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의 테크토크 0302]
매일 우크라이나발 소식은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포탄에 맞아 사망한 우크라이나 소녀의 시신이 담긴 사진,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피난민 부모의 인터뷰, 타국에서 자국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시민들, 그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우크라이나에 머물며 국민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통령과 영부인까지...
그중에서도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철창 안에서 울고 있는 러시아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어린이들은 ‘평화’를 의미하는 꽃과 함께 러시아어로 'No War'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찾았다가 러시아 경찰에 체포돼 철장에 갇힌 건데요. 아이들과 부모는 곧 법정에 서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칫 부모의 권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반전 시위에 나선 러시아 주민들, 참전하고도 공격하지 않는 러시아 군인들을 보면서 이번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손해를 무릅쓰고 러시아 관련 사업에서 모두 철수하는 분위기입니다. 애플은 러시아 웹사이트 상에서 판매를 금지했고, 엑손모빌은 러시아내 유전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포드, 폭스바겐 등 자동차 기업과, 마스터카드, 비자 같은 금융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비난의 여론에 못 이긴 소극적인 움직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이 우려됩니다. 최근 엔비디아와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잇따른 사이버 공격을 받았는데요. 러시아가 그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기업이나 기관을 사이버 공격 대상으로 보고 있을 것을 추정했는데요. 또 향후 러시아가 사이버 공간에서 서방세계 전체를 타깃으로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이버 상에서의 또 다른 전쟁(2개의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푸틴의 전쟁'은 어떻게 언제쯤 마무리될까요. 반전 시위를 벌이다 철창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푸틴을 막을 수 있는 건 무력 전쟁이 아닌 올바른 생각을 가진 러시아의 시민, 자국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 없이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시민,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며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내고, 축구 경기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전 세계 시민의 힘 만이 이번 전쟁을 종결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