씩 통화했고, 엄마의 사소한 말을 무시할 수 없었던 언니들은 안과, 정형외과를 비롯하여 수시로 엄마 감정케어까지 하느라 지쳐갔다.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엄마가 진짜 아프다는 말도 어느새 '그러려니'하는 감각으로 무뎌진 것이리라.
엄마의 뇌경색이 시작한 부분은 후두엽이다. 특히, 뇌에서 가장 먼저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 곳은 1차 시각피질이라는데, 이게 후두엽 가운데 부분, 일명 V1(primary visual cortex)이다. 그다음 후두엽 주변으로 V2, V3, V4, V5는 정교한 형태 분석과 조합, 색채,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물체가 두 겹으로 보이거나 사이드 부분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후두엽에서 처리한 시각 정보는 두 가지 경로로 갈라지는데, 뇌 위쪽(두정엽)과 뇌 아래쪽(측두엽)이다. 두정엽에 이상이 생기면 무엇보다 "어디지?"하고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게 특성이고, 측두엽에 이상이 생기면 "무엇"에 대한 감각이 상실되어 사람 얼굴이나 사물 이름의 의미 파악이 되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 언니들이 엄마랑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조금 이상하다 느낀 것은 '눈이 가렵고 잘 안 보인다'는 이유로 안과에 갔을 때였다. 안과 진료 후, 작은언니와 통화하면서 엄마는 그랬다.
"여기가 어데고. 어데로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언니는 불안했을 거다. 엄마는 어쨌거나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간밤에 자신이 거실에서 잤는지 안방에서 잤는지도 기억 안 난다고 했다. 엄마 후두엽의 두정엽이 망가지기 시작한 시점 아니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언니네가 도착했을 때, 엄마는 낮에 먹은 밥반찬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동수 아저씨 전화번호를 찾으려고 호기롭게 굴면서도 끝까지 헤매는 걸 보고서야 '이상하다' 느끼고 응급실로 직행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후두엽의 측두엽까지 사태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이유에선지 막혔던 혈관이 뚫려 도넛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은 해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일단 엄마는 엄청 부은 상태라 모든 부기를 가라앉히면서 혈류를 원활하게 하는 항응고제를 동시에 맞아야 했다.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움직이는 것도 위험하다. 뇌경색, 한번 겪고 그 증상을 정리해 보니, 평소 조금만 뇌 건강에 대해 관심 가졌더라면 더 빨리 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밤새 간병했던 큰언니의 말이다. 엄마가 자꾸 '두 겹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단다. 그리고 그날 저녁, 며느리가 방문했을 때 한참 유의 깊게 얼굴을 보고는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기억해 내더라, 했다.
잠깐씩 잠이 들었을 때는 양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중얼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헛것을 보는 것 같다고도 했고, 새벽에는 "살려주세요!" 하며 큰소리치는 바람에 간호사가 달려왔다 갔다고도 했다.
사경을 헤매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꿈과 현실이 살짝 혼재한 상태. 큰언니는 담담하게 말하며, 나아지는 걸 지켜보자 했다.
낮에 병원에서 엄마에게 잘 잤냐고 물었더니,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꿈을 꾸셨단다. 산을 내려오던 엄마는 산을 올라오려는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고 반갑게 인사했는데, 금세 아버지는 돌아가고 없더라는 거다.
엄마의 상태가 나아지는 중이었다면 그 말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상태가 안 좋았다면 꿈조차 기억하지 못했을 테지.
열심히 이런저런 말을 해보려는 엄마가 고맙고 애처로웠다. 아참. 둘째가 할머니랑 놀아주라며 챙겨준 나무오목판이 있었지. 같이 해보자 했다. 엄마는 피식 웃더니 막상 게임을 시작하자 지기만 했다.'아...!' 하는 뒤늦은 탄식과 함께.
밥 먹고 잠깐이었다. 딱 게임 세 판을 내리 지더니 잠이 온단다. 어서 자라고 엄마를 뉘었다. 손가락이 꿈틀거리더니 또 허공에서 손이 왔다 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