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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시간들

일과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

by 정유선

"하루가 너무 짧다.

해가 뜨기도 전에 하루를 준비하고, 아침 8시, 유연근무로 출근한다.

차분한 공기를 가르며 하루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일을 마치고 시계가 5시를 가리키면 다시 길 위에 선다.

나주에서 광주로 향하는 길,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오늘도 나를 응원해 주는 듯하다.

9시까지 이어지는 수업.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이 시간이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책을 펼치고,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나를 느낀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 게 아쉬울 만큼,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조금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충만하다.

예전 같으면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몸이 솔직한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조차도 나쁘지 않다.

조금씩 나이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과정일 테니까.

어떤 가수가 그런 노래를 불렀다.

'늙어 가는 게 아니라, 익어 가는 거라고.'

그래, 나는 익어 가고 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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