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의 테크토크 0610]
미국에만 10년 이상을 거주했는데요. 요즘처럼 물가에 민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요즘과 같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었지만 대개 한 달 이내로 다시 원래 가격대로 떨어지곤 했는데요. 이번 인플레이션은 정말 '역대급'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갤런당 5달러에 근접했는데요.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등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는 이미 5달러를 넘어섰고,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9달러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등장했습니다. 최근 게티이미지 21갤런을 주유하는데 169달러의 비용이 나온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요. 환율을 따져보니 만땅을 채우고 21만 원을 지불한 것과 같았습니다.
국제유가 급등은 정제 시설이 폐쇄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 그리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급증한 탓 입니다. 더욱 문제는 휘발유 가격이 당분간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3분기에 14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유가가 160달러까지는 올라야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유가 급등은 미국의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항공, 자동차, 식품, 그리고 기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유가가 급등하면 소비심리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소비가 위축되는 거죠. 최근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겟은 올 들어 재고가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는데요. 공급망 우려 때문에 상품을 많이 비축해놓은 것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바뀐 소비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산업군이 또 있는데요. 바로 자동차 산업입니다. 유가가 오르자 미국인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전기차 검색 비율이 크게 늘어난 건데요. 높은 휘발유 가격 때문에 지난 메모리얼 연휴 때 자동차로 여행을 떠났던 미국인들이 지금 혹은 다음 차는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겁니다.
현 120달러 수준인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면 경기침체가 온다는 예측도 나오는데요. 유가 급등, 그리고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5월 CPI 지수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긴축 방향이 나오게 될 텐데요. 이미 경제분석 기관들은 경제 성장률 수치를 더욱 하향 조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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