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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잃다

계절이 머뭇거리는 순간

by 정유선

겨울과 봄 사이,

목련이 피어 봄이 왔구나 했건만,

하늘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더니,

때아닌 눈이 내려 세상을 덮네.


나무에 소복이 쌓였던 눈,

어느새 비가 내려 씻어내더니

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젖은 가지 끝엔 물방울만 남았네.


계절을 잃은 바람이 헤매듯,

봄과 겨울도 길을 잃은 걸까.


가끔 사람도 자신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분명히 앞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낯선 계절 속에 멈춰 서 있다.


그러나 계절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듯,

우리도 언젠가 다시 길을 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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