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남은 영화

영화 속에서 다시 만난 단종

by 정유선


가끔 한 편의 영화가 오래 마음에 머무는 날이 있습니다.

웃으며 보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며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웃음이 먼저였습니다.

익살스럽고 코믹한 장면들이 이어지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웃음 속에서 잠시 일상의 피로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역사의 상처와 사람의 운명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유배의 길을 떠나야 했던 단종의 삶이 떠오르는 순간 웃음은 멈추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미 역사적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단종이 살아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죽음을 엄흥도에게 맡기는 장면에서 가슴 깊이 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듯 눈물이 와락 쏟아졌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한 영화는 한 사람의 슬픈 역사로 이어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단종이 머물렀던 청령포, 그가 잠든 장릉, 생을 마감했다는 관풍헌이 있는 영월을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는 책 속에만 머물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와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언젠가 영월의 길을 걸으며 어린 왕이 남긴 그리움의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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